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인 지난 27일 전북 익산삼일교회에서 '그 거룩한 상징의 이야기' 십자가 전시회가 열린 가운데 진영훈 목사가 각각의 십자가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임상훈기자)
부활절과 고난주간을 맞아 한국 교회의 모습과 우리 주변의 아픔을 표현한 십자가 전시회가 열려 이목을 끌었다.
부활절인 지난 27일 전북 익산 삼일교회(담임목사 진영훈) 전시장에서는 십자가 전시회 '그 거룩한 상징의 이야기'가 열렸다. 고난주간을 맞아 지난 21일부터 이날까지 우리 시대의 현상, 우리 주변 사람들의 아픔을 표현한 십자가를 비롯해 전 세계의 십자가 등 450여 점이 한데 모인 것이다.
커피콩에서부터 나무, 청동, 철, 돌 등 십자가를 이루는 재료는 각양각색이었지만 각각의 십자가가 담고 있는 뜻은 더 다양하고 의미심장했다.
십자가 하나하나가 모두 보는 이의 관심을 끌었지만, 특히 발길을 붙잡는 십자가들이 있었다.
왼쪽 앞의 큰 십자가가 세월호를 형상화한 '노란십자가', 가운데 뒤틀린 십자가는 '굽은 허리 십자가', 끊어진 검은 나무 양 끝에 십자가가 선 작품은 '벼랑에 세우다'와 '오름'.
'굽은 허리 십자가'. 작가가 뒤틀리고 잘못된 신앙이 예수의 허리를 굽게 만들고 있다며 한국 교회의 현 모습을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진 목사는 "우리가 예수님을 너무 아프게 하고 힘들게 했기에 작가가 톱질을 하고 일부러 상처를 낸 십자가다"며 "우리가 예수님을 너무 잘못 믿어서 예수님의 허리가 굽었다는 걸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와 그 아픔을 상징하는 십자가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십자가를 형상화한 나무의 색이 노란색이어서 명명된 '노란십자가'.
진 목사는 "노란 십자가는 추모 리본을 상징하고 받침이 되는 나무는 세월호를 표현하고 있다"며 "지난해 익산삼일교회에 예배드리러 온 세월호 유가족들이 가장 감동받고 위로받은 십자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벼랑에 세우다'와 '오름'이라는 십자가는 끊어진 두 나무가 합해져 한 작품을 이뤘다.
첫 번째 나무에는 예수를 상징하는 십자가가 위태롭게 나무 끝에 서 있고, 두 번째 나무 끝자락에는 한국 교회와 교인을 상징하는 작은 십자가 두 개가 절벽을 타고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가는 교회 밖으로 밀려난 십자가는 벼랑 위에 선 위기감을 나타내고, 절벽을 기어오르려 애쓰는 십자가는 끊임없이 오르고 오르려는 우리 삶과 힘에 부칠 때 주님을 부르짖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십자가 전시회는 사진을 찍어도 되고, 마음껏 만져도 된다는 특이한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빈부의 양극화는 갈수록 간극을 벌려가고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법제도적 장치 압박은 점점 심해져가는 상황. 이번 전시회는 한국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난주간을 맞아 십자가의 의미를 통해 역할을 고민하는 장이었다는 평이다.
십자가 전시회에는 다른 지역 교회를 비롯해 많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