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을 치른 뒤 정부서울청사 인사혁신처에 무단침입해 필기시험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시킨 20대 남성. (사진=황진환 기자)
허술한 정부종합청사(이하 청사) 보안망을 뚫고 잠입해 시험성적을 조작한 공무원 시험 응시생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형법상 야간건조물침입절도 및 공전자기록변작 등의 혐의로 대학생 송모(26)씨를 구속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송씨는 지난 2월 8일부터 지난달 1일까지 청사와 학원가 등 사무실에 몰래 침입해 전산망에서 성적을 조작하거나 시험문제지와 답안지를 훔치는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송씨가 청사에 처음 들어간 때는 지난 2월 8일이었다. 당시 송씨는 시험지와 답안지를 훔치려 했으나 체력단련장 탈의실에서 공무원 신분증만 훔치고 되돌아갔다.
이어 3월 5일 필기시험에 응시했으나 가채점 성적이 저조해 탈락이 예상되자 송씨는 다시 청사에 잠입하기로 결심했다. 송씨는 이튿날 수정테이프와 컴퓨터싸인펜만 들고 청사에 들어가 자신이 제출한 필기시험 답안지와 오답 표기를 고치려 했지만 결국 답안지를 찾지 못하면서 성적조작에 실패했다.
송씨는 같은 달 26일 정부종합청사를 찾았다. 당일 오후 8시 30분쯤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16층 인사처 채용관리과 사무실에 침입한 송씨는 담당자 컴퓨터에 접속했고, 자신이 응시한 '2016년 지역인재 7급 국가공무원 채용시험' 필기 성적서를 조작한 뒤, 합격 인원에 1명을 추가했다.
범행 기간에만 총 5차례에 걸쳐 청사에 침입한 송씨는 '완전 범죄'를 도모했으나 인사혁신처가 침입사실을 뒤늦게 파악하면서 범행은 실패로 돌아갔다.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1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송씨는 같은달 7일 구속됐다. 송씨는 인사혁신처가 주관하는 7급 국가공무원 공채 응시를 위해 대학별로 추천대상자를 선발하는 차원에서 치르는 '공직적격성평가시험(PSAT)'에서도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적발된 상태다.
이밖에 송씨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 학과 및 한국사능력시험 성적 조작 등 정황도 드러나 수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