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신임 원내대표(왼쪽부터)
새누리당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와 관련 법․제도 보완을 약속하면서 이른바 ‘옥시 청문회’ 실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8일 국회 집무실에서 연 첫 당정협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정부를 강하게 질책하며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 청문회도 하겠다”고 밝혔다.
청문회로 충분하지 않을 경우에는 국정조사도 배제하지 않기로 했다.
또 특별법은 물론 집단소송법과 징벌적 손해배상법 도입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대처 기관을 총리실로 격상해 전방위 피해 역학조사, 살(殺)생물제 전수조사, 검찰 엄정 수사, 생활지원자금 확대 등 신속하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야권의 요구에 적극 호응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4.13 총선 이후 가습기 살균제 사건 대책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지난달 20일 “늦었지만 진상을 규명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하며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법 제도도 보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 대표도 같은달 27일 “옥시의 행위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청문회를 통해 사건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정 원내대표가 청문회 실시와 법․제도 보완 약속으로 호응하자 야당도 반색했다.
이로써 3당은 ‘협치(協治)’의 첫 단추를 제대로 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이는 16년만의 여소야대(與小野大), 20년만의 원내 3당 체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당 안팎의 관측이다.
정 원내대표는 경선 과정부터 ‘협치’를 입에 달고 다녔다. 3당 체제에서 일방통행은 불가능하며 대화와 타협만이 살 길이라는 그의 신조가 가습기 살균제 대처 과정에서 구현됐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달 28일 박근혜 대통령의 철저한 조사와 피해자 구제 지시에도 청문회 개최나 특별법 제정에는 난색을 표하던 태도를 깼다는 점에서 야당으로부터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여기에는 19대 국회에서 원외에 있으면서 가습기 살균제 늑장 대응의 책임론에서 자유로운 점도 과감한 조치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문회 개최 시기 등 각론을 놓고 미묘한 차이를 보여 추진 과정에 진통도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청문회 개최 시기를 검찰 수사 종료 이후로 밝혔지만 야당은 즉각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더민주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검찰은 검찰대로, 국회는 국회대로 역할을 해야한다"며 청문회 조기 실시를 촉구했다.
국민의당 김희경 대변인도 "검찰 수사와 국회 진상조사는 선후의 문제가 아니다. 검찰 수사는 속도를 내고, 국회는 국회대로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며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식의 의례적인 대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국회 차원의 특별위원회 설치를 요구한 더민주는 9일 오전 당내 대책특위 1차 회의를 열어 피해자들의 의견을 청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