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오후 6시 40분께 대전 유성구 한 오피스텔 6층에서 불이 났다.
다행히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곧 꺼졌지만, 수백명이 거주하는 공동주택에서 하마터면 큰 소동이 벌어질 뻔했다.
불은 주방 전기레인지 쪽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당시 집에는 전기레인지를 켤 사람도 없었고, 전기레인지 자체 결함도 발견되지 않았다.
화재 원인을 조사하던 소방당국 관계자는 집 안에 있던 고양이를 방화범으로 지목했다.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고양이가 전기레인지 위에 올라가 발로 터치스위치를 건드려 전기레인지를 작동시킨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했다.
마침 전기레인지 위에 과자 상자가 있었고, 오래 가열된 과자상자에 불이 붙은 것이었다.
이 고양이는 과거에도 전기레인지 위에 올라갔다가 스위치를 켠 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 북부소방서 관계자는 "별다른 발화요인이 없었고, 고양이 주인도 고양이가 터치스위치로 전기레인지를 켠 적이 있다고 진술해 고양이가 실수로 불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로 인해 불이 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서울 강동구 한 다가구주택에서 스마트폰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불이 나 안방 침대와 가재도구 등이 탔다.
한 달 앞선 4월 서울 강남구 한 빌라에서도 스마트폰 배터리 폭발로 침대 등을 태웠다.
이 두 가정은 모두 반려견을 키우고 있었다.
소방당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배터리 감정 결과와 당시 정황 등을 토대로 반려견이 배터리를 물어 내부가 가열돼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화재 원인을 추정했다.
스마트폰 배터리에 반려견의 이빨과 같은 뾰족한 물체로 압력이 가해지면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은 지난해 현직 화재조사관들이 진행한 실험으로도 증명됐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이 의도치 않게 불을 내지 않도록 주인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전기레인지 등 화기 주변에 불에 탈 수 있는 것을 놓지 말아야 하고, 반려동물이 화기를 잘못 작동하지 못하도록 미리 조치를 해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