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투표하러 8천㎞…여러분도 꼭 투표하세요"

정치 일반

    "투표하러 8천㎞…여러분도 꼭 투표하세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영수 (호주 거주)

    여러분 투표를 하기 위해서 비행기로 왕복 10시간, 8000㎞를 날아가야 한다면 과연 그렇게 하실 수 있을까요?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은 일인데요. 지금부터 만날 이분은 정말 그렇게 했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호주에 살고 있는 손영수 씨를 연결해 보죠. 손영수 씨, 안녕하세요?

    ◆ 손영수> 안녕하세요.

    ◇ 김현정> 호주 어디에 사십니까?

    ◆ 손영수> 저는 현재 호주 서부의 최대 도시인 퍼스라는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 김현정> 서부에 있는 퍼스. 일하면서 공부하는 유학생이시라고요?

    ◆ 손영수>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언제 가셨어요, 호주는?

    ◆ 손영수> 작년 12월 1일에 도착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셨군요. 그러니까 이제 외국에 거주하고 계시는 거니까 미리 재외국민투표를 하게 되는 거였어요?

    ◆ 손영수> 네.

    ◇ 김현정> 그런데 정말로 왕복 8000km를 날아갔다 오신 겁니까?

    ◆ 손영수> 한 7990km 정도 됩니다. 대충 그 정도 됩니다. (웃음)

    ◇ 김현정> 아니, 대체 투표소가 어디 있었길래 그렇게 갔다와야 됐어요?

    ◆ 손영수> 퍼스라는 도시가 서부 호주의 중심도시여서 당연히 재외선거 투표가 가능할 줄 알았는데, 투표소가 전부 다 동부 쪽에 몰려 있는 거예요. 그래서 그나마 비행기가 좀 많고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비행기 시간이 많은 시드니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주변에 한두 시간 내로는 투표할 수 있는 곳이 없었던 거예요?

    ◆ 손영수>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집에서 출발해서 투표를 하고 돌아오기까지 총 시간이 얼마나 걸린 겁니까?

    ◆ 손영수> 20시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 김현정> 20시간. 일단 시간도 시간이고 비행기표값도 그 정도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았는데요?

    ◆ 손영수> 제가 중간에 지갑이랑 이런 걸 잃어버려가지고요.

    ◇ 김현정> 어머, 어떻게 하시다가요?

    ◆ 손영수> 휴대폰을 충전한다고 올려놓고 잠깐 몇 초 다른 데 봤는데 그 사이에 누가 들고 갔더라고요.

    ◇ 김현정> 아이고, 세상에.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 손영수> 원래 예약하기로 한 비행기를 위해 카드를 못 쓰니까 나중에 다시 예약하려고 하니까 비행기값 이미 2배가 뛰어 있더라고요.

    ◇ 김현정> 비행기 값이라는 게 원래 시간에 따라 좀 움직이는 거니까요.

    ◆ 손영수> 네. 그래서 날짜가 가까워지니까 가격이 엄청 뛰어서 그 상태로 제일 싼 걸로 찾다 보니까 새벽 5시 비행기랑 돌아올 때는 새벽 1시에 도착하는 걸 끊게 됐거든요. 그래서 제일 싼 비행기를 끊었는데도 한 400불 정도 들었습니다.

    ◇ 김현정> 400불이면 우리 돈으로 얼마나 되는 거죠?

    ◆ 손영수> 거의 한 36만 원, 37만 원 정도.

    재외 선거를 하는 손영수 씨 (사진=본인 제공)

     

    ◇ 김현정> 아니, 저기 투표 안 한다고 뭐 누가 벌금 내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재외국민 투표율이 이번에 3. 2%였어요. 그러니까 투표에 참여하는 동포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얘기인데 그 돈을 내고 그 시간을 들여서 그 노력을 해서 내가 꼭 갔다 와야겠다고 결심하신 이유는 뭘까요?

    ◆ 손영수> 첫 번째는 저도 '투표기간이니까 당연히 선거투표를 해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공인인증서 이런게 아무것도 없어가지고 과연 내가 등록할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했는데 재외국민선거 등록이 너무 쉬운 거예요.

    ◇ 김현정> 그래요. 인터넷으로 이렇게 클릭만 하면 되나 보죠?

    ◆ 손영수> 5분도 안 걸렸어요. 그때 처음으로 꼭 해야겠구나 싶었어요. 이렇게 쉽게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 앞에 분들이 얼마나 노력했을까. 앞에 분들이 노력했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쉽게 수혜를 받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고요. 두 번째로는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되게 무섭게 느껴지더라고요. 저랑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 제 삶에 영향을 미치고 심지어는 제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게 되게 무서운 거예요.

    ◇ 김현정> 그런 의미에서의 무서움.

    ◆ 손영수> 정말 무섭게 느껴져요. 아까 좀 전에 제가 휴대폰이랑 돈을 잃어버려서 가지 말까 생각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다 갑자기 이게 잠깐 순간 방심해서 내가 그렇게 큰 손실을 입었는데, 만약 내가 지금 힘들고 어렵고 꼴보기 싫다고 해서 저렇게 정치인들을 외면하고 선거 안하면 나중에 내가 눈을 돌렸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 김현정> 그렇네요.

    ◆ 손영수> 내가 지금 당장 힘들다고 포기해버리면 혜택이랑 피해는 고스란히 나랑 내 가족들 주변에 지인들이 다 받게 되는 그게 굉장히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꼭 해야겠다고 결심을 했죠.

    ◇ 김현정> 저는 다른 것보다도 ‘재외국민들이 이렇게 쉽게 투표를 신청할 수 있도록 이렇게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동포들이 애썼을까 생각해서라도 내가 반드시 투표를 해야 된다.’ 이 부분이 참 멋지네요.

    ◆ 손영수> 저는 분명히 그 혜택을 받고 있으니까요.

    ◇ 김현정> 그래요. 하여튼 잘하셨고요. 지금 아마 이불 속에서 뒹굴뒹굴하시면서 오늘 집밖에 나가서 투표를 할까 말까,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호주 손영수 씨 이야기가 좀 자극이 됐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고요. 손영수 씨,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참 장한 일하셨고요. 언제 돌아오세요, 한국에는?

    ◆ 손영수> 올해 11월 말쯤에 돌아갑니다.

    ◇ 김현정> 그때까지 건강하게 돌아오십시오. 고맙습니다.

    ◆ 손영수> 네.

    ◇ 김현정> 호주에서 자그마치 왕복 8000km를 날아서 투표를 하고 온 분 손영수 씨였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