우리 정부의 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 발표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일본이 크게 반발하지 않으면서 방공식별구역(ADIZ) 관련 논란이 소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번 논란을 통해 우리 군은 지난 수 십년동안 이 문제를 방치해 왔다는 점과 주변국에 비해 해.공군 전력이 열세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곤혹스런 입장에 놓였다.
반면, 이번 논란을 계기로 북한의 위협 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위협 역시 대비해야 한다는 여론과 이에따라 해.공군 전력 증강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조성된 점은 군으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 우리 관할지역 통과 때도 日에 사전통보 '굴욕'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 이후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이어도 상공이 KADIZ에서 빠져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 중국 뿐만 아니라 일본이 이미 1969년에 이어도를 자신들의 방공식별구역(JADIZ)에 포함시켜 놓았고 우리 군용항공기가 작전 등을 위해 이곳을 지날 때 마다 일본에 사전통보를 한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여기다 엄연히 국제법상 우리 영공인 제주도 남단 마라도와 거제도 남단 홍도 인근 영공도 JADIZ에 포함된 사실까지 추가로 드러났다.
이에 우리 군은 "한.일간 협의에 따라 그동안 사전 통보를 해왔고 그동안 10여차례 조정을 위한 협의를 일본에 요구했지만 일본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우리가 KADIZ를 확대해 이어도 상공 등을 편입할 경우 독도를 JADIZ에 편입시키겠다고 위협한 것이 가장 주요한 이유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관할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곳을 지날 때 상대국에 통보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해 '굴욕'이라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 해.공군 전력도 중.일에 비해 객관적 열세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에 비해 우리 해.공군의 전력이 객관적으로 열세라는 점도 이번 논란 과정에서 부각됐다.
해군 전력의 경우 항공모함 1척과 핵잠수함 3척을 보유한 중국과는 비교조차 힘들 정도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과 비교했을 때도 일본은 이미 6척의 이지스함과 18척의 잠수함, 그리고 44척의 구축함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는 각각 3척, 12척, 9척을 보유하고 있어 수적 열세를 보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제주해군기지가 건설중이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유사시 이어도 해상까지 출동하려면 우리는 21시간이 필요하지만 중국은 14시간, 일본은 15시간이면 충분하다.
공군 전력도 마찬가지다. 한.중.일의 주력 전투기(미들급)인 F-15K, 그리고 젠(J)-11, F-15J 보유대수가 훨씬 적어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진다.
여기다 중국은 스텔스 기능을 갖춘 최신예 전투기(하이급)를 자체 생산하기 시작했을 정도로 전투기 생산능력이 뛰어나고 일본 역시 주력 전투기의 자체 생산 능력을 갖췄지만 우리는 로우급인 FA-50을 생산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여기다 우리 군은 중.일이 모두 보유하고 있는 공중급유기가 없어 이어도 상공에 우리 전투기가 출동하더라도 30분 이상 머물기 힘들 정도로 사실상 작전능력이 떨어진다.
◈ 북 위협 못지 않게 주변국 위협도 대비해야군이 이처럼 ADIZ 논란에서 자존심에 상처를 많이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반대 급부로 주변국의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된 점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중국, 일본과는 그동안 외교적으로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이번 ADIZ 논란에서 알 수 있듯이 국익과 관련된 일에 있어서는 '양보'가 없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특히, 외교적으로 풀기 힘든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이어도 상공에서 3국 전투기 동시 출격 등 군사적 충돌 상황까지 상정해야 한다는 점이 부각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에서는 오래 전부터 북한 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위협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 왔지만 이것이 국민 여론으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았다"고 그간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번 논란을 통해 우리 군이 비판도 많이 받았고 상처도 입었지만 주변국 위협 대비라는 국민 여론이 조성된 점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 공중급유기, 이지스함 추가 도입…전력 증강 사업 척척
우리 공군의 F-15K와 미 공군의 KC-135 공중급유기가 공중급유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제공=공군)
이번 논란으로 주변국 위협 대비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그동안 예산 문제 등으로 추진이 쉽지 않았던 굵직굵직한 무기 도입 사업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방공식별구역 논란 이후 합동참모회의를 거쳐 소요가 확정된 공중급유기 4대 도입과 이지스함 3척 추가 도입 결정이다.
이어도 상공에서 우리 전투기가 원활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공중급유기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합참은 지난달 27일 공중급유기 4대 도입을 전격 결정했다. 예산은 1조원 이상 2조원 미만이 들어간다.
지난해, 올해 예산 심의 과정에서 북한을 주타켓으로 하는 '현무' 탄도미사일 도입 예산에 밀려 공중급유기 도입 예산이 전액 삭감된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이와함께 합참은 지난 10일 회의를 열어 4조원을 투입해 이지스함 3척을 추가로 도입하는 소요 결정을 했다.
이 역시 해군이 1990년대 초반부터 이어도 등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이지스함 6척을 도입해 3개 기동전단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매번 좌절한 경험을 돌아보면 큰 변화 가운데 하나다.
율곡 이이함. 자료사진
북한과의 해.공군 전력을 비교해 봤을 때는 공중급유기나 이지스함 도입은 어찌보면 과도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올만 하지만 이번에는 이같은 비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여기다 ADIZ 논란 이전이기는 하지만 최근 도입이 확정된 F-35의 경우도 최첨단 스텔스 기능을 보유한 전투기 도입은 북한 보다는 주변국의 공군 전력을 감안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