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부산시장과 강수연 BIFF 집행위원장이 9일 부산시청에서 만나 영화제 정상화 방안에 합의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부산CBS 강동수 기자)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BIFF) 측이 BIFF의 새 조직위원장 위촉과 정관 개정 방향에 전격 합의했다.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는 9일 보도자료를 내고 BIFF 정상화와 올해 10월 열리는 21회 영화제 성공 개최를 위한 합의안을 공개했다.
두 기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영화계와 지역으로부터 두루 신망이 두터운 김동호 현 BIFF 명예집행위원장을 조직위원장으로 위촉해 영화제를 치르기로 하고 이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관 개정을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재 부산시장을 당연직 조직위원장으로 명시한 조항을 삭제하고, "이번에 한해 조직위원장을 부산시장과 BIFF 집행위원장이 공동 위촉한다"는 부칙을 넣기로 했다.
정관 개정과 조직위원장 위촉은 이달 중에 임시총회를 열어 추진할 예정이며, 전면적인 정관개정은 올해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치른 이후 합의안을 마련해 내년 2월 정기총회 때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시와 영화제 측은 앞으로 진행할 정관개정 작업은 BIFF 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균형있게 담고 지역참여성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조직위원장과 집행위원장 등 임원 선출 시 지역참여성과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집행위원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재조정하고, 임원회와 집행위원회 활성화를 통해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도 확립하도록 정관을 고치기로 했다.
총회 의결권 왜곡 논란이 제기된 '자문위원'은 본래 취지에 맞게 역할을 재정립하고, 인원도 적정하게 조정하기로 했다.
시와 영화제 측은 예산편성과 결산 시기를 현실적으로 조정하고, 법인사무와 재산상황에 대한 검사·감독 규정도 명문화해 공적자금 집행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장치도 마련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번 합의안은 BIFF 갈등을 유발한 두 축인 독립성(자율성)과 투명성(공공성)에 대해 부산시와 영화제 양측의 입장을 상당폭 수용한 것이어서, BIFF 사태가 실질적인 수습 국면에 접어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합의안을 발표한 이날 오전 서병수 부산시장과 강수연 BIFF 집행위원장은 부산시장실에서 직접 만나 영화제의 성공적인 개최에 힘을 모으기로 뜻을 모았다.
서병수 시장은 이 자리에서 "부산국제영화제의 새로운 20년을 준비하기 위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부산시의 입장과 영화제의 독립성에 집중한 영화제·영화인 간에 갈등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간 성장한 부산영화제의 명성이 훼손되거나 차질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일치된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이번 합의가 가능했다"면서 영화제 성공 개최를 위해 각계가 힘써 줄 것을 부탁했다.
강수연 집행위원장도 "오랜 시간 많은 분들께 걱정을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운을 뗀 뒤, "현실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는 지금부터 점차적으로, 서로 합의하에 노력하겠다"면서 "어떤 이유에서건 부산시민과 영화팬,·영화인들 모두 올해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관심과 애정, 큰 도움을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BIFF 측은 프랑스 칸영화제에 프로그래머들을 참가시키는 등 올해 영화제 준비에도 본격 착수했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BIFF 수뇌부도 이르면 9일 저녁 프랑스로 떠나 세계 영화인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BIFF 에 참석해 줄 것을 적극 요청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