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한 데 대해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일, 미국 재무부는 의회에 제출한 '주요 교역상대국의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지만, 한국 정부는 아직까지 별다른 대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이번 분류가 미 재무부가 자국 의회에 제출한 분석일 뿐이기 때문에 공식 대응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함께 환율관찰대상국에 지정된 중국이나 일본, 독일, 대만 등 다른 나라들도 공식적인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며 "중국이나 독일이 미국 눈치를 봐서 말 한 마디 못하겠느냐"고 말했다.
환율조작국으로 규정하는 '심층분석대상국'과 달리 아직 별다른 제재 조치도 없는데 '미국이 모니터링한다'는 말 한 마디에 섣불리 움직이면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는 오히려 이번 보고서에서 "2015년 한국은 원화 가치의 절상과 절하, 양 방향 모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부분은 긍정적인 평가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한국 정부가 수출 경쟁력을 위해 외환 시장에 한 방향(달러 매수)으로 개입했다는 기존 의심에서 벗어났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환율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된 원인인 대미수지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이 모니터링 대상이 된 이유는 환율 조건을 인위적으로 바꿔서 수출을 늘렸기 때문이 아니라 내수가 줄면서 수입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미국과의 대화와 별개로 국내 경기를 활성화하는 노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앙은행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더 과감하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정부 역시 추경 등 추가적 재정 정책 여력이 있어, 이번 산업 구조조정으로 자금을 사용하면서 경기를 회생시키는 적극적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환율관찰대상국이 된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불황형 흑자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근본적인 경제 체질 개선이 필요할 때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원화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향후 정부 차원에서 개입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분명한 악재 요인이므로 덮고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는 것.
서울대 이필상 경제학과 겸임교수는 "당장은 불이익이 없을 지 모르지만 수출산업에 적신호가 될 수 있지 않겠나"라며 "정부로서는 구조적으로 무너진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근본적 대책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이 대선 이후 보호무역으로 정책 방향을 돌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더 큰 파도를 피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설명도 나왔다.
국민대학교 조성희 경제학과 교수는 "자국 노동 시장을 신경써야 하는 대선을 앞둔 미국 국내 정치 상황을 염두한 결과"라며 "장기적 대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