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국회에서 새누리당이 제20대 국회 당선자 워크숍을 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총선 참패 이후 위기 수습 방안 논의를 위한 새누리당의 당선자 워크숍이 26일 열렸지만 총선 참패 책임 공방이 벌어지며 여전한 계파갈등만 재확인됐다.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워크숍에서 당 전략기획국에서 작성한 '20대 총선 후 당 지지 회복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총선 패배로 인한 여소야대, 실업자 속출과 국내외 어려운 경제상황, 3당구도 하의 유력한 대선주자 부재 등을 감안하고 대선까지 남은 기간을 볼때, 정권 재창출이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계파 청산, 국정운영의 근본적 쇄신, 당의 혁신과 명확한 경제비전 제시 없이는 정권 재창출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을 등지거나 각을 세웠던 사람들(조응천, 진영, 이상돈, 김종인 등)이 전원 당선되어 돌아오는 등 민심 이반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선거의 패인으로 ▲ 공천과정의 문제점 ▲ 경제 및 민생 악화 문제 ▲ 홍보의 문제점 ▲ 여론조사의 문제점 ▲ 공약 혼선의 문제점 ▲ 재보선 승리의 '성공 함정' 등 6가지를 꼽았다.
특히, 공천과정의 문제점과 관련해서는 "국민을 무시한 공천, 국민의 기대치와 괴리된 공천, 당의 스펙트럼을 좁히는 공천이 되어 결과적으로 '수도권 승리의 공천(野) vs 수도권 참패의 공천(與)' 양상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총선 참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대응책을 마련하자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자마자 총선 참패 책임론이 불거지며 계파갈등이 재점화됐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이종구(서울 강남갑) 당선자는 이날 워크숍 직후 기자들과 만나 친박계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책임론을 거론하며 날을 세웠다.
이 당선자는 "(박 대통령도) 선거에 책임이 있다"면서 "대통령의 눈.귀를 가리고 판단을 흐리게 했다는 것이 친박의 책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총선 패배의 원인은 '진박 마케팅'과 경제 실정 두 가지에 있다"며 "이번 공천에 책임이 있는 최경환(경북 경산) 의원이 3보 1배를 하든, 삭발하든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워크숍에서도 이 당선자가 제기한 친박계와 박 대통령 책임론을 놓고 격론이 오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친박계에서는 김태흠(충남 보령) 의원이 총대를 메고 반박에 나섰다. 그는 "총선 참패의 주역은 따로 있다"며 "주연은 김무성 대표, 조연이 이한구 의원, 마지막 책임은 우리 모두"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당선자와 새누리당 혁신모임 등 쇄신파에 대해서도 "상처 난 당에 소금을 뿌리고 있다"며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계파갈등 양상이 또 다시 벌어지자 당 위기 수습의 첫단추 격인 신임 원내대표 선출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된 의견 접근이 이뤄지지 못했다.
한 참석자는 "이명수(충남 아산) 의원이 '추대' 의견을 말하자, 황영철(강원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의원이 '쇄신책을 놓고 후보자들이 경선을 하게 해야 한다'며 받아쳤다"고 전했다.
이에따라 각 계파별 후보들이 나선 상황에서 합의 추대는 사실상 물건너간 것으로 보이며 계파간 표대결로 갈 수 있는 경선 방식으로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방안이 유력시 된다.
신임 원내대표 선출은 다음 달 3일 예정돼 있으며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에 신상진(경기 성남중원) 의원이 임명됐다.
이와함께 원내대표 선출 이후 7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관리할 비상대책위원장 선임 문제에서도 외부 인사로 할지 여부 등이 결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