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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울먹인 문재인, 총선 뒤 웃을 수 있을까

국회/정당

    광주에서 울먹인 문재인, 총선 뒤 웃을 수 있을까

    호남 지지 거부하면 정계은퇴. 대선도 포기...광주 민심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김홍걸 광주공동선대위원장과 참배하며 무릎을 꿇고 있다. 박종민기자

     

    호남지역 ‘반(反) 문재인 정서’를 잡기 위해 광주로 내려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문 전 대표는 8일 광주를 전격 방문해 “호남에서 자신을 더 이상 지지하지 않으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은 물론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야권의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인 문 전 대표가 정계은퇴와 대선 불출마를 카드로 이반된 호남민심에 호소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가 호남 민심에 모든 것을 걸면서 4.13 총선 결과는 문 전 대표의 향후 거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 ‘분당은 없다’ → ‘야권분열 막지 못해 죄송’

    이날 오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인 더민주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과 함께 광주 5.18 묘역 참배로 일정을 시작한 문 전 대표는 시작부터 “광주 시민들이 제게 실망하고 질책하시는 건 제가 달게 받겠다”,“그 동안 광주를 실망시킨 그 짐은 제가 다 지겠다”며 한껏 몸을 낮췄다.

    두 번째 일정인 충장로 거리에서 광주 메시지를 읽으면서는 더 깊이 허리를 숙였다.

    문 전 대표는 "못난 문재인이 왔다. 여러분에게 야단을 맞고 질타를 듣기 위해 왔다"며 "분이 풀릴 때까지 호되게 꾸짖어달라"고 말했다.

    그는 감정에 북받친 듯 목이 멘채 울먹이는 모습이었다.

    문 전 대표는 이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저는 미련 없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겠다.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대권 포기 가능성까지 선언했다.

    “호남의 정신을 담지 못하는 야당 후보는, 이미 그 자격을 상실한 것과 같다”는 것이 이유였다.

    문 전 대표는 "못난 문재인“,"여러분의 분이 풀릴 때까지, 제 얼굴 맞대고, 호되게 꾸짖어 주십시오",”대선주자로서 제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라며 스스로를 거듭 비판했다.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정권교체에 실패한 점, 야권 분열을 막지 못하고 단일화에 실패한 점에 대해 거듭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8일 광주 남구 광주공원에서 자신을 환영해 주는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양동 전통시장에서부터 광주천,광주공원을 지나며 거리의 시민들과 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7개월여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광주·전남 국회출입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이 시점에서 친노패권주의는 없다고 생각한다”,“당내에 분당은 없다”고 단언해 논란이 됐던 것과 180도 달라진 장면이었다.

    ◇ 김종인 “광주시민들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일단 문 전 대표의 호남민심 달래기 행보에 대해 당 내부적으로는 긍정적인 평가가 대세다.

    호남방문 자체에 부정적 입장을 수차례 표명했던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 대표도 “진솔한 자기 신념을 표출한 것이다. 광주시민들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민주의 한 당 관계자도 “호남 민심을 얼마나 되돌릴 수 있을지를 떠나 한 개인으로서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며 호남 방문의 의의를 찾았다.

    8일 광주 충장로 거리에서 시민들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기다리고 있다. 박종민기자

     

    이른바 친노의 ‘호남홀대론’에 대한 반론도 제기됐다.

    이날 문 전 대표와 호남을 방문한 더민주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은 "어떤 사람들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가 저희 아버지를 배신했다고 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분(DJ)은 돌아가시기 전에 그분을 모시던 분과 노무현 대통령 모시던 분들, 여기 문 전 대표 포함한 분들을 다 한자리에 모아 과거에 사사로운 감정을 뛰어넘어 하나로 뭉쳐 수구보수 기득권 세력의 정권과 싸워 정권교체를 꼭 하라고 당부하고 가셨다"고 문 전 대표를 적극 옹호했다.

    반면 더민주와 함께 호남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국민의당에서는 문 전 대표의 호남방문을 ‘일회성 방문’으로 폄하했다.

    국민의당 김한길 공동선대위원장은 전남 보성 지원유세에서 “이제 선거를 며칠 앞두고 일회성 방문으로 말 몇 마디 한다고 해서 계파 패권주의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책임, 야권을 분열시킨 액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문재인 방문, 호남민심 돌이킬 수 있을까...의견분분

    관건은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이 더민주가 4.13 총선에서 호남 지지율을 되찾아 오는데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정치권에서는 일단 이날 호남에서 문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주를 이룬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8일 광주 충장로 거리에서 광주시민들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국민의당으로 쏠린 호남 민심을 붙잡으며 야권 지지층을 어느정도 끌어올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 안팎에선 호남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더라도 수도권과 젊은층을 자극할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적어도 국민의당의 확장세는 막을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정반대의 의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호남 방문이 오히려 ‘반문(反文) 정서’를 더욱 자극해 국민의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긍적적인 효과를 거두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분석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호남 방문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총선까지 남은 시간이 4일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선거판세를 뒤바꾸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본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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