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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상화 50년 화업, 샛강의 생명력으로 분출하다

공연/전시

    한국 추상화 50년 화업, 샛강의 생명력으로 분출하다

    <김형대 회고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후광 97-804="">, 45.5x60.5cm, 1997, 목판화

     

    김형대 화가의 추상 그림 작품에는 그가 어릴적 터전이었던 한강 샛강의 물줄기가 면면히 흐르고 있다. 때로는 격하게 용솟음치며, 때로는 산들바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화폭에 흐르고 있다.

    김형대 화가는 1936년생으로 올해 80살이다. 그의 50년 화가 인생을 정리하는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다. 그는 1961년 국전에서 첫 추상작품 입선이라는 기록을 세운 이래 56년 동안 작품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추상화만을 고집해온 그의 작품 유형은 추상 회화와 추상 판화로 나눠진다. 초기에는 추상 회화, 중기엔 추상 목판화, 후기엔 추상 회화와 추상 판화 작업을 함께 한다.

    먼저 그의 작품 중 인상적인 작품을 살펴보기로 하자. 1997년 작품 <후광 97-804="">(맨 위 작품)는 그가 61세 때 제작한 목판화 작품이다. 나뭇결 문양이 은은한 파문을 자연스럽게 묘사하며, 마음의 평정을 이룬, 선불교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김형대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샛강은 초기작부터 다양하게 변주된다. 그가 20대 후반에 제작한 1962년 작 <작품 b="">(국전 특선, 유채)는 작가가 어린 시절 놀던 샛강에 물결을 형상화했고, 1964년작 <씨족 606="">(유채) 역시 급류, 소용돌이를 연상시키는 역동적인 화면 구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또, 1966년 작품 <생성 66="">(유채)와 1973년 작품 <창조 18-2="">(목판화)는 모두 휘몰아치는 물결을 형상화했다. 특히 목판화인 <창조 18-2="">는 목판화에서 그가 즐겨 사용하는 조각도의 날카롭고 격렬한 단면을 사용해서 세차게 뿜어내는 물줄기를 생생하게 표현해냈다.

    김형대 작가에게 추상 그림 작업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내 작품 세계의 근간은 어디까지나 내가 자라면서 눈에 익힌 한국적 전통이다. 이는 결코 한국의 요소들을 단지 그대로 인용한다는 뜻이 아니다. 더불어 함께 살아오면서 느낀 '현실적인' 한국의 또 다른 단층을 추상성을 통해 전달하려고 했다. 직설적인 방법을 피하고, 요체와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은근히 재창출한다는 것이다. 내 작품 세계는 우리의 인식 혹은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지 과거 그대로의 모습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가 추상 작품에 담고자 한 '우리의 인식 혹은 느낌'은 어떤 것일까? 그는 오늘의 시점에서 자신의 추상 작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옛날에 이런 역사가 있었다. 살아 있다는 생명력이 얼마나 소중한가. 그 생명력을 추상 작품에 나타내고자 한 것이다."

    김형대 작가는 그 시대 사람들이 다 그렇듯이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할 정도로 역사의 질곡을 견뎌온 쓰라린 삶이었다. 초등학교 3년에 해방을 맞았고, 중2때 6.25를 겪었고, 가까스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에 입학했다.

    <심상 77-10=""> 1977, 130.5x112.5cm, 캔버스에 유채

     

    그래서 김 작가는 추상 작품을 통해 삶의 원동력, 생명력을 담아내고자 했던 것이다. 한 작가의 작품은 그가 살고 있는 시대의 사회상과 개인적 상황을 반영한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 <심상>연작 12점이 출품되었다. 1975-1979년에 제작된 것이다. 40대 전반기 5년에 걸친 시기이다. <심상>연작의 분위기는 시커먼 색이 화면을 압도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다소 혼란스러운 형상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1977년 작 <심상 77-5="">, <심상 77-10="">(바로 위 작품)만은 성소의 장막을 찢는 듯한 형상과, 쇄빙선 얼음장을 깨고 나가는 듯한 형상을 드러내며 진취적인 기상을 발산한다.

    <후광 15-0903="">, 46x60cm, 2015, 목판화

     

    <심상> 이후 35년이 지난 2015년, 작가는 <후광 15-0903="">(목판화, 바로 위 작품)를 제작한다. 이 작품은 화사하고 단아한 느낌을 준다. 분홍 바탕색에 푸른 불꽃들이 너울너울 춤을 추며 기를 뿜어낸다.

    만년에 이르러 작품이 밝아진 이유를 김 작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그림 작업을 할 때마다 그 마음이 매번 달라진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철엔 긍정적인 마음이 된다. 먹고 사는 것이 좋아졌는데 그림이 밝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림은 세월의 반영이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박영란 학예연구관은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와 판화를 통해 한국 고유의 미를 찾고자 한 작가의 열정과 독창적인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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