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정보통신기술)분야의 국제적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국경을 넘어 해외에까지 지배력을 확대하는 구글·애플·퀄컴·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들의 기세가 등등하고 마땅한 대체제가 없는 상황에서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막강한 자본력 등을 무기로 해외에서까지 막강한 지배력과 우월적지위를 확보한 글로벌 ICT기업에 맞서 자국내 산업과 소비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각국이 앞다퉈 자국기업보호와 규제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 글로벌기업들이 높은 시장점유율과 독점을 무기로 자주 불공정논란에 휩싸여 각국의 공정당국들이 반독점 판결 등에서 같거나 비슷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정당국의 판결과 자국기업보호는 외국 공정당국과 달라도 너무나 달라 국내 ICT기업들로부터 "자국기업 보호와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세계공정당국 제재와 우리당국 판결 차이를 볼 수 있다.
◇ 외국 공정당국 잇따라 구글 제재…한국만 '무혐의' 지난 2011년 네이버와 다음은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구글의 검색엔진만을 탑재하고, 국내 회사 검색 프로그램을 배제하도록 강제한 의혹이 있다"며 공정위에 구글을 제소했다.
하지만 2년여동안 조사를 벌인 공정위는 "계약서에 불공정 조항만으로 불공정 행위를 단정할 수 없고, 계약서가 다소 불공정하더라도 시장점유율상 경쟁제한 효과가 없다"며 2013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반해 러시아 연방 반독점청은 지난해 하드웨어 제조업체들에게 안드로이드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구글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결론내리고 60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구글이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가진 안드로이드 OS에 자체 서비스를 사전 탑재하는 것은 불공정한 끼워팔기라는 입장이다.
유럽연합(EU)도 2013년 MS/노키아가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서 구글의 독점적 지위남용행위를 제소함에따라 조사를 벌여 왔는데 이르면 이번주에 반독점 위반쪽으로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과 포춘 등 주요 언론들은 14일 "EU 반독점 업무 담당 기관인 유럽연합집행위원회가 정보제공요청서를 보내는 등 구글에 대한 공식 기소를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C 집행위원이 "이르면 이번주안에 이번 조사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공개하거나 구글을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C 공정당국은 구글이 구글 플레이 스토어, 구글맵스, 지메일 등 자사 서비스를 미리 탑재하도록 강제했는지, 구글이 쇼핑검색을 구글에게 유리하게 운영했는지 등에 대한 반독점 관련 조사를 벌여왔다.
구글에 대한 반독점 제재는 한국만 무혐의로 결론났을뿐 러시아, EU 뿐만 아니라 일본,인도 공정당국 등에서도 조사를 진행중이며 제재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앞서 EU는 2010년 구글이 특정한 검색 서비스에서 경쟁사업자와 제휴사를 검색결과에서 차별적으로 표시했다며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해 2014년 구글의 개선안을 받아들여 자진시정 합의 종결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프랑스, 독일 등은 "합의안이 불충분하다"며 구글에 대한 규제 수위를 강화하고 있다.
포르투칼 앱마켓 사업자인 앱토이드는 "구글이 자사의 OS 플랫폼 독점력을 이용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구글 앱마켓을 끼워 팔고 타사 앱마켓 등록은 사실상 차단 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며 2014년 6월 EU에 제소하는 등 EU국가들은 한결같이 구글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 애플·퀄컴·오라클 등 각국 공정당국 제재…한국 공정위 무혐의, 지지부진애플의 이동통신업체에 대한 불공정계약도 프랑스 공정당국은 이동통신사에 불공정계약 배상금으로 4850만유로(640억원)의 벌금을 내라고 최근 판정했다.
프랑스 공정위는 "애플이 프랑스 이동통신사와 계약하면서 지배력을 남용해 통신사들은 약정 플랜 결제를 제정할 수 없고, 애플은 사전 통지 없이 통신사와 계약을 철회할 수 있으며, 애플은 통신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불공정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프랑스 공정위는 SFR(1400만 유로), 오렌지(1160만유로), 브이크텔레콤(670만유로), 프리모바일(820만유로)에 각각 배상금을 지불하도록 했다.
한국 공정위는 2015년 퀄컴의 특허권 남용에 대해서도 제재절차에 들어갔으나 퀄컴의 반발로 아직까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는 5월쯤 퀄컴의 심사보고서에 대한 답변이 오는대로 구체적인 제재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반해 중국 공정당국은 2015년 퀄컴의 특허권 남용 행위에 대한 조사를 벌여 반독점법 위반혐의로 60억 8800만 위안(1조613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로열티 부과기준 개정명령을 내렸다.
한국 공정위는 글로벌 IT 기업인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DBMS) 소프트웨어 끼워팔기 의혹에 대해서도 무혐의로 물렁한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가 이례적으로 오라클 조사 사실을 밝히고 입증을 자신한 지 1년 만에 무혐의 결정을 내리면서 다른 나라 공정당국의 조사등에도 좋지않은 선례를 남기게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에대해 한 로펌 관계자는 "이번 오라클의 무혐의 결정도 한국이 앞장서서 전 세계 경쟁 당국의 손발을 묶은 셈"이라고 비판했다.
◇ 국내법학자, ICT 전문가…국내기업, 글로벌기업에 오히려 역차별 받아
국내법학자와 ICT 전문가들은 "국내 ICT 산업에 대한 구글 독점의 주원인이 정부의 역차별적 규제 때문으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성신여대 법학과 황태희 교수는 "구글의 세계 모바일 OS점유율이 53%인데 반해 국내점유율은 90%에 달한다"며 "이런 차이는 국내기업에 극도로 불리한 역차별적 정부규제들 때문인 것으로 추정 된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구글은 자사 모바일 OS 플랫폼인 안드로이드를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자사 앱 선탑재 △제3자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등록거부 △앱마켓의 높은 수수료 등 소비자의 선택권과 이익을 저해하는 불공정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ICT 기업 관계자도 "미국은 구글·애플·퀄컴 등 자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유럽국가들도 글로벌기업에 잇따라 반독점제재를 하고 있지만 한국은 미흡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구글 등 글로벌 외국기업을 보호하는 만큼 국내 ICT기업도 보호해 중소 ICT업체나 스타트업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