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우리 경제 중대 현안인 구조조정 재원 마련 방안을 둘러싸고 고조되던 정부와 한국은행 간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선 정부의 강력한 '한국판 양적완화' 압박에 한은이 한발 물러서는 양상이다.
한은 이주열 총재는 2일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은이 필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열 총재의 이 발언은 전날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한은을 상대로 한국형 양적완화 압박 공조를 펼친 데 바로 이어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난달 29일 한은 윤면식 통화정책 담당 부총재보가 "기업구조조정 지원은 기본적으로 정부 재정의 역할"이라며 양적완화에 사실상 반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분위기다.
이주열 총재가 말한 '필요한 역할'과 관련해 정부는 한은 발권력 동원 굳히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 최상목 1차관은 2일 "구조조정과 관련해 두 가지 원칙에는 한은과 정부의 인식이 확실하게 같다"고 강조했다.
최상목 차관이 언급한 두 가지 원칙은 '국책은행 자본 확충 필요성'과 '이를 위한 정부 재정과 한은의 여러 정책수단 포괄적 검토'다.
'한은의 여러 정책수단'에서 핵심은 당연히 발권력 이용이다.
특히 최 차관은 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위한 한은 역할과 관련해 "과거와 다른 발상이 필요하다"며 '발권력 동원' 압박 강도를 높였다.
'한은은 전통적으로 발권력을 동원해 특정 기업이나 산업 구조조정 재원을 마련하는 걸 싫어하지 않느냐'는 기자 질문에 나온 답변이었다.
최 차관은 "정부든 한은이든 상황 변화에 따라 역할이 많이 바뀌기도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편 오는 4일 기재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참여하는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 첫 회의가 열린다.
구조조정 재원 마련의 핵심인 국책은행 자본 확충 방안 논의가 본격화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잇달아 출국한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은 총재의 행보가 주목된다.
어떤 방식으로든 두 사람이 프랑크푸르트 현지에서 만나 구조조정 재원 조달과 관련해 이견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회동 결과가 4일부터 시작되는 국책은행 자본 확충 방안 논의 TF의 기본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