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전남 여수 율촌역 인근 열차 탈선사고 현장 (사진=최창민 기자)
지난 22일 9명의 사상자를 낸 전남 여수 율촌역 무궁화호 탈선 사고와 관련해 이번 사건을 단순 기관사 개인의 과실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소속 광주지방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25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여수 율촌역 사고 현장에서 사고 기관차를 절단해 열차 운행기록장치를 회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열차 운행기록장치에 사고 열차의 순간 속도와 제동장치 사용 여부 등 이번 사건을 규명하기 위한 각종 자료가 기록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운행기록장치 분석은 기관사의 과속 여부와 탈선 사고의 원인 등을 규명하는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경찰은 현재 사고 열차 생존 기관사 정모(55)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으며 과속에 대한 객관적 증거가 확보되는 대로 정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할 계획이다.
또 관제 업무 담당자와 기관사 간에 교신 내용을 놓고 서로 진술이 엇갈림에 따라 사고 당시 녹음된 교신 기록을 확보해 분석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사고 당시 코레일측 관계자 가운데 업무상 규정을 어긴 정황이 드러날 경우 추가적으로 형사 입건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코레일은 사고 당일인 22일 저녁 보도자료를 통해 "자체 조사 결과 기관사가 규정을 위반한 채 과속 운행한 것이 주요 사고 원인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선로 변경구간에서 시속 35km 이하 속도로 운행해야 하지만 사고를 낸 기관사가 경찰조사에서 120km 이상으로 운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보아 과속을 사고 원인으로 결론지었다"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또 "사고 당시 신호체계와 관제사의 운전취급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는 경찰 수사결과에 앞서 자체 조사 결과를 서둘러 발표하며 이번 사고의 원인에서 기관사 개인 과실을 강조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25일 CBS와의 통화에서 "사고 원인은 기관사의 착각이다. 근무 전 문서상으로 감속 지시가 있었음이 확인됐다"며 "현재 시스템 상의 문제를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열차 운행 지시 체계상의 허점이 드러난 만큼 열차 탈선과 같은 후진국형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원인 조사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