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앞길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카오와 KT 등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을 명실상부하게 주도할 수 있을 만큼 지분을 확장할 길이 더욱 좁아지리라는 전망 때문이다.
KT가 주도하는 '케이뱅크'와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카카오뱅크'의 카카오 지분은 10%에 불과하다. 특히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고작 4%뿐이다.
비금융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최대 4%(의결권 없는 지분 포함 시 10%)로 제한하는 현행 은행법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내준 건 이후 은행법 개정이 이뤄지리라는 걸 상정한 조치였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비금융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를 50%까지 높이는 은행법 개정이 이뤄지면 카카오 등이 1대 주주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 기대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는 돌발 변수가 생겼다.
일단 카카오 측은 '대기업집단 지정이 올 연말을 목표로 준비 중인 카카오뱅크 출범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4일 "이미 현행 은행법 체제 아래서 출범을 준비해 왔기 때문에 대기업집단 지정으로 상황이 달라지는 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출범 이후라도 은행법 개정을 통해 지분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바로 이 대목에서 '대기업집단 카카오'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해 19대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은행법 개정안은 두 가지다.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과 같은 당 김용태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이다.
신동우 의원 법안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비금융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를 50%까지 허용하되 대기업집단은 예외로 하는 내용이다. 카카오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기 전 금융위원회가 가장 유력하게 평가했던 은행법 개정안이다.
하지만 카카오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신동우 법안'은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됐다. 카카오는 이미 대기업집단이던 KT와 은행법상 완전히 같은 처지가 된 것이다.
이제 대기업집단 카카오와 KT가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확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김용태 법안'이 통과되는 것이다.
김용태 법안은 대기업집단 여부를 따지지 않고 비금융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50%까지 허용하는 내용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카카오 대기업집단 지정으로 이제 은행법 개정의 전선이 명확해졌다"며 "김용태 법안 통과에 집중하면서 보완책이 마련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대기업집단을 제외하는 신동우 법안에도 야당의 반대가 거세 정무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그런 마당에 김용태 법안이 앞으로 야당 반대를 뚫고 국회를 통과하기는 더더욱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이자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인 오정근 박사는 "은행법 개정 지연 탓에 카카오와 KT 중심의 인터넷전문은행 연내 출범은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오정근 박사는 "기술과 자금을 대면서 그에 합당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면 ICT 기업 입장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