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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4·13총선, 유권자들이 투표로 단일화 해내는 길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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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낙청 "4·13총선, 유권자들이 투표로 단일화 해내는 길 남아"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사진=백 교수 페이스북 화면 캡처)

     

    한국 사회 민주화와 남북 분단체제 극복을 위해 힘써 온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오는 13일 치러지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편안한 마음으로 투표합시다'라는 제목의 긴 글을 SNS에 올리며 투표를 독려했다.

    백낙청 교수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민들의 억울함과 고달픔이 날로 더해짐은 물론, 1987년의 국민항쟁을 통해 어렵사리 마련한 민주적인 권력통제장치들이 하나하나 무너져가는 형국"이라며 "어떤 이는 '점진 쿠데타'라는 표현을 썼는데, 군대가 탱크 몰고 나와서 하루아침에 세상을 바꿔놓는 군사정변 대신에 문민 주도의 조직적이고 전방위적인 민주헌정 파괴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뜻"이라고 현 시국을 설명했다.

    그는 "이럴 때 야권의 총선 완승으로 결정적 반전이 일어났으면 하는 마음은 이해할 만하다"면서도 "하지만 현실은 그처럼 간단히 바뀌기에 너무나 엄중하다"고 분석했다.

    "야당들을 다 합쳐도 과반수 확보가 어려워 보이는 데다 야권 의석이 지금보다 조금 늘어난다 해서 대통령의 통치방식이 변화하거나 수구 기득권세력의 헌정파괴공작이 중단될 리 없습니다. 실제로 2012년의 19대 총선에서 국민은 당시 민주통합당에 (그들이 여당이던 2006년을 빼고는) 역사상 최다의석을 마련해주었지만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4년 내내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했고 '점진 쿠데타'의 진행 앞에서 무기력했습니다. 어차피 정치권과 국민의 더 큰 적공(積功)이 없이는 세상을 바꿀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백 교수는 "따라서 이번 총선도 그런 적공의 한 과정으로 접근할 일"이라며 "실제로 유권자가 선택할 여지는 의외로 많다"고 제안했다.

    이어 "흔히 우리는 '깨끗한 한 표'를 던지자고 말하지만 알다시피 사람마다 두 표씩을 행사하는 것이 국회의원 선거"라며 "2012년에는 두 표를 한 당에 몰아주는 경향이 우세했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야권에서도 제1야당을 다수당으로 만들려는 소망이 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도 몰아주기를 하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어차피 제1야당의 압승이 불가능하고 승리하더라도 내부의 공 다툼과 외부를 향한 오만을 조장해서 정권교체에 도리어 불리해질지 모른다고 판단한다면 정당명부제 투표에서는 한층 마음 편하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당을 찍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중 어디를 찍어도 정권을 견제하는 효과는 거둘 것이고, 3%에 미달할 위험을 무릅쓰면서 예컨대 녹색당을 원내에 진입시키려는 노력에 가세할 수도 있습니다."

    ◇ "총선 이후 지금부터 준비해야…3당 구조 등으로는 대전환 이룰 수 없어"

    그는 수도권과 충청 등 경합지역에서 야권의 표가 분산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체로 정권심판에 공감하는 층이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야권 표 분산으로 여당 후보가 당선될 확률이 높은 지역이 수두룩하다고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처럼 그런 경합지역에 거주하는 유권자는 어떻게 하나요? 정당과 후보자들을 다그치는 일의 한계가 드러난 이상 유권자가 실질적인 단일화를 조금이라도 해내는 길만이 남았습니다. 호남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전략투표가 필요합니다. 당선가능성이 제일 높은 야권인사에게 유권자 스스로 표를 몰아주는 전략 말이지요. 여론조사발표나 순위보도가 금지된 선거 직전의 상황에서 누가 더 유력한 후보인지를 스스로 탐사해서 마음에 좀 덜 들더라도 찍어주는 것 또한 공부라면 공부입니다."

    백 교수는 "동시에 총선 이후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대중의 살림살이는 더욱 힘들어질 테고 '점진 쿠데타' 추진세력과의 싸움도 계속될 게 분명"한 까닭이다.

    "다음번의 최대 정치일정은 2017년의 대선인데, 승리를 위해서는 아마도 정치권의 대대적인 개편과 통합 그리고 선거제도의 개혁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국민들의 지혜가 한껏 발휘되어야 할 국면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의 선거연대 논의도 차분히 되짚어볼 사안입니다. 어째서 그토록 미미한 성과밖에 못 내면서 그토록 격렬한 언사가 오갔는지 성찰하지 않고서는 총선 이후에도 크게 나아지는 게 없을 것입니다."

    백 교수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솔직히 저는 그동안 제1야당이 여당과의 담합구조에 안주해 온 면이 있다는 지적에 공감하는 축"이라면서도 "다만 새누리당의 확장을 저지하면서도 3당구도를 만드는 '두 마리 토끼 잡기'를 해낼 만한 능력과 경륜을 안철수 대표가 지녔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에게 바로 그 점을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제3당 전략은 전체 선거판이 어찌 되든 호남 의석을 휩쓸겠다는 근시안적 작전의 혐의가 걸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은 채 야당 의석을 조금 늘린다거나 3당 구조를 만든다고 해서 민주헌정을 지켜내고 민생을 살리며 국민들이 갈망하는 대전환을 이룩할 수는 없습니다. 반면에 이렇게 좀 멀리 보고 크게 보며 적공을 마다하지 않는 시민이라면 선거전망에 일희일비함이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깨끗한 두 표'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저 자신은 그동안의 활동과 정책공약, 공천과정 등을 저 나름으로 평가해서 가장 낫다 싶은 정당에 한 표를 주고, 나머지 한 표는 형세를 끝까지 관찰하다가 당선권에 제일 근접한 것으로 보이는 야권의 지역구 후보에게 던질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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