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다큐멘터리 영화 '업사이드 다운'에 출연한 다영 아버지 김현동 씨. (사진=시네마달 제공, 김현동 씨 제공)
2014년 4월 16일. 벌써 2년이 흘렀지만 한 아버지와 또 다른 어머니는 아직도 그 날을 잊지 못한다. 여느 때와 같이 평범한 하루였고,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지금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하루처럼.
여객선 '세월호' 안에는 수학여행 가는 단원고등학교 아이들, 오랜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들, 새로운 미래를 찾아 나선 가족들이 있었다. 그들의 꿈이 차가운 바닷 속에 수장된 순간, 일상적 행복을 꿈꾸던 이들의 삶 또한 완전히 뒤집어졌다.
"그 날 이전까지만 해도 저는 다른 사람과 똑같이 평범한 가장이었습니다. 그냥 가족이 잘 되고, 일상적 행복을 누리기 위해 살아가는 한 개인이었죠. 그 날 사랑하는 딸을 잃고 '왜 우리 아이가 죽었는지 알고 싶다'고 호소했을 때 돌아오는 답은 상식적이거나 정상적인 그것이 아니었어요. 국가는 제 상식을 무참히 짓밟는 야만성을 보여줬습니다." (다영 아버지 김현동 씨)
"저는 대한민국이라는 천국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천국과 지옥은 백지 한 장 차이더라고요. 제가 몰랐을 뿐 천국의 뒷면에는 지옥이 있었습니다. 대체 내가 어떤 천국을 살고 있었는지 돌아 본 시간이 지난 2년이라고 생각해요. 이 지옥같은 세상에 우리 아이가 살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재욱 어머니 홍영미 씨)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월호 2주기가 다가온 시점, 두 사람은 슬픔을 되새길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분주하다. 국민 한 사람에게라도 세월호 사고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들은 지금까지 자신의 이름을 되찾지 못하고, 떠난 아이의 아버지로, 어머니로 살아가고 있다.
"자식은 부모의 전부이고, 꿈이고 희망입니다. 저희는 이유도 없이, 하루 아침에 그 영혼들을 보내야 할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부모라면 누구든 아이에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과 가치, 삶을 만들어 주고 싶죠. 우리 아이를 지켜낼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각오가 가슴 안에 있어요." (홍영미 씨)
(왼쪽 세 번째부터) 세월호 다큐메터리 영화 '업사이드 다운' 시사회에 참석한 재욱 어머니 홍영미 씨, 다영 아버지 김현동 씨. (사진=시네마달 제공)
"국가는 공동체입니다. 사고와 질병으로부터 공동체의 일원을 보호하는 것이 의무인거죠. 이것을 위해 구성원들은 의무를 다하고, 세금도 내지요. 다영이가 7살 때 봤던 책에도 이런 내용이 나와요. 그런데 국가가 나 몰라라 하고, 재발방지책을 만들지 않으면 어느 누가 공동체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아이들은 돌아오지 못하죠. 하지만 저는 우리 모두가 안전하게 자기 행복과 일상을 위해 살아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아픔은 저희가 마지막이었으면 해요." (김현동 씨)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세월호 다큐멘터리 영화에 출연했다. 다영 아버지 김현동 씨는 14일 개봉한 '업사이드 다운'에, 재욱 어머니 홍영미 씨는 지난해 개봉한 '나쁜 나라'에 출연해 속마음을 털어 놓았다. 이런 영화들이 소통의 창구가 되고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알리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2년 동안 싸우다 보니 널리 알려야 되는데 여러 제약이 있습니다. 방송 3사들이나 주류 언론들도 가려서 보도하고, 세월호의 '세'자만 나와도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것 같아요. '업사이드 다운'이라는 영화는 방송에서 틀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좋은 영화입니다. 정치 세력들의 논리에 속아 저희에게 거부 반응을 느끼는 분들과 대화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 분들과 소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현동 씨)
사고 전에는 자식들 남부럽지 않게 키우면 될 줄 알았다. 사고 이후에는 세월호 특별법과 특별조사위원회만 있으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무엇하나 쉽지 않았고, 어느 것 하나 명쾌한 결과물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한이 없을 때까지 진실 규명을 하겠다'고 했지만 돌아온 것은 해경에 대한 은폐와 해양수산부의 조사 방해 문건이었다. 부족하게나마 활약하고 있는 특별조사위원회도 올 6월까지가 시한부다. 그래도 가족들은 쓰러질지언정 포기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