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6시쯤 하상숙 할머니가 흑석동 중앙대병원에 도착해 응급실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강혜인 수습기자)
중국에 남은 유일한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하상숙(88) 할머니가 치료를 받기 위해 10일 오후 한국으로 이송됐다.
하 할머니는 1927년 5월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으며, 17세였던 1944년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말에 경성과 평양 등을 거쳐 우환 접경지까지 끌려가 위안부 생활을 했다.
지난 2013년 뇌경색 치료를 받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았던 하 할머니는 2월에 낙상사고를 당해 갈비뼈와 골반 등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이후 중국 우환 현지의 병원에 입원했으나, 치료비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다. 1999년 한국 국적을 회복함에 따라 거주하고 있던 중국에서는 보험 지원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 3일 여성가족부가 현지에 당국자를 파견해 하 할머니의 상태를 점검했고, 정부와 중앙대병원의 도움으로 하 할머니는 고국에 돌아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하 할머니는 이날 중국 텐허 국제공항을 떠나 오후 4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했으며, 곧장 구급차로 중앙대병원에 이송됐다.
이날 오후 동작구 흑석동의 중앙대학교 병원 의료진들은 위중한 하 할머니를 맞이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오후 6시쯤 하 할머니가 탄 구급차가 도착하자마자 6명의 의료진들은 환자 운송용 병상에 누운 하 할머니를 급히 응급실 안으로 옮겼다.
하 할머니의 치료를 맡은 박병준 흉부외과 교수는 "할머니가 큰 이상 없이 안정적인 상태로 이송됐다"며 "병세가 깊어 치료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최선을 다해 치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하 할머니가 안전하게 귀국하게 돼서 다행이라 생각한다"며 "가슴 깊은 상처를 입고서도 한평생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잊지 않고 강건하게 살아오신 데 하 할머니에게 존경심을 표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가 다방면으로 노력해 어렵게 모셔온 만큼 할머니가 고국의 따뜻한 품 안에서 빠른 시일 내에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하 할머니와 중국에서 함께 온 셋째 딸 류완전(63) 씨는 "도움을 주신 한국 정부께 감사 드린다"면서 "어머니가 고국에 오실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하 할머니의 치료비 전액을 지원할 예정이며, 하 할머니가 건강을 회복하는 대로 국내 정착 문제도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