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광명성 4호를 발사하는 모습 (사진=조선중앙통신)
20대 총선을 앞두고 남북관계는 역대 어느 선거 직전보다 긴박한 상황이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광명성4호 발사 강행에 맞서 유엔의 강력한 대북제재가 실시되고 사상 최대규모의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실시하고 있다.
북한은 유엔 제재 이후에도 신형 방사포를 비롯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고 수시로 성명을 발표하며 대남 협박의 강도도 높이고 있다.
◇ 남북 긴박한 상황에도 총선 이슈 부각 안돼과거 선거 때 같으면 보수진영에서는 이같은 북한의 도발 위협을 부각시키면서 선거 쟁점으로 활용할 만한 사안이다.
하지만 총선을 목전에 둔 현재 여야 정치권에서 안보 문제는 선거 쟁점으로 삼으려 하지 않고 있다.
과거와 달리 북한 변수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특히 보수진영에서 안보 이슈를 부각시키는 것이 반드시 유리하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판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과거 선거판을 뒤흔들던 '북풍'이 이제는 '무풍'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듯 하다.
◇ DJ 정부 이전 여권, 북풍을 선거에 악용사실 그동안 북한 변수는 이른바 북풍이라는 형식으로 선거판을 흔드는 주요 변수로 작용해왔다.
특히 김대중 정부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북풍은 선거 때마다 여당이 사용해왔던 단골 메뉴였다.
또 97년 대선 이전까지는 북풍이 선거에 때로는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87년 대선이다.
87년 11월 29일 미얀마 상공에서 KAL 858기가 폭발하면서 시작된 이 사건은 테러범으로 지목된 김현희가 대선을 하루 앞둔 12월 15일 김포공항으로 압송됐고 이 모습은 전국에 생중계됐다.
그리고 다음날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민정당의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
민정당이 대통령 선거 전에 김현희를 국내에 들여오도록 공작(?)을 했고 실제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92년 대선과 96년 총선에서도 북풍은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다.
14대 대선 당시 국가안전기획부는 전국 조직원 300명 규모의 '남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을 발표했고, 여당은 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선거에 활용했다.
DJ가 정권을 잡으면 안보가 위태로워진다는 등식을 만들어 놓고 색깔론과 북풍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던 것이다.
96년 총선에서도 북풍은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다. 15대 총선 일주일 전에는 북한 무장병력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침입해 총격전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때도 참패가 예상됐던 신한국당이 139석을 차지하며 원내 1당이 됐다.
여당은 북풍을 이용해 국민에게 안보불안감을 조장하고 그 불안감을 여당 지지의 여론몰이에 적극 활용해왔다.
북풍이 어느 정도 선거에 영향을 미쳤는지 계량화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를 선거쟁점으로 삼아 보수정권의 안정적 의석확보 또는 대통령 선거 승리에 적극 활용했던 것이다.
◇ 북풍 잦은 악용으로 이제는 역효과그러나 북풍을 선거에 악용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그 효과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97년 대선에서도 여당인 신한국당은 북풍 공작까지 벌였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고 야당의 김대중 후보가 당선됐다.
이후 밝혀진 사실이지만 당시에도 여권에서는 북풍을 일으키기 위해 정보기관을 동원한 대대적인 공작이 전개됐었다.
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승리한 이후 북풍의 효과는 크게 변해 효과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역풍이 생기는 일까지 벌어졌다.
실제 2000년 16대 총선 직전 DJ 정부는 6ㆍ15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 사실을 발표했지만, 보수층과 영남표 결집을 불러와 민주당이 오히려 역풍을 맞는 결과를 낳았다
2010년 지방선거 때 '천안함폭침사건'에도 불구하고 야당인 민주당이 승리했다.
안보 이슈가 부각되면 보수 진영이 유리하다는 통설이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안보 이슈를 여당이 악용해오면서 국민들의 안보불감증을 불러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이 우리 정치권의 성향과 관계없이 이뤄지는 것으로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고 특히 안보는 보수진영이 책임진다는 논리가 더이상 우리 국민에게 통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최 교수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집권에도 불구하고 안보위기가 초래된 적이 없고 오히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서 안보 상황이 더 불안해지고 있다는 현실이 '안보는 보수 정당의 전유물'이라는 등식을 바꿔놓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들의 안보에 대한 의식이 바뀌면서 북풍이 역풍의 단계를 넘어 무풍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과거 북한 이슈를 선거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새누리당이 안보 문제를 적극적으로 부각시키지 않는 것도 선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