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강대강 대결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23일 중대보도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제거를 위한 '정의의 보복전'에 나서겠다고 위협했다.
조평통은 '청와대 초토화'와 '불바다' 등을 운운했고 빈말이 아니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최근 중·단거리 미사일과 신형 방사포를 잇따라 시험발사했고 '서울해방작전'을 거론하는 등 협박 강도를 단계적으로 높여왔다.
이런 가운데 조평통 중대보도라는 이례적인 형식을 통해 박 대통령 '제거'라는 '말폭탄'을 터뜨리며 수위를 최고조로 올린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북한 도발시 단호하고 가차 없는 응징 방침을 재천명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이러한 막무가내식 위협을 통해 국가안보와 평화를 지키려는 우리 정부와 국민의 단합된 의지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명백한 오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비열하고 천박한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은 이달 초 역대 최대 규모의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될 때부터 예견됐다.
한미 양국은 역대 최강의 경제제재 뿐만 아니라 사실상 군사적 압박까지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의 군사적 자원을 고갈시키는 한편 김정은 지도부의 허점을 파악하고 실수를 유도해내려는 전략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F-22 전폭기와 핵잠수함 등 미군의 첨단 무기가 대거 동원되고 '평양진격훈련'이나 '참수작전' 등의 작전(훈련)명이 부여된 것도 북한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문제는 우발적 무력충돌 가능성이 전례 없이 높아지는 현실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자신들이 내뱉은 말은 어떤 식으로든 결행해왔다는 점에서 북한의 위협을 가벼이 볼 수만은 없다"며 "(3차 핵실험이 있던) 2013년보다도 상황이 안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위기 상황이 만연해진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 측이 바라보는 한반도 정세는 더욱 어둡다.
진징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는 최근 국내 언론 칼럼에서 "심히 우려스럽지만 이제 화살은 활시위를 떠난 것 같다"며 남북관계가 마지노선을 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남북간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의 확전 가능성도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때만 하더라도 F-15K 전투기가 원점타격을 주저한 책임을 놓고 진실 논란을 낳았지만 결과적으로는 확전을 피했다.
하지만 그에 따른 '학습효과'로 앞으로는 일선 지휘관들이 문책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전략적 판단과 고려 없이 즉각적 보복을 명령할 공산이 크다.
최대 고비는 다음달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과 4.13총선을 전후가 시기가 될 전망이다.
미국과 영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위성사진 판독 등을 통해 북한이 조만간 5차 핵실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다음달 말까지) 한미군사훈련이 진행되는 동안은 저강도 무력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5월 당대회 이전에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 가운데 하나를 감행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발적 사태나 돌발적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남북관계를 관리하는 능력이 상당히 중요한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