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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뉴스] 교수 숨소리까지 녹음, 대학가에 무슨일?

교육

    [훅!뉴스] 교수 숨소리까지 녹음, 대학가에 무슨일?

    앵무새라야 A+, 대한민국 상아탑의 민낯

    강의가 기자회견? 노트북 '다다다'
    휴대폰에 녹음, 녹음파일은 거래까지
    "교수님 말투로 답안 써야 A 맞아"
    객관식 시험 대세…외국大와 거꾸로
    서울대 A학점 87% "무작정 외워"
    교수들, 연구실적 때문 강의는 뒷전
    "대학입시부터 주관식으로 바꿔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민철 CBS 기자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 코너. 기자가 훅 파고든 뉴스의 진실 '훅!뉴스' 시간, 오늘도 권민철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기자 어서 오세요.

    ◆ 권민철>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3월의 마지막 금요일인데, 무슨 주제 준비했나?

    ◆ 권민철> 신학기를 맞아서 제가 서울의 한 대학을 다녀왔는데…. 현장음 한번 들어보고 훅뉴스 시작하겠습니다.

    ◇ 김현정> 이건 강의실 소리 같네요?

    ◆ 권민철> 맞아요. 그런데 교수의 목소리 중간에 나는 소리가 들리나요?

    ◇ 김현정> 노트북 자판 두드리는 소리인가요?

    ◆ 권민철> 네. 학생들이 노트북으로 부지런히 수업 내용을 타이핑하고있는 모습입니다. 이 소리가 좀 생소하다는 분들 계실 겁니다. 저처럼요. 오늘 훅뉴스는 이렇게 많이 바뀐 대학교 수업에 관한 겁니다.

    ◇ 김현정> 대학교 수업에 관한 것? 무슨 말씀 하실지 궁금해지는데…. 저도 볼펜으로 필기한 세대라 타이핑 소리가 굉장히 어색한데. 노트북이 많이 보급돼서 노트북으로 찍는 모양이에요?

    ◆ 권민철> 강의 내용을 한자라도 빠뜨리지 않으려는 학생들의 필요가 반영돼 나타난 현상입니다. 심지어 교수의 숨소리까지도 필기한다고 한다. 학생들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교수님이 하시는 잡담 같은 것도 나중에 기억을 잘하기 위해서 최대한 받아적어요…."
    "나도 그렇게 필기를 미친 듯이 할지 몰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썼다."
    "가끔 필기한 걸 보면 교수님의 말투가 묻어나오는 정도까지 적는다."

    ◆ 권민철> 이러다 보니 요새는 강의를 아예 통째로 녹음하는 게 트렌드로 자리잡았다고 합니다.

    ◇ 김현정> 강의를 녹음해요? 녹음기로요?

    서울의 한 대학 강의실. 책상마다 강의녹음용 스마트폰이 놓여있다. (사진=문규리 인턴기자)

     

    ◆ 권민철> 녹음기도 있고, 대부분은 스마트폰으로 녹음을 합니다. 앞서 소리로 들으신 그 강의실에는 80명 정도 앉아있었는데, 줄잡아 50명 정도가 녹음을 하고 있었습니다. 책상위에 스마트폰이 줄줄이 켜져 있는 광경도 상당히 낯설었습니다. 박서인씨의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제 주위는 거의 다 녹음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교수님 말씀 놓치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선 녹음만한 게 없고, 그래서 학생들이 책상위에 핸드폰이 엎어져 있는 상태로 놓여져 있는데, 그걸로 녹음하는 학생들이 많은거죠…. 용산전자상가에서 파는 전문 녹음기를 사와서, 녹음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 김현정> 전문 녹음기로 녹음하기까지? 이 학교가 유독 독특한 겁니까? 아니면 전반적인 트렌드에요?

    ◆ 권민철> 뒤에서 제가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만 다른 학교, 그러니까 서울시내 모든 학교가 똑같다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강의 녹음파일이요. 심지어 거래까지 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아니 누구나 녹음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 권민철> 하지만 결석을 하면 녹음을 못하겠죠. 서울의 한 여자대학에서는 녹음파일이 5000원~5만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 학교 한 학생의 이야기입니다.

    "친구가 아파서 학교를 못나왔을 때 그 친구가 수업을 따라갈 수 있도록 녹음을 해주기도 하고. 녹음에 대한 거래도 많이 이뤄지고 있고요. 사례를 받으면서. 녹음 거래는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3월 몇일 금요일 무슨 교수님 무슨 수업, 녹음 구합니다. 사례 있습니다. 하면 매시간 녹음하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요."

    ◇ 김현정> 야 의외네요. 녹음한 거 삽니다, 팝니다하고 거래가 올라올 정도로?

    서울의 한 여자대학 온라인커뮤니티. 강의녹음파일 거래희망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캡처)

     

    ◆ 권민철> 이러다보니 이제는 더 깨끗하게 녹음하기 위해 강의실 앞자리를 서로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도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 김현정> 이색적인 풍경인건 분명하고. 한편으로는 대학생들이 이렇게까지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구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게 대학교 수업이 맞나? 참 씁쓸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 권민철> 교수는 떠들고. 학생은 그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받아 적는 이 주입식 강의. 이게 지금의 대한민국 대학교육의 현주소입니다.

    ◇ 김현정> 토론이나 논의보다는 일방적으로 교수님이 설명하고. 우린 받아쓰고 암기한다? 우리 대학 강의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나요?

    ◆ 권민철>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게 아마도 취업난이겠죠? 취업을 위해선 학점이 중요하고. 학점을 잘 따려면 시험을 잘 봐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필기와 암기가 중요하고, 그러다 이렇게까지 된 거 같습니다.

    ◇ 김현정> 암기위주의 대학교육. 그 중심에는 학점을 잘 따기 위한 시험이 있다는 이야기네요?

    ◆ 권민철> 바로 그렇습니다.

    ◇ 김현정> 시험이 대체 어떻게 출제 되길래요?

    ◆ 권민철> 초, 중, 고등학교에서나 있던 객관식 시험이 대학에도 이미 자리 잡았습니다. 서울 소재 대학에서 객관식 시험 안보는 곳을 찾아보려 했지만 찾기 어렵습니다. 주입식 교육이 대학에서도 횡행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죠. 한 학생의 이야기 들어보죠.

    "모든 문제를 객관식으로 낸 수업이 있었는데. 애들이 그 교수를 꿀이라고 해. 이유는 프린트만 기하면 돼서…."

    ◇ 김현정> 꿀이다? 교수님이? 이게 무슨 말인가요?

    ◆ 권민철> 저도 처음 들었는데. 요즘 대학생들 표현으로. 누워서 떡먹기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 김현정> 객관식으로 시험 전체를 내니까 '꿀'이다. 누워서 떡먹기다? 그렇다고 논술, 서술식 시험 출제가 없다는 건 아니겠죠?

    ◆ 권민철> 물론입니다. 그런데 그 경우라도 교수의 말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적어내야 좋은 성적을 얻는다고 합니다. 방금전 학생의 이야기 다시 들어보죠.

    "교수님이 거기 중에서 분명히 시험에 내시니까 그대로 답 쓰면 점수를 아주 잘 받는다고 말을 해주더라고요. 교수님이 원하시는 대로 답을 쓰는 아이들이 점수를 많이 받는 걸로 알고 있고…. 본인과 생각이 다르면 틀렸다고 채점하기도. 그런 분들 같은 경우에 제 입장은 굽히고 성향에 맞게…."

    ◆ 권민철> 사실 외국 대학시험이 아니라 고등학생 시험에서조차 지문과 다르게 표현하도록 하는데 우리 대학은 똑같이 써야…. 그러니까 앵무새가 되라고 강요하고 있는 꼴인거죠. 순응식 교육으로 과연 사고력을 키울 수 있을지. 그렇게 해서 무슨 비판적 소양을 기르고, 어떻게 창의적 인재로 클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 김현정> 이게 이 대학만의 일이었으면 참 좋겠는데. 권 기자 이야기로는 일반화돼 있다는 이야기잖아요?

    ◆ 권민철> 제가 짧은 시간에 객관적 데이터를 가지고 조사를 할 수는 없었고요. 다만 '교육과 혁신연구소' 이혜정 소장의 연구결과를 소개를 하겠습니다.

    ◇ 김현정> 어떤 조사인가요?

    ◆ 권민철> 이 분이 2011년 무렵에 서울대에서 전과목 평균 4점(4.3점 만점) 이상 학생 150명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46명을 조사한 결과 '수업 시간에 교수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받아 적는다'고 답한 비율이 87%(40명)나 됐습니다. 그러니까 무턱대고 받아 적고 외워야 4점을 맞는다는 얘기죠. 이혜정 소장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학점을 잘 받는 비법이 굉장히 수용적인 학습자여야지만 가능했던, 그러니까 굉장히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학습자들일수록 학점 받기가 어려운 그런 경향성이 너무나 뚜렷했습니다. 교수님의 의견의 논리의 흐름, 용어, 단어, 관점. 모든 것을 그냥 교수님의 의견을 혹은 교과서의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고 그대로 기억하고 이해해서 나중에 암기해서 그대로 토해내는 방식의 그런 수용, 지식을 그냥 흡수하는 그런 수용이죠. 그런데 거기에 자기만의 관점, 다른 관점, 다른 생각, 비판, 창의 이런 것은 끼어들 여지가 없었던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시험을 열심히 들었다는 거 보다는 들은 그대로 자기 생각 없이 적어내야 학점이 잘 나오더라, 이런 이야기에요?

    ◆ 권민철> 창의적으로 답안을 써 냈더니 오히려 점수가 떨어지더라. 그래서 점수가 좋은 다른 학생들처럼 받아적고 외웠더니 점수가 높아졌다. 대체로 그렇게 응답을 했다는 거죠.

    ◇ 김현정> 이거를 교수님들이 다른 방식으로 시험을 내고 유도하면 안 됩니까?

    ◆ 권민철> 교수들은 교수들대로 또 할 말이 있더라구요. 예를 들어 학생들이 토론식 강의를 아주 싫어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학생들이 빠져나간다는 겁니다. 중고등학교에서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져 왔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이겠죠.

    ◇ 김현정> 하긴 학생들도 점수 안나오면 교수들에게 따진다고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 권민철> 그래서 뒤탈 없이 교수들이 객관식 시험 같은 걸 선호한다고 합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교수들이 강의와 학생평가에 신경을 못쓰게 만드는 이런 대학 환경이 그런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서울대 오세정 교수(물리천문학부)의 이야기입니다.

    "교수를 평가할 때 결국은 연구업적으로 평가가 되거든요. 교수 입장에서는 승진을 하거나 성과급을 받을 때 연구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강의에는 신경을 덜 쓰고, 시간을 덜 쓰게 되죠. 워낙 바쁘고 연구에 프레셔가 많으니까 시간을 자꾸 교육에 덜 쓰는데, 그래서 대학에서도 교수들이 교육에 신경을 쓰도록 평가제도를 바꿔야겠고, 대학이 제일 중요한 게 학생을 가르치는 거 잖아요."

    ◇ 김현정> 학생들은 학점에 교수들은 연구성적에 몰두해 있는 상황이라는 거에요.

    ◆ 권민철> 녹음 컷에 넣지는 못했지만 오교수 말로는 미국방식을 고려해 볼만 하다고 하더군요.

    ◇ 김현정> 미국 방식은 어떻습니까?

    ◆ 권민철> 미국의 방식이 꼭 좋은 건만은 아니겠지만, 가령 예습을 의무화 하는 거는 배울만 한 거 같습니다. 그래야 토론이 가능하고, 그래야 수업이 깊이 있게 진행되고요. 학생 평가도 절대평가, 그러니까 교수의 재량권이 많다 보니까 학점 가지고 논란이 생길 여지가 좁고요, 취업 때도 학점보다는 다른 경력을 높이 평가하니까, 학생들이 학점에 목매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도 우리와 다릅니다. 미국 위스콘신대(밀워키) 김상현 교수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학생이 정 원하는 점수를 받지 못해 기말에 찾아오면, 그 학생한테 다른 어떤 얼터너티브(대안)를 줄 수 있거든요. 왜냐면 상대평가가 아니기 때문에. 제가 원하는 것은 그 학생이 이 분야에 대해 충분히 공부를 했느냐 안했느냐. 그걸 가지고 점수를 주면 되는 거기 때문에 채점 기준을 그렇게 명확히 할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 김현정> 결국 문화, 학습의 풍토가 중요하다는 거네요?

    ◆ 권민철> 이런 문제 제기가 그동안 계속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바뀌지 않고 있는 게 바로 그 때문일 겁니다. 또 지금과 같은 교육방식으로 학생들이 어떤 능력을 얼마나 배양됐는지 측정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런 것도 없고요.

    ◇ 김현정> 그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우리 현실에서 이걸?

    ◆ 권민철> 커리큘럼이나 교수법, 교수평가 같은 걸 개혁해야합니다. 가장 먼저 수능시험부터 주관식이나 논술형으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그러면 대학은 물론 중고등학교 교실 수업부터 바뀌겠죠.

    ◇ 김현정> 이상적이긴 한데 정말 될지 모르겠어요.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같은 게 있기는 있습니다만?

    ◆ 권민철> 맞아요. 하지만 수능시험이 주관식으로 가면 채점을 가지고 논란이 있을 수 있겠죠. 그러니까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가능하겠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도 한해 70만명이 주관식으로 대학입시를 치르지만, 채점 논란은 없거든요. 우리나라 대입 수험생은 이보다 작습니다. 우리도 채점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일본도요 이런 문제의식에 따라 주관식 대학입시를 도입을 하고 있거든요. 우리나라도 교육 개혁이 될 수 있도록 청취자들 관심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 김현정> '교사는 한번에 한 아이를 바꿈으로써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있지 않나요. 교사들, 또 교육계 종사자들 오늘 아침 많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 말을 한 번 더 음미해 주셨으면 합니다. 오늘도 권민철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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