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의 유래는 서양의 중세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16세기 북유럽 국가에서 타인의 사망 피해를 보장해주는 생명보험계약으로 인해 많은 범죄가 발생했고 그 폐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생명보험제도를 전면 폐지한 적이 있다고 한다.
생명보험 역사상 최초의 살인범죄는 1762년 영국에서 발생한 이네스(Inness)사건으로 기록됐다. 영국인 이네스는 양녀를 거액의 보험에 가입시킨 후 독살해 보험금을 청구한 사실이 드러나 사형에 처해졌다. 오늘날 다반사로 발생하는 보험범죄와 수법이 다르지 않다.
한국 최초의 보험관련 살인사건은 1975년 발생한 '박분례사건'. 언니 일가족을 방화로 살해한 뒤 147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사건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험사기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고 그 수법은 점점 더 교묘해질 뿐아니라 피해금액은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다. 불로소득으로 일확천금을 거머쥘 수 있다는 허황된 꿈이 작용하지만 완전범죄가 가능하다는 그릇된 믿음 또한 작용한 결과다.
2010년 기준으로 민영보험의 사기규모는 3조4천억원, 가구당 부담액을 산출하면 20만원이나 되는 적지 않은 규모다. 그런데 보험사기를 치다 적발된 금액은 5천997억원으로(2014년) 생보협회가 추정하는 보험사기 규모 3.2조원의 18.7%다.
크든작든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금을 타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 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보험사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상품을 많이 팔거나 줄줄새는 돈을 막아 수익 규모를 키우는데, 보험사기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수입 기반이 잠식당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보험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없고 혐의입증이 애매한 경계선상에 있는 사건들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현실을 감안하면 갈수록 조직화, 지능화하는 범죄를 따라잡기란 애초 무리다.
문제는 보험사기의 피해가 단순히 보험사의 피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민영보험 측면에서 보면 보험사기는 위험률차익의 악화를 가져와 결국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지게 되고, 공보험 입장에서도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는 건강보험 재정지출의 증가로 이어져 재정악화를 초래하게 된다.
민영보험의 보험료 상승이든 공보험의 재정악화든 모두 보험의 수혜자인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같은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만들어진 법이 바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다.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법의 핵심내용은 보험사기행위에 대한 처벌이 10년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됐고 상습범은 가중처벌을 받도록 한 부분이다.
보험금 청구에 대한 감시가 세밀해지고 처벌이 강화될수록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이 선의의 피해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을 감안, 국회는 '보험사의 계약자 권익 침해 시 제재조치' 조항도 마련했다.
보험업계는 사기 방지에 안간힘을 써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험서비스가 좋지 않다면 사기방지가 무색할 수도 있다. 보험업계의 양면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