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유망주의 깜짝 국가대표 발탁과 나이 어린 유망주의 집중훈련. 이 모두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한국 남자배구의 몸부림이다.
대한배구협회는 지난 16일 강원도 고성에서 제9차 상임이사회를 열고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재학 중인 남자 배구선수 14명을 국가대표팀에 전격 발탁했다.
이들은 추후 확정될 프로선수 21명과 동등한 국가대표 자격을 갖고 다양한 국제대회에 출전한다. 배구협회는 세계랭킹이 부여되거나 비중이 높은 대회는 최정예 선수단을, 비중이 낮은 대회는 고교생과 대학선수 위주의 대표팀을 구성할 계획이다. 다만 주요 국제대회에도 14명의 고교·대학 선수 중에 실력 검증을 마친 선수는 최종 엔트리에 포함해 큰 무대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프로선수 21명은 2015~2016시즌 V-리그가 끝난 뒤 확정되는 만큼 배구협회는 내년 1~2월 중 40일간 14명의 고교·대학 국가대표 14명을 따로 소집해 한국 배구가 추구하는 '스피드 배구' 적응을 위한 특별 훈련을 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상 최초의 시도다. 다양한 목적을 가진 만큼 배구계의 기대도 크다. 배구협회 이사진은 "스피드 배구 특별훈련은 한국 배구의 사활이 걸린 중대한 프로젝트다. 총력을 기울여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 생존법 '스피드 배구' 향한 과감한 도전
최근 월드리그에서 최악의 부진을 겪는 등 국제무대에서 기를 펴지 못하는 한국 배구는 '스피드 배구'를 생존을 위한 마지막 승부수로 선택했다. 철저한 시스템 속에 완성되야 하는 만큼 장기간의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한 만큼 잠재력이 큰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고교·대학 국가대표 14명은 키카 크다는 공통점도 가졌다. 스피드 배구를 추구하는 동시에 장신화까지 노려 아시아 배구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분명한 목표를 제시했다.
사실상 상비군 체제인 14명의 집중 훈련은 프로선수와의 격차를 좁혀 예상하지 못한 부상 등의 이유로 주력 선수가 국가대표팀에서 이탈할 경우를 대비하는 효과도 있다. 또 차세대 스타 선수의 조기 발굴을 통해 국제경쟁력 강화와 향후 V-리그 발전과 흥행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당연히 2020년 도쿄올림픽을 겨냥한 세대교체도 준비한다.
무엇보다 한국배구의 숙원인 V-리그 남자부 제8구단의 창단에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프로 데뷔 전부터 국가대표팀에서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선수들이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할 경우 남자부 8구단의 창단을 기대할 수 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우수선수를 확보해 창단과 함께 단시간에 강팀으로 자리매김했던 삼성화재와 OK저축은행의 사례도 있는 만큼 V-리그는 물론, 배구 유망주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배구협회는 단순히 배구대표팀뿐 아니라 V-리그와 한국 남자배구의 근간이 될 이번 국가대표 혁신안을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의 협조를 구하고 한국배구연맹(KOVO)과 협조관계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