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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행군 자처한 박태환, 자존심의 승부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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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행군 자처한 박태환, 자존심의 승부가 시작된다

    동아수영대회 첫날 1500m 우승…강행군 속 26일 자유형 200m 출전

    전 수영국가대표 박태환(27)이 25일 오후 광주 남부대학교 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제88회 동아수영대회 남자 일반부 자유형 1,500m 결승을 마친 뒤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박태환은 남자 일반부 자유형 1,500m 결승에서 15분10초95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사진=박종민 기자)

     

    18개월만의 공식전인 제88회 동아수영대회에 출전한 박태환(27)의 대회 첫날 경기는 자유형 1500m였다. 육상 트랙과 비교하면 장거리 종목이다. 15분 정도 쉼 없이 물살을 갈라야 하는 힘든 경기다.

    수영 대회에서 자유형 1500m는 보통 대회 막판에 배치된다. 체력 소모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아수영대회의 일정은 다소 의외였다.

    대회 둘째날부터 자유형 200m, 400m, 100m 경기를 치러야 하는 박태환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정이다. 소속사 관계자도 박태환의 자유형 1500m 결장을 예상할 정도였다.

    그러나 박태환은 레이스에 참가했다. 지난 25일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자유형 1500m 경기에 출전해 대회 신기록인 15분10초95를 기록하며 정상에 올랐다. 올림픽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15분14초77의 A기준 기록을 무난히 달성했다.

    박태환은 왜 자유형 1500m 경기에 나서 강행군을 자처했을까.

    도핑 파문과 국제수영연맹의 징계 그리고 금지약물 양성반응을 보인 선수는 징계 후 3년간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막혀 리우올림픽 출전의 길이 좌절된 박태환이다.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하는 이번 대회에 나섰다. 박태환은 아마도 6주동안 호주에서 실시한 맹훈련의 성과를 남김없이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건재함을 과시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아직 남은 경기가 많아 취재진에 양해를 구했다.

    선발 규정이 개정되지 않는한 국가대표가 될 수는 없지만 전체 선수 중 홀로 올림픽 A기준 기록을 채웠다.

    자유형 1500m는 한국 수영에서, 특히 자유형 종목에서 박태환이 어떤 선수였고 어떤 선수인가를 보여주는 결과다.

    박태환은 26일부터 주력 종목인 단거리 경기에 출전한다. 지금부터가 박태환의 재기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진짜 무대다. 대회 첫날 자유형 1500m 출전을 감행한 박태환이 어떤 기록을 남길지 관심이 모아진다.

    박태환이 26일 출전하는 자유형 200m의 올림픽 A타임 기준 기록은 1분47초97이다. 이 기록을 넘으면 올림픽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

    박태환의 최고 성적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할 당시 기록한 1분44초80이다. 한국 기록이기도 하다.

    올 시즌 세계 랭킹 1위 기록은 제임스 가이(영국)가 갖고 있다. 1분45초19. 2014 인천 아시안게임 4관왕 하기노 고스케(일본)가 1분45초50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태환이 이번 대회 주력 종목에서 세계 상위 랭커와 비교해 손색없는 기록을 남길 경우 이중 징계를 반대하는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유형 200m는 400m와 더불어 박태환의 주력 종목이다. 2006년, 2010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고 2007년 세계선수권에서는 동메달을,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연이어 은메달을 수확했다.

    비록 모든 힘을 쏟지는 않았지만 전날 자유형 1500m 경기를 치른 여파는 상당히 클 것이다. 100% 컨디션으로 자유형 200m을 치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기록으로밖에 말할 수 없는 박태환의 각오는 남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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