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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만성 신부전, 노산 산모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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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만성 신부전, 노산 산모의 꿈

    만성 신부전과 노산의 이중고를 딛고 결혼 9년만에 출산한 김은자 씨와 딸 혜강이. (사진=전북대병원)

     

    아이 낳기를 꺼리는 저출산시대. 양육의 어려움 탓에 출산을 포기하는 이들도 많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꿈을 접은 이들도 적지 않다.

    서른 살에 만성 신부전 진단을 받고 신장이식을 했지만 기능 저하로 2009년부터 혈액투석을 받고 있는 김은자(40) 씨에게 임신과 출산은 남의 얘기였다.

    "저 같은 경우에 임신을 하는 것도 어렵고 설혹 한다 해도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었어요. 예전에는 임신했다고 해도 바로 포기했죠."

    그러다 지난해 덜컥 임신이 된 사실을 알게 됐다. 4개월째였다.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김 씨는 전북대병원을 찾았다.

    의학계에서는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가 임신한 경우는 2.3%에 불과하고, 임신을 하더라도 61%가 조기 유산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태아의 발육부진도 42~90%에 달하고, 태아생존율은 23~52% 정도였다.

    한 마디로 가능은한데,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안 되면 운명이려니 생각하려고 노력을 했죠. 마음을 비우는 게 어렵긴 했지만 딱히 육체적으로 힘든 건 없었어요."

    김 씨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임신 당시의 기쁨은 태명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기독교인이 아니지만 '복음'이라고 태명을 지어줬다. 하늘이 준 축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려움은 이루 셀 수 없이 많았다. 한 주당 세 차례, 한 번에 네 시간가량 걸리는 혈액투석을 주당 5~6차례로 늘렸다. 태아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였다. 양수 과다증이 생겨 양수를 제거하기도 했고 조산기가 발동한 지난 1월부터는 입원치료에 들었다.

    김 씨를 걱정한 의료진은 "꼭 아이를 낳아야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힘들 때 힘이 돼 준 건 친정어머니였다.

    "어차피 낳을 거니까 기형아 검사도 하지 말고 어떻게 태어나든 그건 우리가 감당할 몫이니까 일단 낳고 보자."

    김 씨는 친정어머니의 말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지난 3월22일. '복음'이는 '혜강'이라는 예쁜 정식 이름을 갖게 됐다. 임신 35주 4일 만에 제왕절개로 1.9㎏이지만 건강한 딸이 태어났다. 혜강이는 인큐베이터 신세를 지지 않아도 됐고 출산 엿새 만에 모녀는 모두 건강하게 퇴원했다.

    김 씨를 진료했던 전북대병원 박성광 교수는 "산모가 견디기 힘들었을 텐데 아이 낳기를 굉장히 원했다"며 "산모의 의지가 없었더라면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저출산시대에 축복할 일이다"고 혜강이의 탄생을 축하했다.

    결혼 9년 만에 잊을 뻔한 예쁜 딸을 맞은 김 씨의 남편 홍석인(46) 씨는 요즘 신났다.

    사랑한다고 김 씨와 혜강이에게 번갈아 얘기하며 웃음꽃이 피고 있다.

    "건강하게만 커줬으면 좋겠어요. 그게 다에요."

    '하늘의 축복' 혜강이에게 해 줄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씨는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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