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SK텔레콤[017670]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심사를 위한 자문단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중립 의견을 가진 전문가가 드물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부는 통신 산업 관점에서 CJ헬로비전의 최대주주 변경 인가 심사,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 인가 심사 등을 조언할 10명 안팎의 자문단을 꾸릴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 주 초 기업결합 심사보고서를 공개할 전망이지만, 공정위와 협의해 M&A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하는 미래부는 아직까지 자문단 구성을 마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문단 구성이 미궁에 빠진 것은 통신 전문가 대부분이 이동통신 3사로부터 연구비 등을 지원받은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M&A에 관한 의견도 '오염된' 경우가 많다.
대학교수 등 통신 분야 연구자들이 이통사 용역을 받으며 이른바 '통피아(통신+마피아)'의 한 축을 담당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통사 입김이 센 장학재단 소속이거나 이통사가 운영하는 학술지의 편집위원, 포럼의 핵심멤버인 경우는 매우 흔하다. 이통사 계열사에서 등기이사를 맡은 경우도 있다.
특히 여러 학술단체는 그동안 결합상품, 주파수 등 민감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세미나를 열어 특정 이통사의 이익을 대변해왔다. 이통사가 학자들을 앞세워 대리전을 벌이는 양상이었다.
이번 M&A와 관련해서도 수차례 세미나가 열렸는데, 찬반 의견이 고루 반영된 행사는 매우 드물었다. 이통사들이 사활을 걸면서 전문가들에게 '큰 장'이 섰다는 관측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학계에서 중립 의견이 씨가 마르다시피 했다고 보면 된다"며 "예를 들어 SK그룹에서 연구비 등을 받은 소위 'SK 장학생'만 100여명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국책 연구기관마저 의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최근 2015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 결과를 예년보다 수개월 늦게 발표, M&A 성사에 걸림돌이 되지 않으려고 애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2008∼2010년 SK브로드밴드 사장을 지낸 조신 청와대 미래전략수석비서관, 이인찬 현 SK브로드밴드 사장 등 거물급 인사가 모두 과거 KISDI 연구원을 거쳤다는 사실이 이런 의혹을 더욱 부추겼다.
이번 M&A가 사상 초유의 방송·통신 빅딜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M&A 승인 여부의 키를 쥔 자문단 구성은 공정성 시비를 낳기 쉽고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이슈로 다뤄질 여지가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전문성 있는 분들이 상당수 이통사 용역을 맡아서 자문단 초빙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