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안드레 에밋을 상대로 돌파를 시도하는 오리온 조 잭슨 (사진/KBL)
농구 경기에서 승리를 정의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상대보다 1점을 덜 내주면 이기는 경기가 농구이고 상대보다 1점을 더 넣으면 이기는 경기 역시 농구다.
"지금 우리는 두 가지가 안돼. 바로 공격과 수비야"라는 전설의 작전타임을 연상케 하는 말장난 같지만 승리를 정의하는 방식에 따라 팀이 추구하는 스타일과 관전 포인트가 달라진다.
조직적인 수비가 유명한 울산 모비스와 원주 동부가 챔피언결정전을 수놓았던 최근 몇년동안 팬들은 1점을 덜 내주기 위한 농구의 진수를 감상했다. 올해는 다르다. 고양 오리온의 추일승 감독과 전주 KCC의 추승균 감독은 틈날 때마다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분명 이 시리즈는 상대보다 1점을 더 넣기 위한 농구가 펼쳐지고 있는 무대다.
전주 KCC가 이를 증명했다.
1승3패로 벼랑 끝 위기에 몰린 KCC는 지난 27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시종일관 공격적인 라인업을 유지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동안 오리온의 조 잭슨을 전담 수비했던 신명호는 3분 출전에 그쳤고 오리온의 포워드진을 의식해 출전시켰던 정희재와 김태홍은 5차전에서는 코트를 밟지 못했다. 이들은 공격보다 수비와 허슬 플레이에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신 슈터 김지후와 고졸 출신의 신인 포워드 송교창이 나란히 10분 이상 출전했다. 김지후가 들어가면서 오리온의 수비는 외곽으로 분산될 수밖에 없었고 안드레 에밋을 둘러싼 집중 수비도 다소 헐거워졌다.
송교창은 KCC의 부활을 확정지은 4쿼터 막판 결정적인 팁인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KCC가 뒤늦게 해법을 찾은 것이다. 공격으로 찾았다.
KCC는 4차전까지 해결사 안드레 에밋과 수비가 강한 선수들을 함께 내보냈다. 정규리그 때는 궁합이 좋았다. 그러나 에밋이 오리온의 집중 수비에 막히자 수비 전문 선수를 배치한 자리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공격의 맥이 끊기는 장면이 반복됐다.
5차전은 달랐다. 선수들의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에밋이 돌파하다 막히더라도 공을 빼주면 동료들은 주저없이 슛을 던졌다. 오리온의 수비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에밋이 누빌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KCC의 득점력이 되살아났다.
이같은 변화는 4차전부터 감지됐다. 추승균 감독은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외곽슛을 던지라고 지시했고 그 결과 여러 선수들의 공격 리듬이 되살아났다. 4,5차전에서 각각 11, 20득점씩을 올린 전태풍이 대표적이다.
KBL은 즐겁다.
김영기 총재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단신 외국인선수 제도를 도입했다. 프로농구의 평균 득점을 끌어올리고 팬들에게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KBL은 언더사이즈 빅맨보다 테크니션이 들어오기를 희망했다. 결과적으로 KBL의 뜻에 부응하고 있는 두 외국인선수, 오리온의 조 잭슨과 KCC의 안드레 에밋이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누비고 있다.
특히 조 잭슨은 애런 헤인즈를 대신해 3차전부터 5차전까지 4쿼터 승부처에서 풀타임 출전하며 오리온 공격의 리더로 떠올랐다.
KCC도 즐겁다.
KCC는 5차전에서 공격으로 수비를 했다.
완패를 당한 2,3차전에서 오리온에 속공 17개를 내줬던 KCC는 4,5차전에서 오리온의 속공을 5개로 줄였다. 흥미로운 점은 KCC가 공격에 변화를 준 것이 결과적으로 속공 저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