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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의료진 '지카 보호구' 필요없다는 당국

    美CDC는 "귀찮아도 수칙 지켜야" 권고…'최악 상정' 방역대응해야

    지난해 메르스 사태 당시 확진환자 치료를 맡은 의료진들이 감염을 막기 위해 보호구를 착용한 모습.

     

    지카 바이러스 확산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게 WHO(세계보건기구)의 최근 판단이지만, 우리 보건당국은 그리 심각하지 않다는 점만 강조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24일 '지카 바이러스 오해와 진실'이란 자료를 내어 "감염된 모든 임신부가 소두증이 있는 아이를 출산하는 게 아니다"라며 "소두증 유발 원인이나 뚜렷한 발병 경로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임신중 감염, 알코올, 유해물질 노출, 심한 영양실조 및 염색체 이상 등으로도 소두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실상 다른 변수들과 '동급'에 뒀다.

    질본은 한국인 첫 지카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확인된 지난 22일에도 "해외 유입 사례일 뿐 국내 전파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감염되더라도 그리 위험하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정기석 본부장은 "브라질, 콜롬비아도 기저질환이 있어서 원래 약한 사람틀을 빼놓고는 사망자가 1명이나 3명 수준으로 매우 낮은 상태"라며 "즉 치명률이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같은날 WHO가 발표한 공식 입장은 사뭇 다르다. 마거릿 챈 사무총장은 "알면 알수록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며 "전세계 공중보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원인으로 변했다"고 강력 경고했다.

    지카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환들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다양하고 심각하다는 것이다.

    WHO의 안토니 코스테요 모자보건국장도 "기존 연구에선 지카 감염 임신부가 소두증 아기를 낳을 확률이 1% 미만이었지만, 최근 브라질 사례 조사에서는 뇌 손상으로 이어진 비율이 38%에 달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국내 방역당국이 국제적인 우려와 동떨어진 인식을 보이고 있는 대목은 이뿐만이 아니다. 감염 환자를 통한 의료진 전염 가능성에 대해서도 안이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기석 본부장은 첫 감염 환자 확진 당시 기자들의 질의에 "의료진 보호장구는 필요하지 않다"며 "남미나 미국에서도 보호장구를 착용한 의료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우리도 국제적 추세에 맞춰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4일 "의료진도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성에 주의해야 한다"며 "정해진 모든 예방 조치들을 철저히 시행하라"고 강력 주문하고 나섰다.

    CDC는 특히 "분만실 의료진이 보호장비 착용을 불편하다고 여겨 일상적으로 수칙을 잘 지키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수칙 준수를 권고했다. 미국내 감염병 표준예방준칙에는 마스크와 고글, 이중장갑 같은 개인 보호구 착용에 대한 조항이 명시돼있다.

    상대적으로 '느슨한' 국내 방역당국의 대응 수위는 국민들에게 지나친 불안감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지난해 겪은 메르스 사태의 교훈에서 보듯, 불안감 해소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 공유'와 '최악을 상정한 방역 대응'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감염병 전문가는 "지카 바이러스가 어떤 질병들을 유발하는지도 분명하지 않은 데다, 백신이나 치료제도 전무한 상황"이라며 "당국이 메르스 때처럼 가설에 의존해 방역망을 운용하는 전철만큼은 밟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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