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헌법재판소는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한 여성도 처벌하는 성매매처벌법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31일 오후 2시 재판관 6(합헌)대 3(위헌) 의견으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21조 1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한다'는 내용으로 성판매자와 성구매자 모두 처벌할 수 있게 규정돼있다.
◇ 다수 재판관 "건전한 성풍속 해쳐…성매매 시장 확대도 우려"박한철·이정미·이진성·김창종·안창호·서기석 재판관은 "성의 자유화와 개방화 추세가 성을 사고 파는 행위까지 허용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을 해칠 때는 마땅히 법률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자발적 성매매 행위도 인간의 성을 상품화해 성판매자의 인격적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성매매산업이 번창할수록 자금과 노동력의 정상적인 흐름을 왜곡해 산업구조를 기형화시켜 사회적으로 매우 유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성매매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와 더불어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잘못된 접대문화, 산업형 성매매, 신종 성매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이뤄지는 성매매, 원정 성매매까지 있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수요를 억제하지 않는다면, 성인 뿐 아니라 청소년이나 저개발국 여성들까지 성매매 시장에 유입된다"며 "그 규모가 비약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수 재판관들은 "수요 억제를 위해 성구매자를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성매매 근절을 위해서는 성판매자도 함께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소수 재판관 "여성 처벌까지는 지나쳐"반면, 김이수·강일원 재판관은 성 구매자와 달리 성판매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지나친 형벌권 행사라는 일부 위헌 의견을 냈다.
"여성 성판매자가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절박한 생존 문제 때문"이라며 "성매매 시장을 음성화해 오히려 성매매 근절에 장해가 돼 처벌이 적합한 수단도 아니다"는 게 이들 재판관의 입장이다.
성매매 수익을 얻는 업주 등 제3자에 대한 제재와 몰수, 추징 등으로 방법으로 성산업 자체를 억제하는 방법이나 보호·선도 등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용호 재판관은 성판매자와 구매자 모두를 처벌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를 침해한다며 전부 위헌 의견을 냈다.
조 재판관은 "성인간 자발적 성매매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건전한 성풍속에 해악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며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을 국가가 개입해 처벌하는 것은 입법자가 특정한 도덕관을 강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조항이 오히려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인권유린의 결과를 낳고 있다"면서 "성매매처벌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성매매 근절에 전혀 기여를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북부지법은 13만 원을 받고 성매매를 한 혐의로 기소된 여성의 사건을 심리하던 중 이 여성의 신청을 받아들여 2012년 12월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