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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랑은 상관없는데…' 뜬금없는 임시공휴일이 서러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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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랑은 상관없는데…' 뜬금없는 임시공휴일이 서러운 사람들

    "임시공휴일 쉬려면 연차까지 내야해"

    (사진=자료사진)

     

    충남지역 초등학교 돌봄교사인 최수정(가명·49·여)씨는 징검다리 연휴인 5월 첫째주에 연로하신 아버지를 찾아뵐 계획이었다.

    오는 6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가족들과 함께 오랫동안 찾아뵙지 못한 아버지 곁에서 효도를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최씨가 근무하는 지역 교육청에서 맞벌이 부부와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에서 돌봄교실을 적극 운영하라는 공문이 내려오면서 이런 계획은 모두 허사가 됐다.

    최씨는 "4일 연휴면 계획을 세워 어디든 갈 수 있겠지만 중간에 근무를 해야하니 모두 물거품이 됐다"며 "국가에서 임시공휴일을 지정했지만 개인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시공휴일은 정부가 필요에 따라 지정하는 공휴일로 국무회의의 심의 의결을 거친다.

    임시공휴일 헤택 대상은 대통령령인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기 때문에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관공서로 제한된다.

    일반기업의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휴일이 정해지면 대부분은 내부규정(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을 통해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준용할 지 결정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이나 하청업체들은 내부규정에 이를 포함하지 않고 있어 소속 노동자들은 임시공휴일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

    임시공휴일에 울며 겨자먹기로 근무해도 휴일 근무수당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도 많다.

    경북지역 지자체 소속 환경미화원으로 쓰레기 수거와 운반일을 하고 있는 현태용(60)씨도 이번 임시공휴일은 말그대로 '그림의 떡'일 뿐이다.

    10년째 청소일을 일을 하며 자녀 셋을 키운 현씨는 4일간의 이번 '황금연휴'에 평소와 마찬가지로 매일 근무하고 일요일만 쉰다.

    현씨는 지자체에서 하청을 준 용역업체 소속이기에 임시공휴일에 일을 해도 특근수당조차 받을 수 없다.

    현씨는 "(인력업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상 임시공휴일에 일해도 휴일 근무수당을 보장받지 못한다"며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는 위화감만 조성하는 휴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씨는 이어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임시공휴일을 지정했다고 하지만 정작 한 달 벌어서 빠듯하게 사는 우리같은 사람들은 쓸 돈도 넉넉하지 않다"고 한탄했다.

    임시공휴일에 쉬려면 연차까지 내야하는 웃지못할 상황도 적지 않다.

    대기업 통신사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김모(36)씨에게도 이번 임시공휴일은 '당연히 일하는 날'이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임시공휴일이 정해져 어린이집이 문을 닫게 되면서 할 수 없이 회사에 연차를 냈다.

    아내도 맞벌이를 해 어린이집에 다니는 네살배기, 세발배기 어린 두 아들을 맡길 곳이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정부가 급하게 임시공휴일을 공지하면서 우리같은 사람들은 당장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어졌다"며 "임시공휴일에 안 써도 될 연차까지 써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씨 역시 "정작 쉬라고 만든 날이지만 누군 쉬고, 누군 쉬지 못하니 상대적인 박탈감도 많이 든다"고 한숨쉬었다.

    지난달 28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중소기업 35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른 중소기업 휴무계획'에 따르면 6일에 쉬겠다고 답한 중소기업은 36.9%에 불과했다.

    또 임시공휴일에도 불구하고 근무를 해도 조사기업의 55.1%는 특별수당을 지급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RELNEWS:right}중소기업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인력파견 업체나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적지 않은 만큼 실제로 이번 황금연휴에 정부가 기치를 내건 내수진작을 위해 쉴 수 있는 노동자들은 절반에도 못미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임시공휴일이라는 제도의 수혜를 모든 노동자들이 누리려면 보다 근본적인 조치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 이승철 사무부총장은 "임시공휴일이 법적 강제성을 띄지 않고 있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사업장의 선의에만 기대하기에는 효과가 적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사무부총장은 "이번 임시공휴일도 다소 즉흥적으로 진행되면서 노동자들이 예상할 수 없었다"며 "우리나라가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노동시간이 많은 만큼 법정공휴일을 늘리고 법정 근로시간을 단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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