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의 유족인 숨진 할머니의 딸과 사위, 그리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3인조가 3일 전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심 개시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임상훈 기자)
진범 논란이 일며 재심 청구사건이 진행 중인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
형을 마치고 출소한 '완주 3인조'는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고 또 다른 '부산 3인조'가 진범이라고 자백하고 나선 가운데 당시 수사를 진행한 경찰관들이 증인 신분으로 법정에 섰다.
나라슈퍼 사건 재심 개시를 위한 전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장찬)의 세 번째 심리가 열린 3일 전주지방법원 1호 법정.
쟁점은 당시 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의 진실성 여부로 모아졌다.
당시 10대 후반이었던 '완주 3인조'의 자백 외에 다른 물증이 없어 현장검증 조서는 이들이 유죄판결을 받는 결정적 근거가 됐다.
하지만 3인조의 변호인 박준영 변호사는 "경찰의 지시와 강압에 의해 현장검증이 진행됐다"며 "현장검증 조서도 경찰이 임의로 작성한 정황이 의심된다"고 강조했다.
법정에서는 사건 당시 현장검증을 촬영한 한 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상영됐고, 현장검증 중 경찰이 3인조의 머리를 몇 차례 때리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3인조 역시 경찰 조사과정에서 경찰봉으로 손바닥과 발바닥을 맞는 등 폭행과 강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3인조 중 한 명인 임모(37) 씨는 "초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에게 발바닥을 맞듯 의자에 무릎 꿇고 경찰봉으로 발바닥을 맞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정에 선 경찰관은 조사과정에서의 폭행은 없었다고 강변했다.
당시 수사 실무를 맡은 경찰관은 "때리지 않았다"며 "왜 맞았다고 말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또 다른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경찰관은 현장검증 과정에서 3인조의 머리를 때린 부분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야유를 퍼부어 3인조가 위축됐고 수동적으로 현장검증에 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장검증 조서가 부실하게 작성됐다는 박 변호사의 지적에 대해 당시 수사책임자인 경찰관은 "17년 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재판 중 박 변호사가 증거로 제시한 임 씨의 심문 조서에는 "폭언이나 가혹행위 등을 전혀 받지 않고 조사를 잘 받았습니다. 참 좋은 세상인 것 같군요"라는 문구가 있었다. 임 씨는 조사 당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은 1999년 2월 6일 새벽 4시께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 유모(당시 76) 할머니의 입을 막아 숨지게 하고 현금 등 254만 원 상당을 훔쳐 달아난 사건을 말한다. 당시 경찰은 동네 선후배인 임 씨 등 3명을 강도치사 혐의로 구속했고 이들은 징역 3년에서 6년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다. 하지만 사건발생 9개월만인 11월, 부산지검이 또 다른 3인조를 검거하고 자백을 받으면서 사건은 새 국면을 맞았다. 전주지검으로 옮겨져 조사를 받은 부산 3인조는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이중 한 명인 이모(48) 씨는 이 사건 재심 청구 두 번째 심리에서 증인으로 나서 자신들이 진범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