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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실종에 '갈등' 키운 지방선거 공천…안철수 퇴진요구도

국회/정당

    '개혁' 실종에 '갈등' 키운 지방선거 공천…안철수 퇴진요구도

    '개혁공천' 내세운 여야, '잡음·내홍'은 지난 선거와 마찬가지

     

    대구의 한 전직 시의원은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한 후보와 오차범위 안에서 2위를 한 사람을 배제하고 3위 후보를 2배수에 포함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충청권의 한 시장 예비후보는 “도당이 시장후보를 전략공천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어겼다”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충청권의 한 군의원 예비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꼴찌를 차지한 후보가 공천이 됐다”며 선관위에 가처분신청을 내겠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한 현직 시장은 당 지도부와 가까운 인사가 전략공천된 데 반발하며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4년 전과 후. 각각 2010년과 2014년에 우리 정치권에서 일어난, 혹은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또 민주당에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간판은 바꿔달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터져나오는 ‘잡음’과 공천을 둘러싼 ‘내홍’은 4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리고 여야를 막론하고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여야는 공히 이번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혁공천’을 내세웠다. 새누리당은 중앙당이나 국회의원의 입김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으로, 후보 공천에 지역 유권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상향식 공천’을 주창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지난 2월 “상향식 공천제 도입은 당 쇄신, 정치 쇄신으로서 정당사에 큰 획을 그었다고 생각한다”고 추켜세울 정도였다.

    그러나 불과 3개월 만에 여론조사를 중심으로 한 상향식 공천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공천만 받으면 사실상 당선이 보장되는 대구ㆍ경북에서는 여러 후보들이 전화 착신전환을 통해 지지도를 높이려다 적발됐다. 일부 예비후보는 공천 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은 시의원 경선에서 지역 할당에 오류를 냈다가 검찰 수사를 받을 처지가 됐다.

    지역 국회의원과 중앙당의 공천 개입 의혹도 여전하다. 경북 청송군수 경선은 여론조사 경선 직전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일방적인 경선 중단 결정으로 갑자기 무공천지역이 됐다. 경북도당조차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한 예비후보는 국회의원의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경선 재개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특정 의원이 시의원 경선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당초 무공천에서 공천으로 선회하면서 ‘개혁공천’을 전면에 내걸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당론을 번복한 직후인 지난달 11일 “선거의 승패가 개혁공천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며 “선거 승리를 위해 정당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국민이 보기에 깨끗한 후보ㆍ능력 있는 후보ㆍ지역을 위해 헌신할 후보를 엄선하고, 의원에게 줄서는 후보가 아니고 국민에게 줄서는 후보를 추천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한 달, 새정치연합은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 탓에 심각한 후폭풍에 휩싸였다. 안철수 공동대표의 최측근인 윤장현 후보의 광주시장 공천이 시발점이었다면 김한길 공동대표의 측근인 제종길 전 의원의 경기 안산시장 전략공천은 ‘용 그림에 눈을 그려넣은 격’이 됐다. 더구나 세월호 참사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단원고가 위치한 곳이라는 점에서 논란은 더 번지고 있다.

    김철민 현 안산시장은 12일 “김한길 대표가 세월호 참사로 고통과 절망 속에 있는 안산시민들의 민의를 사정없이 유린했다”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안산을 지역구로 둔 김영환 의원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공천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의 문제, 또 선거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라며 “당 지도부는 이쯤에서 새 정치가 무엇인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일갈했다.

    더불어 CBS노컷뉴스가 지난 9일 보도('안철수'에 걸린 기초공천…서울 구청장 곳곳 '진통')한 대로 새정치민주연합은 옛 민주당 측과 옛 새정치연합 출신의 공천관리위원들이 팽팽히 맞서는 바람에 후보 등록 마감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몇몇 선거구의 단독공천을 주장하는 옛 새정치연합 측의 요구를 옛 민주당 측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RELNEWS:right}

    정청래 의원은 이를 두고 이날 두 공동대표가 지켜보는 가운데 “각 시도당 공심위장이 쑥대밭이 됐다. 생떼쓰기, 억지 주장, 내 사람 내리꽂기, 반민주적 폭거를 민주와 정의의 이름으로 격퇴시키겠다”면서 당 대표 퇴진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윤석 의원도 이날 의총에서 비공개 발언을 통해 “전남도당 공천 심사 과정에 김한길, 안철수 두 대표가 부당하게 개입하고 있다”며 “당을 어지럽히고 제대로 할 수 없다면 두 대표는 당을 떠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이 같은 공천 갈등은 예견된 결과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갑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는 “두 세력의 통합은 지분이나 합당의 원칙에 대한 충분한 논의나 조정 없이 상층부에 의해 이뤄졌다”며 “게다가 뒤늦게 공천하기로 결정했지만 세월호 참사로 시기를 놓치는 악재가 겹치면서 벌어진 예고된 참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공당으로서 후보를 빨리 확정해서 유권자에게 선보여야 되는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면서 “두 대표의 리더십이 상처를 받은 와중에 싸움이 전면적으로 격화될 개연성이 커서 어떤 방식으로 공천이 마무리되더라도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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