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은 상대성이론과 함께 현대물리학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도 “양자역학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양자역학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약 100년 가까이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분야이다. 일반인들은 양자역학에 대해 관심과 흥미는 있지만 쉽사리 덤비지 못하는 편이다. 어렵기로 악명이 높은 양자역학을 ‘콕 찔러보고’, ‘한 번 더 찔러보듯’ 가볍게 접근하며 핵심을 명쾌하게 짚어서 이야기를 하는 책은 어디 없을까?
신간 『과학하고 앉아있네 4: 김상욱의 양자역학 더 찔러보기』는 지난해 출간된 『과학하고 앉아있네 3: 김상욱의 양자역학 콕 찔러보기』의 심화편이다.
부산대학교 물리교육과 김상욱 교수가 양자역학이라는 어려운 주제에 대해 명쾌하고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과학하고 앉아있네 3: 김상욱의 양자역학 콕 찔러보기』에서는 짧은 시간 안에 양자역학의 핵심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실제로 고전물리학부터 양자역학까지 대학교 몇 학기 분량의 물리학 강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해를 돕는 다양한 이미지, 어려운 내용을 보충하여 설명하는 팁박스 등을 통해 물리학이나 양자역학에 대한 사전 이해가 없는 독자들도 두려움을 갖지 않고 재미있고 기묘하고 심오한 양자역학의 세계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양자역학의 본질적인 이야기를 좀 더 심화해서 다루는 『과학하고 앉아있네 4: 김상욱의 양자역학 더 찔러보기』에서는 양자역학의 가장 어려운 개념인 ‘국소성’과 ‘실재성’, ‘실재한다’라는 양자역학적 의미 등의 이해를 돕고자 영화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빨간 알약, 파란 알약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이 빨간 알약과 파란 알약으로 간단한 양자역학 실험을 진행하면서 측정하기 전의 실체는 어떤 것인가에 대해 쉽게 설명한다. 양자역학의 본질을 꿰뚫으면서 김상욱 교수의 철학적인 깊이가 덧붙여진 명쾌하고도 깊이 있는 양자역학 안내서이다.
900자로 이해하는 기발한 양자역학 소개글쓴이: 저자 김상욱 교수[양자역학은 원자를 설명하는 학문이다. 원자는 그 크기가 1억 분의 1센티미터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극미의 세계에서는 일상의 세상과 완전히 다른 법칙이 지배한다. 일상에서 물체인 야구공과 소리는 완전히 다르다. 야구공은 입자로서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소리는 파동으로서 사방으로 퍼져가며 여기저기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양자역학이 보여주는 놀라운 특성은 원자가 입자의 성질과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다는 것이다. 이를 이중성이라 부른다. 입자로서의 원자는 질량을 가지며 속도를 가지고 움직인다. 파동으로서의 원자는 동시에 여기저기 존재하며, 하나의 원자가 둘로 갈라졌다가 다시 만나며 간섭할 수 있다.
원자가 이중성을 갖는다는 것은 기존의 물리법칙과 모순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데,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게 된다. 현재 양자역학의 표준해석을 코펜하겐 해석이라 부른다. 이 해석에 따르면 원자와 같은 미시세계의 대상들은 측정하는 행위가 대상의 성질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 때문에 원자의 위치나 운동량과 같은 물리량들을 동시에 정확히 결정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이를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라 부른다. 불확정성원리는 측정기술의 한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가진 본질적인 한계이다. 이런 한계 때문에 자연을 완벽하게 기술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며 이 때문에 물리학에 비결정론이 도입된다. 즉, 원자와 같은 미시세계에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며 오직 확률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양자역학은 물리학뿐만 아니라 자연을 이해하는 철학 전반에 심오한 영향을 주게 된다. 양자역학의 등장으로 인류는 원자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화학, 분자생물학, 유전공학, 재료공학, 전자공학, 컴퓨터, 인터넷 등과 같은 20세기의 모든 첨단 과학기술의 밑바탕이 된다.]
본문 중에서자, 여기에 아이스크림이 있다고 해봅시다. 아이스크림의 맛을 알고 싶어요. 그러면 아이스크림의 일부를 떼서 입에 넣어야만 그 맛을 알 수가 있겠죠? 자, 그렇다면 아이스크림을 조금도 먹지 않고, 그러니까 아이스크림에 전혀 변화를 주지 않고 그 맛을 알 수 있을까요? 혀만 살짝 대서 아주 조금만 먹었어도 현미경으로 본다면, 또는 100만 분의 1그램까지 측정할 수 있는 정밀한 저울로 그 차이를 재면 변화를 알 수 있겠죠. 아이스크림은 이해가 쉬우실 텐데, 우리가 보는 것에 대해서는 좀 다른 것 같아요.본다는 것은 빛이 물체에 부딪혀 튀어나온 후 우리 눈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빛이 물체에 부딪히는 동안 교란이 전혀 없을 수는 없어요. 물론 대부분 물체는 너무 무거워서 빛에 맞더라도 별영향을 받지는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말이죠. 아이스크림을 맛볼 때에도 아이스크림을 교란하지 않을 방법이 없는 것처럼, 어떤 물리량일지라도 측정을 하려면 그 대상을 아주 조금이라도 교란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4권/ 47-48쪽
내가 달을 볼 때, 양자역학에서 왜 바로 그 순간에 달이 거기에 나타났다고 이야기를 할까요? 측정의 과정에서 대상이 필연적으로 교란을 받는다면, 내가 본 달의 모습이 원래의 모습인지 교란을 통해 바뀐 모습인지 알 수 없게 되죠. 결과만을 알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관점에서는 실체가 없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측정이 교란을하기 때문에 그 전에 어디에 있었는지를 모르는 겁니다. 하지만 교란을 하지 않는다면 상황이 다릅니다. 봤을 때 거기 있다는 이야기는, 보기 전에도 거기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있는 거예요. 당연한 걸 설명하자니 말이 꼬이네요. 암튼 이 경우는 결과가 대상의 본질을 그냥 드러내는 역할만을 합니다. 대상은 실체로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죠. 아인슈타인이 실체를 이런 식으로 정의하려 했다는 것은 이미 양자역학의 측정문제를 염두에 둔 겁니다. 실체의 정의에 대한 이런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이제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이 그 자체로 불완전하다는 것을 보여줄 겁니다.
4권/ 64-65쪽
나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가 존재하나요? 우리가 매트릭스 안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일 수도 있죠. 양자역학이 말한 대로 정말 모든 것이 측정하는 순간에 만들어지는 거라면, 그 전에 대상이 존재했는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대상에 대한 실재성에 의심이 가는 거죠. 저희가 마지막으로 정리할 것이 바로 실체라는 것의 의미가 무엇일까 하는 것입니다.
양자역학에서는 대상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대상을 관측해야 합니다. 만일 내가 우주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요. 양자역학에 따르면 저는 우주 밖으로 나가야 됩니다. 우주 안에서는 결코 우주를 다 알 수가 없습니다. 최소한 나 자신을 뺀 우주의 나머지를 알 수 있을 뿐인데, 우주 전체에서 나를 뺀 나머지 우주가 전체 우주와 같을지는 잘 모르기 때문이죠. 우주 밖으로 나가서 본다는 게 무슨 말이죠? 우주의 정의는 밖이 없다는 것이거든요. 여기서 기묘한 모순에 부딪히게 됩니다.
4권/ 71-72쪽
양자역학은 실체나 물질이 아니라 상태 혹은 정보만을 이야기합니다. 양자역학이 말하는 상태는 고양이가 죽어 있는 것도 아니고 살아 있는 것도 아니고, 동시에 죽었거나 산 것도 가능한, 그런 것이 진실이라는 걸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그러면 우리가 실체에 대한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우주는 단순히 양자역학이 이야기하는 정보의 집합체이고, 단지 우주는 그 정보를 계산하는 것뿐이라고 생각 못할 이유가 뭐냐는 겁니다. 그 계산의 알고리즘이 양자역학인 거죠. 그러면 무한히 큰 계산기가 필요하냐? 그렇지 않다는 거예요. 1090비트 메모리로 10122번 계산할 수 있는 컴퓨터가 있다면 우주를 정보로 환원할 수 있습니다. 우리 우주가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될 수도 있다니, 정말 가슴 아픈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4권/ 108-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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