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 36살 직장인 김근수씨는 "어쩌다보니 1년정도 백화점을 한 번도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쁜 일과 탓도 있겠지만 일상생활에서 굳이 가야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의류는 주로 저렴한 인터넷 쇼핑을 이용하거나 가끔 아울렛을 방문했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백화점 구경을 한게 기억이 잘 안난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 29살 전문직 이지영씨도 백화점 방문 횟수가 몇년새 크게 줄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이씨는 "예전엔 딱히 살 물건이 없어도 백화점 세일 기간에 자주 방문했지만 요즘은 세일을 자주하기 때문에 크게 메리트를 못느낀다"며 "쇼핑보다는 친구들과 식당을 가거나 카페를 갈때 백화점을 이용하는게 더 많다"고 전했다.
온라인 쇼핑몰 시장의 급성장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할 요인이 줄면서 백화점 업계의 고민이 깊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시장이 커지면서 기존 오프라인 쇼핑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통적인 쇼핑에 대한 인식의 틀이 깨지는 분위기 속에서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고민은 같다. 하지만 백화점마다 해법은 제각각이다.
롯데백화점은 거리거리로 매장을 좁혀 파고들어가는 전략을 선택했다. 젊은이의 거리 홍대에 25일 출점한 패션 전문점인 '엘큐브'가 그 첫 시도이다. 엘큐브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앞에 20, 30대가 관심을 가질 만한 패션 브랜드를 여럿 입점시킨 의류 편집매장으로 총 21개 브랜드가 입점한다.
모든 것을 총라해 한 곳에 모아놓는 백화점 본연의 틀을 깨고 소형화 매장을 거리 곳곳에 배치시킨다는 분산 전략이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안에 홍대 인근에 엘큐브 2호점을 추가로 출점하고 향후 생활용품,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전문점 브랜드를 새로 도입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접할 수 있는 '복고 캐릭터 마케팅'으로 주목을 받았다. 백화점 곳곳에 8.90년도에 유행하던 영국 캐릭터 '월리'를 설치하고 함께 사진을 찍어 인증하면 혜택을 주는 독특한 마케팅이었다. 40~50대에게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호기심을 느끼면서 대박이 났다. 행사 기간 동안 매출 신장률은 3.8%, 고객수는 13.2%가 늘었고 4000장 한정판으로 제작된 월리 카드는 출시 직후 완판됐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월리 마케팅을 통해 오프라인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다시 SNS 등 온라인으로 홍보하는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대형 복합쇼핑몰로 해법을 찾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평소 "백화점이 야구장, 놀이공원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온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놀이공원처럼 즐기러 오는 문화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신세계는 각 지점들의 매장 크기를 늘리고 시설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신세계는 강남점을 서울 시내 가장 큰 면적으로 신축한데 이어 오는 9월 하남에 국내 최대 크기의 쇼핑테마파크인 '스타필드 퍼스트 하남'을 오픈한다. 규모면에서 하남점은 연면적 45만9498㎡(13만8900평, 지하4층~지상4층), 부지면적 11만7990㎡(3만6000평)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복합한 쇼핑공간이 아닌 쇼핑, 요가, 레저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플랫폼으로 고객의 체류 시간을 몇시간 더 늘린다는 계산이다.
대형화, 소형화부터 복고 캐릭터 마케팅까지 오프라인 매장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백화점의 튀는 변신은 계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급변하는 젊은이들의 소비 성향을 냉철하게 분석해 빠르게 변화해야 백화점 업계가 정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