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제20대 국회의원선거 결과와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야당 지지세가 강했던 20대 총선을 가리켜 국민의 심판이었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진정한 유권자의 승리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가 지역 시민사회계에서 나왔다.
18일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주최로 열린 20대 총선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이진순 정치벤처 와글 대표는 "일종의 응징투표, 가장 싫어하는 정당을 배제하는 투표로 가면서 정작 '지지하는 정당'에 대한 투표권은 오히려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투표한 후보자의 소속 정당이 평소에 지지하는 정당이었느냐에 대해선 시민들 사이에서 이견이 많았다는 것.
이번 총선에서 대전지역은 7개 선거구 중 4곳을 더불어민주당이 휩쓸었는데, 진보정당으로 나선 정의당·노동당·민중연합당 후보들은 1~4%대의 저조한 득표율로 참패했다.
전국적으로도 통합진보당이 13석을 차지했던 지난 19대 총선과 비교해 진보정당의 성적표는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여당에 대한 심판 기조가 선거를 장악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으로, 이진순 대표는 "같은 야당이어도 노동 현안이나 세부 방향성에서는 차이가 큰 만큼, 이번 야권의 승리가 정말 유권자가 지지하는 정당의 승리라고 볼 수 있을진 의문"이라고 말했다.
후보 공천과 공약이 나오는 과정에서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 또한 여전히 없었다는 지적과 반성도 나왔다.
장수찬 목원대 교수는 "정당이 시민사회에 뿌리내리고 대표성을 이전받고 있는 수준이 굉장히 낮다"며 "이번 총선에서도 시민에게는 공천 과정 등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유권자의 역할을 '4년에 한 번'이 아닌, '일상'에서도 할 수 있는 방안을 앞으로 고민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문창기 대전총선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현행 선거제도, 정치제도 하에서는 유권자의 표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났다"며 "정치제도를 개혁하는 역할이 앞으로 시민사회운동의 한 축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테면 시민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온라인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에서의 논의를 정치적 의제로까지 발전시키는 작업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다음 2018년 지방선거를 목표로 변화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