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2주기가 지난 23일 토요일. 진도 팽목항은 인근 섬으로 봄나들이를 가기 위해 관광객들로 붐볐다. 관광객들은 배를 기다리는 동안 팽목항을 방문해 2년 전 그날의 아픔을 기억하고, 하루 빨리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랐다.
조용히 걸으며 현수막에 걸린 글들을 찬찬히 살펴보는 사람, 미수습자들이 좋아했을만한 과자를 갖고 와서 노란리본 앞에 놓는 사람, 흐느끼며 바다만 바라보는 사람. 팽목항을 찾은 이들은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여전히 감당하기 힘든 슬픔의 무게 한켠에서는 미수습자 가족들이 임시로 마련한 집에서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슬픔이 무뎌졌을만도 하지만 이들에게 슬픔의 무게는 2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똑같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청문회가 두 차례나 열렸지만, 어느 하나 속 시원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사람들은 이제 그만하라고, 세월호 가족들의 마음에 못을 박고 있다.
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연대의 뜻을 밝히기 위해 성서한국과 성서대전, 청소년들을 위한 선교단체인 새벽이슬 등 복음주의권 단체들이 23일 팽목항을 방문했다. 이들은 미수습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꾸준히 팽목항을 찾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도회를 준비한 관계자들도 놀랐다. 세월호 참사 2주기가 지난 시점이기도 하고, 이제 사람들 관심에서 멀어졌다 생각했는데, 100명이 넘는 인원들이 기도회에 참석했다. 미리 준비했던 버스가 모자랄 정도로 신청이 많이 들어왔다.
복음주의권과 진보권 단체들은 세월호 2주기를 앞둔 지난 11일부터 기독인 집중행동을 시작했다. 기도회를 열고 기독인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기독인들이 있는 반면, 한쪽에서는 세월호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들을 사실인양 전달하며 이제 그만하라고 외치는 기독인들도 있다.
이들은 최근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 엉뚱한 얘기들을 퍼 나르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할 수 없도록 기도를 부탁한다는 내용이다.
세월호 가족들의 마음에 못 박는 일부 기독인들하지만 이미 세월호 특별법은 통과했다. 지금 신경 써야 할 것은 오는 6월로 마감하는 세월호 특별조사위 활동을 연장하는 일이다. 이들은 특조위 활동 연장과 특별법 통과를 착각했다.
팽목항 예배에서 설교한 대전신학대학교 허호익 교수는 바로 이제 그만하라는 기독인들을 질타했다. 허 교수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들었다. 강도 만난 이웃을 그냥 지나치지 못 한 사마리아인처럼 공감의 능력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허 교수에게 이제 그만하라는 기독인들은 공감 능력을 잃어버린 자다. 허 교수는 기독인들이 빨리 공감 능력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어버린 이들의 슬픔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했다. 그렇게 기독인들이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이들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다. 박제민 간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는 “기독인들이 한 번이라도 팽목항에 와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와서 가족을 잃은 이들의 슬픔을 직접 눈으로 보라는 얘기다. 그렇게 하지 않고, 이제 그만하라는 얘기는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대전에서 온 김신일 목사(성서대전 사무국장)은 “기독인들이 끝까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진도 팽목항이 먼 곳이긴 하지만, 누구나 한 번씩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곳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이들이 팽목항에 머문 시간은 겨우 2시간 정도. 하지만 미수습자 가족들에게는 굉장히 긴 시간이었다. 이렇게라도 가끔씩 찾아오는 이들이 있기에 그래도 버틸 수 있다. 예배에 참석한 이들은 다시 또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뒤로 하고 서울로 발걸음을 옮겼다.
"잊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24일 광주 본향교회는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을 초청해 주일예배를 드렸다. 본향교회 담임목사인 채영남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 현 총회장이다. 채영남 총회장은 평소에도 세월호 가족들을 위로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총회장으로 취임한 뒤 첫 공식 일정이 세월호 안산 분향소를 찾아 시작했을 정도다. 미수습자 가족들을 꾸준히 찾는다. 이번에는 교회 주일예배에 초청해 함께 예배를 드렸다.
단장지애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채영남 목사는 “작은 것부터 함께하자”고 교인들에게 당부했다. 그래서 교인들은 가슴에 노란리본을 달았고, 교회 쪽도 주보에 희생자 304명의 이름과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을 게재하며 이 참사를 잊지 않기로 했다 .
채영남 목사는 예배가 끝난 뒤 광주 지역 국회의원 당선자와 지역사회 인사들과 세월호 가족들과의 간담회를 주선했다. 또 예장통합총회 산하 교회들에 세월호 미수습자들과 함께하는 예배와 간담회 등을 주선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