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팀 쿡 CEO (사진=애플)
애플이 아이폰을 첫 출시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아이폰 판매량이 떨어진 것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애플은 죽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애플의 팀 쿡 CEO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쿡 CEO는 2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 출연해 "내 생각에는 엄청난 과장"이라며 "우리는 꽤 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올해 출시될 것으로 알려진 신형 아이폰7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에 무게가 쏠리면서 애플에 빨간 불이 켜졌다.
◇ "애플은 죽었다" 시장의 냉랭한 반응…"팀 쿡은 물러나라"설상가상으로 미국의 헤지펀드 매니저 더그 카스와 음악산업 전문가이자 애플 분석가인 밥 레프셋은 5일(현지시간) 팀 쿡 CEO에 희망이 없다는 비관적 논평을 내놨다.
더그 카스는 리얼머니에 게재한 포스팅에서 "팀 쿡은 스티브 잡스가 아니"라며 "추정하건데, 어쩌면 애플은 아이폰의 전성기를 다시는 되찾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밥 레프셋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팀 쿡은 회사의 경영은 잘 하는 날카로운 사업가일지 모르지만, 그가 스티브 잡스와 같은 비전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꼬집었다.
레프셋은 "애플에게 교통경찰 대신 비전이 필요하다. 실행력이 중요하지만 그것은 감각에 비하면 부차적이다. 아이디어가 최고다, 그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며 쿡 CEO 교체를 주장했다.
그는 과거 스티브 잡스가 한때 펩시콜라 경영자 출신인 존 스컬리(John Sculley)를 애플의 최고 경영자로 영입했던 일을 지적하며 "애플에게는 미래를 내다보고 자신의 뜻에 따라 회사를 다룰 수 있는 '하우스 히피'같은 사람(스티브 잡스)이 필요하다. 팀 쿡은 애플의 사업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감독관의 역할(COO) 정도로 물러나는 것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쿡 CEO는 이 같은 시장의 비판에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난 분기 애플의 매출은 500억 달러, 순이익은 100억달러였다. 절대적인 기준으로 볼 때 놀라운 분기였고 순이익 100억 달러는 다른 어떤 회사보다도 높은 수준"이라며 "지난해 우리는 연간 순이익이 530억 달러에 달했으며 2위 기업은 240억 달러 수준이었다. 그 어떤 기업도 우리처럼 벌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쿡 CEO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적극 방어에 나선 것은 애플 주가 하락 여파가 커지자 애플에 비관적인 시장을 달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변화 없는' 차기 아이폰7, 애플에게 약이 될까 독이 될까
아이폰6s (사진=애플)
일부에서는 차기 아이폰7이 '명불허전' 혁신의 아이콘인 애플을 구해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과 중국 브랜드 등 시장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아이폰6s의 혁신성 부재가 애플을 위기로 몰아넣었고, 애플이 이 같은 소비자의 냉랭한 반응을 뒤집기 위해 아이폰7에 혁신적인 기술들을 대거 적용할 것이라는 주장이 배경이다.
쿡 CEO는 "우리가 현재 하고 있는 일들로 몹시 흥분된다.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우리는 새 아이폰의 혁신으로 고객에게 보답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가지고 있던 아이폰을 새로운 아이폰으로 교체할 것"이라며 "그것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로 필요한 것이 될 것"이라고 자찬했다.
하지만 쿡의 이 인터뷰가 차기 아이폰7을 말하는 것인지, 더 미래의 새로운 아이폰 버전을 말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최근까지 알려진 아이폰7에 대한 루머는 디스플레이에 OLED 패널을 적용하고, 아이폰4처럼 전체를 강화유리로 감싸는 등 새로운 디자인으로 출시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애플 전문가들과 일부 애플 팬들 사이에서는 신형 아이폰7이 기존 아이폰6, 6s와 크게 다르지 않고, 차기 버전에서나 큰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애플이 향후 몇 년 간은 사업의 안정성을 위해 하드웨어 디자인 변경 사이클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2007년 1월 첫 모습을 드러낸 아이폰의 역사성을 비추어 보더라도 혁신적인 변화는 올해보다는 2017년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이폰6s 부품의 헤드폰 잭(오른쪽)과 아이폰7으로 추정되는 부품의 헤드폰 잭 (사진=nowhereelse.fr)
프랑스 IT매체 노웨어엘스(nowhereelse.fr)가 최근 유출된 신형 아이폰으로 추정되는 부품 사진을 입수해 공개한 것을 보면, 새 아이폰7으로 추정되는 라이트닝 커넥터 주변 부품 사진에는 사라질 것으로 알려진 헤드폰 잭이 여전히 있다.
애플이 아이폰7의 두께를 기존 제품보다 더 얇게 만들기 위해 헤드폰 잭을 제거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과는 다른 결과다.
물론 방금 입수한 소식도 빠르게 바뀌는 것이 시장의 특성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달라질 여지는 있다. 다만 이 같은 애플의 행보가 사실로 이어질 경우, 시장과 소비자의 냉랭한 반응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애플은 올해 1분기(미국 회계연도 기준 2분기) 505억6000만달러(약 58조1187억원)의 매출액과 105억2000만달러(약 12조92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지난 4월 26일(현지시각) 밝혔다. 주당순이익은 1.9달러, 아이폰 판매량은 5120만대로 집계됐다.
애플의 2015년 1분기에 매출액 580억달러(약 66조6710억원), 순이익 136억달러(약 15조6332억원), 주당순이익 2.33달러에 비하면 확실히 악화된 기록이다. 아이폰 판매량도 6110만대로, 올해보다 1000만대가량 더 많았다.
연장선상으로 애플의 태블릿 PC인 아이패드의 경우도 마이너스 성장을 걷고 있다. 애플워치만 웨어러블 시장에서 선전하며 전년대비 6.8%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 때문에 애플의 주식은 큰 폭으로 떨어졌고, 투자자들의 신뢰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 아이폰7 말고 아이폰8 기다리라는 이유 있다
아이폰7과 아이폰7프로 루머 디자인
애플이 올해 새로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신형 아이폰 모델은 3가지다. 4.7인치 아이폰7과 5.5인치 아이폰7플러스, 5.5인치에 듀얼 카메라를 탑재하고 애플 펜슬이나 애플 키보드가 지원될 것으로 알려진 아이폰7프로다.
애널리스트 밍치 궈는 지난 달 26일(현지시간) 애플이 아이폰 출시 10주년인 2017년에 출시할 '특별한 제품'을 위해 올 9월 출시할 새 아이폰7에는 구매할 만한 매력 포인트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밍치 궈는 올해 출시 예정인 아이폰7이 아이폰6나 6s와 모양이 흡사할 것이라며, 이후에 출시할 모델에서나 무선충전 기능과 더 향상된 카메라, 더 길어진 배터리 사용시간, 3.5㎜ 헤드폰 잭 제거 등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헤드폰 잭은 아이폰7프로 모델에서만 적용되며 맥북에 탑재된 마그네틱 커넥터 방식의 마그네틱 스마트 커넥터로 교체되고, 이 같은 변화로 이어폰은 와이어리스(무선)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분석을 종합해 볼 때 애플은 올 9월 아이폰7과 7플러스 디자인에 특별한 변화를 두지 않고 비슷한 디자인에 마그네틱 커넥터와 듀얼 카메라를 적용한 7프로 버전을 추가로 내놓으면서 아이폰 탄생 10주년인 2017년에 출시할 아이폰8에 OLED 디스플레이 탑재, 유리소재가 바디 전체를 감싸고, 더 얇아진 두께, 7프로에 적용된 변화된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 해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7프로 모델이 '완전히 새로워질' 차차기작인 아이폰8의 징검다리가 되는 셈이다. 물론 수요와 가격은 7, 7플러스보다 7프로가 더 높고 애플의 전략도 거기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당장 세계 스마트폰의 OLED 디스플레이 수요, 공급능력만 보더라도 애플이 7 모델에 당장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어쨌든 애플의 이 전략이 과연 성공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특히 전작인 아이폰6s의 혁신성 부재가 매출 부진의 원인으로 꼽히는 마당에 일부 성능만 업그레이드 하고 하드웨어는 판박이인 아이폰7 모델이 애플을 회복 불능의 상태로 빠뜨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그래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밍치 궈는 끝으로 애플이 아이폰8에 아이폰 출시 10주년 기념 '특별 각인'을 새겨 출시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혼전 속에 시장의 전망과 애플의 행보가 점차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