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뉴스에 밀려서 큰 관심을 끌지는 못하고 있지만 방송과 통신업계에서는 아주 민감한 문제가 SK의 CJ헬로비전 인수 건이다.
이동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이 케이블TV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문제는 유료방송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대형 M&A라는 점에서 공중파인 지상파TV들이 적극적인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통신업계에서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모바일과 유료방송의 결합으로 통신시장을 독점하기 위한 방편이라며 인수합병이 성사될 경우 KT와 LGU+가 망하게 될 것이라며 결사반대하고 나섰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SK의 CJ헬로비전 인수 왜 방송.통신 모두 반대하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KBS나 MBC, SBS 등 지상파TV들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반대하는 거냐?= 그렇다. 한국방송협회는 지난달 미래창조과학부에 SK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반대한다는 공식 의견서를 제출했다.
지상파TV방송사들은 의견서에서 "향후 이동통신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결합판매 시장을 고려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성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것이고. SKT의 이동통신 독주 체계가 고스란히 결합판매에 까지 이어져 방송통신 시장을 황폐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행 방송법과 개정중인 통합방송법의 방송사업자간 소유제한 규정에 위배될 뿐더러, 방송시장을 급격히 황폐화시킬 수 있고, 방송의 공익성과 공정성 지역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방송시장이 황폐화 된다는 거냐?= 지상파TV방송들과 방송전문가들이 그렇게 전망한다.
핵심은 SK텔레콤의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이 50% KT30%, LGU+20%로 SK텔레콤이 모바일시장에서 최강자다. 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의 IPTV가입자가 320만명에 이른다. 여기에 CJ헬로비전의 케이블SO 가입자 420만명을 추가하게 되면 유료방송에서도 740만가입자로 830명인 KT(IPTV와 위성방송 가입자를 더한 수)와 함께 유료방송 시장의 최강자로 부상하게 된다.
여기에 CJ E&M과 콘텐츠 전략적 제휴를 할 경우 모바일의 최강자이면서 유료방송의 지배력을 갖추고 콘텐츠까지 좌지우지하게 될 경우 재벌기업인 SK가 방송에 대한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성공회대 최진봉 교수는 "IPTV와 케이블TV의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전국채널을 운용하는 SK가 지역채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할 경우 플랫폼의 다양성이 무너짐으로서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 지역성이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상파방송사의 한 중견간부는 공중파인 지상파TV의 기본은 '보편적 시청권'인데 방송시장이 대기업 소유의 유료방송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지상파TV방송이 콘텐츠를 공급하는 CP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은 두 회사가 합병되면 방송통신시장에서 급격한 쏠림 현상이 생길 것이라는 것이다. 유료방송 중 케이블 방송이 가진 사회적 가치들이 경제적 가치로 예속되면서, 결국 통신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너무 일방적인 분석아닌가?= 그런 측면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방송시장에서 SK의 영향력이 커진다면 방송시장의 황폐화는 시간의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전에는 방송이라고 하면 KBS, MBC, SBS를 말했는데 지금은 그렇지않다. 오히려 콘텐츠의 강자는 MBC도 SBS도 아닌 CJ E&M의 TvN이라고 보는 게 정설이다. 광고단가가 설명하는데 지상파의 저녁시간대 광고단가는 15초에 1300만원 ~ 1500만원인데 '응답하라1988'은 2250만원을 기록했다. 응팔은 20회분의 광고가 모두 완판돼 171억원의 광고 매출을 기록했다. 그리고 다른 프로그램 광고와 패키지로 묶어서 판매하는 '광고 패키지'로 판매했는데 마지막 2회분은 회당 광고가 5억5천만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지상파방송의 경우 1회분 완판이 2억원대이니까 어느 정도인지 이해가 갈 수 있을 것이다.
종합편성채널 중에서는 JTBC가 콘텐츠파워에서 상승세라고 한다.
지상파방송에서는 이미 유명PD들에 이어서 유력방송작가와 주연배우 그리고 제작회사들이 CJ계열 PP나 JTBC 등으로 옮기면서 콘텐츠 제작능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올 1월에도 연예제작사인 문화창고와 화앤담 픽처스를 인수했다. 여기에 유료방송 플랫폼의 강자인 SK와 콘텐츠 업계의 강자인 CJ가 결합할 경우 방송에 대한 대기업의 입김이 쎄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가 종편채널을 무더기로 4개나 허가하면서 방송시장이 무한경쟁으로 접어들었고 콘텐츠 경쟁보다는 저질 막말방송이 넘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대기업의 방송진출을 허용할 경우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 그리고 지역성이 위축되거나 훼손될 것이라는게 방송계의 진단이다.
▶ 통신사들은 왜 반대하는 거냐?= SKT의 모바일 독점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지금은 통신시장이 1강 1중 1약인데 SKT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1강 2약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KT와 LG유플러스가 지난달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하려는 진정한 의도가 무엇입니까'라는 제목의 신문광고를 냈다. 통신3사가 경쟁을 벌이면서 상대 통신사를 상대로 의견광고를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광고를 통해 '2000년 신세기통신, 2008년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 합병 이후 쌓아온 30조 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이 소비자 권익 보호에 쓰였고, 당시 약속을 지켰는가'를 SKT에 물었다.
이동통신의 가입자는 SKT 50%, KT 30%, LGU+ 20%로 5:3:2구조가 고착화 되고 있다. 그런데 지난 2004년부터 2013년까지의 누적 영업이익을 보면 SKT가 약 30조로 81%를 차지하고 있고 KT는 6조8천억원으로 19%, LGU+는 -200억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SKT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하게 되면 결합상품 판매로 인해 헬로비전 가입자 420만명 중 절반이 KT와 LGU+ 가입자인데 이 가입자 대부분이 SKT로 옮겨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19년까지 5~6% 정도의 가입자가 이동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KT의 한 임원은 "전체가입자의 3%정도가 이동통신 회사를 바꾸게 되면 KT입장에서는 10%가 빠져나가게 되는 셈"이라면서 "그럴 경우 KT는 매출이 크게 줄어들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들은 가입자가 많거나 적거나 똑같이 투자해야 한다. 전국 망을 유지해야 가입자들에게 동일한 통화품질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입자가 줄어들면 동일한 비용에 수익만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고 반대로 SKT는 동일한 투자에 수익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방송협회도 지난달 25일 '정부는 M&A 재벌의 방송시장 장악을 방관하지 말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이번 인수합병 건은 창업과 도전 대신 독과점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경쟁사업자를 해소하고 자신들이 주도하는 방송통신 생태계를 만들어 다시금 자사 이익을 안정적으로 극대화하려는 '재계 3위 거대 통신재벌의 M&A 머니게임'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 SK텔레콤은 새로운 먹거리를 위한 투자라고 하지 않나?=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가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의 하성호 전무는 "SK가 미디어를 새로운 사업으로 만들기 위해 투자하는데 기존의 가입자 규모로는 투자하기가 불확실해 규모를 키우는 차원에서 CJ헬로비전을 인수하기로 한 것"이라면서 "보도기능이 없는 유료방송 플랫폼을 소유한다고 방송시장을 황폐화 시킬 것이라는 것은 억측"이라고 말했다.
또 CJ헬로비전의 가입자 중 다른 이동통신 가입자들이 아무런 대가없이 SKT로 옮기지 않을 것이고, 다른 이동통신사들도 가입자를 유치하는 건 마찬가지라는 게 SK의 해명이다.
방송시장 황폐화나 통신시장에서의 독점점 지배력이 강화 될 것이라는 건 기우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SK는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3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 앞장설 계획이라는 입장도 내세우고 있다.
SKT관계자는 "방송사나 다른 통신사들의 반대이유대로라면 방송시장이나 통신시장이 이대로 가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아무런 변화도 없이 어떻게 세계적인 흐름에 맞서겠다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SK의 지배력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서는 "통신의 지배력이라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가입자를 뺏기고 싶지는 않다"라고 말해 지금의 구도를 유지하는 데 초점이 있다는 걸 부인하지는 않았다.
▶ 앞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서 결정되게 되나?=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1일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에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과의 M&A 인가를 신청했는데 이미 110일이 지났다. 인수합병 심사가 최장기간 걸리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절차는 금명간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기업결합 심사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전 동의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방통위는 사전 동의를 위해 별도의 심사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그 이후 미래부가 정책적 판단에 따라서 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동일한 정부내 절차니까 청와대의 입장이 중요하다고 본다. 방통위 고삼석 상임위원은 "정부부처별로 다른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은 청와대가 키를 잡고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방송계와 통신업계에서는 미래부를 관장하는 청와대 조신 미래전략수석이 SK브로드밴드 사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SKT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심사가 객관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상파TV방송들은 SKT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불허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면서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고, KT와 LGU+는 통신시장의 공정경쟁이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서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 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신규투자를 촉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조건부 승인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