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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지➈ 전주병] '전주 토박이'인가 '돌아온 탕자'인가

정치 일반

    [격전지➈ 전주병] '전주 토박이'인가 '돌아온 탕자'인가

    • 2016-03-25 06:00

    김성주 VS 정동영

    이번 총선에서 고등학교에 이어 대학교 전공까지 같은 고향 선후배가 치열하게 겨루는 곳이 있다. 국민의당 정동영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후보가 적으로 만난 전라북도 전주병(구 덕진)이다. 이들은 전주고, 서울대 국사학과 출신인데다, 과거 새정치국민회의 시절부터 10년간 함께 지낸 정치적 동반자였다.

    전주는 전통적인 야당텃밭으로 정 후보가 출마하기 전까지만 해도, 현역의원인 김성주 후보의 당선이 유력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동영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후, 민심은 요동치고 있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가 치열한 접전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전주병 유권자들은 제1야당의 현역 의원이냐, 신생 야당의 ‘거물’이냐를 놓고 어려운 고민에 빠졌다.

    ◇ 김성주 “정동영, 고작 8년 살고 전주를 어머니라고 외쳐”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후보

     

    지난 22일 오후 1시 덕진구 우아1동 상가 앞에서 김성주 후보를 만났다. 8,9대 전북 도의원을 거쳐 19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그는 대학시절을 제외하고는 전주에서만 살아온 ‘전주 토박이’다. 그는 “정동영 후보는 고작 8년 살고 전주를 어머니라고 외친다. 엄밀히 따지자면 어머니는 고향인 순창에서 외쳐야 하지 않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서 “정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제2인자로서 승승장구할 때도 전주를 위해 한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 지금 힘없는 제 3당으로 나와서 전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제는 지역주민들이 달라졌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차근차근 밑바닥부터 밟아온 행보를 주민들이 잘 알아주신다. 과거의 향수 때문이 아니라, 인물의 성과와 미래 비전을 보는 분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장 큰 성과로 국민연금공단의 기금운용본부를 전주로 이전시킨 것을 꼽았다. 그는 “580조의 기금을 운용하는 곳이 전주에 들어서게 됐다는 건, 전주가 금융도시 비전을 갖게 된 것”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앞으로도 기금본부가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전주를 ‘금융중심지’로 지정해 정부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정동영 “전주 떠난 것에 늘 송구”

    국민의당 정동영 후보

     

    같은 날 덕진구의 체련공원에서 만난 정동영 후보는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하고 있었다. 그는 그동안 지역을 떠난 것에 대해 “늘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는 전주를 떠난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해 왔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정 후보는 당시 통합민주당 소속으로 서울 동작을에 나와 낙선했다. 바로 다음해 재선거에서는 탈당해 덕진으로 돌아와 70%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된 뒤 복당했으나, 19대 총선에선 중앙당의 요청으로 서울 강남을에 출마해 또 다시 고배를 마셨다. 이후 2015년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모임 소속으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으나 또 실패했다.

    '왜 다시 전주냐'는 질문에 그는 “어머니 같은 곳”이라고 했다. 이어 성경의 '돌아온 탕자' 얘기를 꺼냈다. “둘째 아들이 집을 나가 재산을 탕진하고, 굶어죽게 되기 직전에 집에 돌아온다. 아버지는 아들을 따뜻하게 맞아준다”고 했다. 전주를 떠나 고생한 정 후보를 받아줄 것이라는 믿음의 표현이었다.

    지역 민심이 예전같지 않다는 지적에 그는 ‘애증’일 것이라고 답했다. “뽑아줬는데 두 번이나 갔다. 서운한 마음을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또 고향 후배인 김성주 후보와의 경쟁이 형제간 진흙탕 싸움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김 후보자가 원래 정세균 사람이지, 내 참모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지역 공약으로는 “관광도시 육성을 통한 자영업 살리기”를 꼽았다. 그는 “전주를 동양의 밀라노로 만들어 전주를 잠깐 구경하고 떠나는 곳이 아니라 먹고 자는 관광지로 만들 것이다. 그게 자영업자들을 살리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 김성진 “힘 있는 여당에게도 기회를”

    새누리당 김성진 후보

     

    야당 후보자의 경쟁이 치열한 양상이지만, 이 뒤를 쫓고 있는 새누리당 후보자도 있다. 서해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25년을 보낸 김성진 후보다.

    같은 날 덕진구에 있는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그는 “전주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는 건 대통령되는 것보다 힘든 일”이라고 웃었다. 그럼에도 도전장을 내민 이유에 대해 “힘 있는 여당 국회의원이 전주의 설움을 씻어주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공약으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탄소산업 육성’을 javascript:;꼽았다. “덕진에 탄소벨리를 만들어 앞으로 미래 산업인 탄소산업을 발달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야당 국회의원들이 너무 안일했다. 지난 30년 간 전주는 소외되기만 했다”고 꼬집었다.

    김 후보자도 김성주, 정동영 후보와 같은 전주고 출신이다. 두 후보에 대해 “모두 존경하고 좋아하지만, 정동영 선배는 초심을 잃고 정당정치에만 치중해 안타깝다. 김성주 후배는 아무래도 야당이고 초선이기 때문에 지역 사업을 행하는데 힘이 부족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 “미워도 손이 간다, 정동영” vs “옛정만으론 안 돼, 김성주”

    인지도에서는 정동영 후보가 우세한 편이다. 금암동의 김 모(남.70)씨는 “정동영은 대통령 후보였다. 김성주 의원이 잘하긴 했어도, 골수팬들이 많아서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대학교 앞에서 만난 또다른 김 모(남.54)씨도 “중앙정치에서 목소리 펼 때 정동영이 더 나을 것”이라고 지지했다.

    반면 정 후보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많았다. 김 모(여.26)씨는 “정동영 후보는 왔다 갔다 해서 좋게 안 보인다. 선거 때만 전주 내려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 모(남.27)씨 또한 “정동영 후보자의 행태를 보면 전주는 버림받은 느낌이었다”고 섭섭함을 드러냈다.

    정 후보에 비해 김 후보의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지만 그동안의 행보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신 모(남.56)씨는 “김성주 의원은 주말마다 마을 행사에서 많이 봤다. 정동영 후보는 지지했지만 힘이 있을 때조차도 지역에 힘써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김 모(여.63)씨는 “지역을 떠나있던 정동영보다 지역에서 오래 일한 김성주가 낫다. 유권자도 이제 냉철해졌다”고 했다.

    야당 텃밭이지만 야당에 대한 불신도 나타났다. 전주가 호남, 광주에 비해 저개발 되었다며 야당이 무능했다는 회의감도 존재했다. 송 모(남.37)씨는 “그동안 야당 의원이 전주를 위해 한 게 없다. 돈 잘 끌어오는 여당을 찍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야당 텃밭인 전주에서 결국 민심은 정동영 동정론과 심판론 사이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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