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근혜노믹스/정승일 외/북돋움
'저는 보수적 시장주의(신자유주의)의 기조를 크게 유지하면서도 보수적 국가 개입주의(박정희 경제체제의 전통)를 조금 가미해 양자 간의 절충과 타협을 이루자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 정부의 경제철학이라고 봐요. 그런데 문제는 그 두 입장이 논리적으로 서로 충돌할 때가 많다는 겁니다. 그것을 최고통치자가 잘 조율하고 조화시켜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으니 끊임없이 우왕좌왕하고 좌충우돌하는 겁니다. 정권 끝날 때까지 계속 그럴 거 같고요.'
- 정승일 저 '굿바이 근혜노믹스' 중에서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등과 함께 쓴 '쾌도난마 한국경제'(2005·부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2012·부키)를 통해 겉도는 한국경제에 돌직구를 날려 온 정승일 박사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 철학, 이른바 근혜노믹스를 '시장 독재'로 바꿔 부른다.
20대 후반의 공은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기자가 묻고 정 박사가 답한 '굿바이 근혜노믹스'(정승일 외·북돋움)에서다.
'박근혜 정부는 복지 공약과 노동 공약 등 중요 민생 공약들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파기하고 있고, 그러면서도 크게 미안해하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요즘에는 과거 박정희-전두환 정부 시절의 폭압적 국가권력을 떠올리게 하는 공포스러운 공안 정치마저 마다하지 않을 태세를 보여준다. 근혜노믹스와 함께, 폭압적 국가권력이 시장 권력과 더불어 다시금 흉포한 괴물로 등장하고 있다. (348, 349쪽)'
이 책은 두 사람의 대담을 통해 우리 국민, 특히 청년들이 직면한 고달픈 인생의 뿌리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이 막막한 상황에서 벗어난 삶을 살 수 있는지를 논한다.
정 박사는 보편적 복지와 결합된 올바른 경제민주주의와 재벌개혁만이 우리 사회를 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밥 먹여 주는 진짜 경제민주화를 시작하자"는 것이다.
'돈 있는 사람들, 즉 기업의 주인이나 돈 많은 투자자들이 주인이 되어 권력을 휘두르는 경제체제를 자본주의라고 해요. 그에 반해 민주주의란 평범한 국민, 즉 피플(people)이 주인 되는 세상을 말해요. 그렇다면 경제민주화란 돈 없고 자본이 없는 사람들이 주인이 되는 그런 경제가 아니겠어요? (53쪽)'
정 박사는 이 책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역사 경험을 가진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의 사례를 들어 우리와 같은 후발공업국에서는 대기업으로 대표되는 경제력의 집중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한다.
다만 종업원과 시민, 은행,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이들 집중된 경제력에 대한 공동통치에 나서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짜 경제민주화를 통해 이미 반세기 전부터 이를 실현하고 있는 독일 스웨덴 등 유럽 복지국가의 사례를 들면서다.
정 박사는 모두가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으로 나아가려면 보편적 복지국가와 결합된 옳은 경제민주화, 올바른 재벌개혁을 향해 뜻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 많은 이들이 깨어나고, 더 많이 배우고 토론해 우리가 원하는 나라가 어떤 모습인지 구체적으로 공상할 수 있어야만, 그 꿈을 모으는 새로운 정치가 출현할 수 있다는 말이다.
'국민들 모두가 높은 수준의 문화예술, 과학과 체육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것 역시 복지국가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래야 인간이 정신적, 정서적으로 행복해지는 거죠. 복지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연탄 날라주고 노숙자들에게 공짜 급식을 제공하는 낮은 수준의 시혜로만 이해하니까 복지국가 또한 부자들 돈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나라인 것으로 잘못 이해하게 되는 겁니다. (29, 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