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푸이티반(27.여)씨가 딸 서민화(5)양에게 베트남어와 한국어 번갈아가며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사진=강혜인 기자)
"큰 숲에는 나무만큼이나 많은 요정들이 살고 있어요…이젠 베트남말로 읽어볼까?"
5살 민화가 입을 오물거리며 베트남어 동화를 따라읽자 푸이티반(27.여)씨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지난 2011년 한국에 들어온 그녀는 5살 딸에게 1년째 베트남어를 가르치고 있다.
처음엔 낯선 언어를 거부하던 딸도 이젠 스스로 베트남어 실력을 자랑할 정도.
"처음에는 민화가 무슨 말인지 몰라 짜증 냈어요. 그런데 제가 계속하니까 이제는 밖에 나가 '제가 베트남말도 할 수 있어요', 이렇게 말해요."
집에서는 민화와 80% 이상 베트남어로 대화한다는 푸이티반씨는 "아이가 베트남말로 'mẹ(엄마)'라고 부를 때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결혼이민자 팜튀이은아(35,여)씨도 아이에게 모국어를 가르친다. 엄마 말을 알아야 한국어도 잘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처음에는 시어머니, 남편도 베트남어 무시했어요. 시끄러워 말하지마, 한국말 해! 이렇게… 베트남어로 말하면 한국어 늦을까봐서. 그런데 엄마말 먼저 알아야 해요. 모국어 먼저하고 다음에 한국어 해야 해요."
그녀는 "여기 베트남 엄마들은 어떻게 모국어로 애기 가르치는지 모른다"며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6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팜튀이은아씨처럼 자녀에게 모국어를 가르치는 다문화 가정은 2만 7000가구 중 40.7%인 1만 1000여 가구.
지난 2012년 25%에 비해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정부는 다문화 가정 자녀가 외국인 부모의 모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지난 2014년부터 전국 217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이중언어가족환경조성사업'을 진행중이다.
지난해에는 모두 5천 600가구가 사업에 참여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엄마의 말을 가르치는 게 한국어 배우는 데 좋지 않다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라며 "모국어로 대화하면서 엄마와 아이간 상호 교감도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모국어를 교육하며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어에 서툰 엄마가 아니라, 아이에게 무엇이든 설명해줄 수 있는 자신감 넘치는 엄마가 됐다.
강서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박정숙 센터장은 "동남아시아 출신 엄마들은 처음엔 자신의 말을 당당하게 가르치지 못했다"며 "정서적인 측면에서 엄마와 아이가 애착 관계를 형성할 때 모국어가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외로운 타향살이, '엄마의 말'은 엄마와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마법의 언어'가 되고 있다.
"민화가 엄마 말 알아들으니까 행복해요. 처음엔 한국말 몰라 너무 외로웠어요. 이제 민화에게 엄마의 사랑을 더 잘 전달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