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는 물론 뱀과 자라, 고슴도치 등 살아있는 동물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식용 보다는 주로 애완동물용으로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
그런데, 이들 수입 동물의 전염병 감염 여부와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 등에 대한 정부의 검역활동은 한마디로 엉망이다. 심지어, 양서류와 파충류에 대해선 관리 감독할 담당 부처가 아예 없다.
메르스와 지카 바이러스, 구제역 등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전 세계 지구촌을 위협하고 있지만 정부의 방역대책은 아예 손을 놓고 있다.
◇ 외국산 개 수입, 10년 사이에 2배 이상 급증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국내에 수입된 살아 있는 동물 가운데 포유류와 조류는 2005년 89만1천 마리에서 지난해는 162만8천 마리로 10년 사이에 83%나 급증했다.
이들 동물 중에는 병아리가 해마다 70만 마리에서 많게는 150만 마리 정도가 수입돼 가장 많고, 실험용 쥐도 15만 마리 정도가 수입되고 있다.
특히, 포유류 가운데 개는 지난 2005년 6,485마리에서 지난해에는 1만3,043마리로 10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이는 2005년 1,314마리에서 지난해는 2,416마리가 수입됐고, 앵무새는 25마리에서 1,098마리로 무려 44배나 급증했다.
또한, 관세청에 따르면 파충류 가운데 뱀은 지난 2005년 무게로 1톤이 수입된데 이어 지난해는 3톤으로 증가했다.
이에 반해, 자라는 국내 식용 소비가 줄면서 수입 물량이 지난 2005년 189톤에서 지난해는 90톤으로 크게 감소했다.
◇ 수입동물 검역, 관리....부처별 제각각
이처럼 살아 있는 외국산 동물의 수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관리 감독은 부처별로 제각각 이뤄지고 있다.
먼저, 포유류와 조류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검역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개의 경우는 상대 수출국에서 마이크로칩 이식과 광견병 항체값 검사 결과가 포함된 검역증명서를 발급하면 우리나라에 즉시 수입이 가능하다.
앵무새는 개인이 수입할 경우 ‘애완조류 위생조건’에 따라 수출국의 조류질병 발생 여부 등이 첨부된 검역증명서만 있으면 곧장 수입이 가능하고, 상업용으로 수입될 경우는 국내 검역시행장에서 5일 동안 임상검사를 거쳐야 한다.
환경부는 붉은귀거북과 큰입배스, 꽃매미,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돼지풀 등 생태교란생물 18종을 관리한다. 하지만 이들 종은 이미 오래 전에 국내에 수입돼 무차별 번식이 이뤄지면서 퇴치 대상 동물이 됐기 때문에 현재 수입이 중단된 상태다.
환경부는 여기에, 얼마 전에 강원도에서 문제가 됐던 열대 육식어종인 피라냐 등 ‘위해 우려생물’ 55종을 지정 관리하고 있다. 이들 위해 우려생물은 연구 목적이 아니면 국내에 수입할 수 없다.
문제는 뱀과 고슴도치 등 수입산 양서류와 파충류다. 이들 동물은 관리 부처가 없는데다 검역 절차와 수입기준 등이 아예 없는 상황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파충류와 양서류는 소관 부처가 없어 검역에서도 제외된 상태”라며 “세계적으로도 파충류와 양서류에 대해선 검역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동물 방역 체계가 소와 돼지, 개, 고양이 등 가축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입된 파충류와 양서류가 전염병을 옮기는 것에 대해선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얘기다.
◇ 2013년 고슴도치 추정 살모넬라균 감염 환자 발생
실제로 국내에서 고슴도치에 의해 전파된 것으로 의심되는 전염병이 보고된 적이 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센터 수인성질환과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경상북도 안동지역에서 국내 최초로 10살 여학생이 설사 증세로 입원했다가 살모넬라 티렌 균이 검출됐다.
이어 3일 뒤에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78살 할머니가 건강검진 과정에서 살모넬라 티렌 균에 감염된 사실이 드러났다.
살모넬라 티렌균은 식품매개 질환을 일으키는 병원체 중 하나로 고슴도치와 날다람쥐가 발생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당시, 역학조사를 해야 했지만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하지 못했다”며 “해외 사례를 보면 고슴도치에 의해 전파된 것으로 의심이 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일반적으로 살모넬라 티렌균은 건강한 사람에게는 문제가 없지만 임산부나 5세 이하 아동에게 위험할 수 있다”며 “외래종 애완동물과 접촉할 경우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