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고동동 (웹툰 <피리 부는="" 남자=""> 작가)
여러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기억하십니까? 그 당시에 이 드라마가 만화를 표절했다는 논란이 일었던 것도 기억하시죠. 그런데 지금 만화계가 또다시 비슷한 표절 논란으로 뜨겁습니다. 지난 3월에 방영된, 배우 신하균, 유준상 주연의 드라마죠. <피리 부는="" 사나이="">를 두고, 한 만화 작가가 자신의 만화 <피리 부는="" 남자="">와 유사하다, 이런 주장을 하고 나선 건데요. 공모전에 제출했던 자신의 작품을 본 드라마 작가가 작품을 표절했단 주장입니다. 이 만화를 그린 작가만 나선 게 아니라 만화계 전체가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당사자. 만화가 고동동 씨를 직접 연결해 보죠. 고동동 작가님, 안녕하세요?
◆ 고동동>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고 작가님의 만화 <피리 부는="" 남자="">는 아직 출간이 되지 않은 거네요?
◆ 고동동> 네, 그렇습니다. 시나리오 작업한 형태로 공모전에 출품한 상태였습니다.
◇ 김현정> 시나리오 형태로요. 그 공모전에 내신 건 언제입니까?
◆ 고동동> 2014년 6월 부터 1차 심사 시작했고, 마지막 최종분은 12월에 제출했습니다.
웹툰 '피리부는 남자' (사진=고동동 작가 제공)
◇ 김현정> 2014년 12월. 그런데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드라마가 고 작가의 작품과 유사하다는 건 언제 어떻게 알게 되셨습니까?
◆ 고동동> 드라마가 나오기 전에 언론에서 관련 기사들이 나왔는데 그때 일단 제목이 똑같았고요. 그리고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테러리스트의 콘셉트가 유사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랬다가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극본을 맡으신 분이 류용재 씨라는 부분을 알게 되면서 표절을 확신하게 됐습니다. 왜냐하면 1년 3개월 전 (그 공모전) 심사위원이었어요.
◇ 김현정> 드라마의 작가 류용재 씨가 공모전 때 심사위원이었던 분이구나 그걸 알게 되는 순간 이거 뭔가 이상하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더니 정말로 이상하다 했던 게 하나, 둘씩 맞아떨어지던가요?
◆ 고동동> 도입부에서 시위 현장에서 피리 부는 남자 내레이션 시작하는데요. 그 부분이 제 시나리오의 도입부와 똑같습니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보게 되면, 가장 큰 유사점들이 대형 참사의 유가족이었던 사람들이 결국 대형 참사의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테러라는 형태로 그들에게 일종의 보복을 하면서 그와 함께 그 대형 참사의 진실까지 찾아가게 되는 그런 과정들이 매우 비슷하게 진행되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대형 참사의 유가족들이 자신들이 테러리스트가 돼서 복수를 하는 이런 콘셉트인데… 또 있습니까?
◆ 고동동> 그리고 15화, 16화에서 비행기가 납치되는 과정에서 비행기 안에 있는 승객들이 권력자의 아들을 죽이려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런 장면은 제 시나리오의 지하철 안의 승객들이 권력자의 딸을 죽이려는 장면과 매우 유사합니다.
◇ 김현정> 비행기냐 지하철이냐 이것만 달랐다. 하지만 비슷한 아이디어가 그 드라마 작가한테도 떠올랐을 가능성 있는 거 아닌가요?
◆ 고동동> 지금까지 그런 복수와 테러리스트와, 이 동화를 연결시킨 작품은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이게 똑같이 된 것에 대해서 표절을 의심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냈던 공모전의) 심사위원이셨기 때문에 제 작품을 분명히 보았고, 그리고 1년 3개월 뒤에 똑같은 제목의 똑같은 콘셉트의 드라마가 나온다는 건 제 작품을 보고서 어떤 아이디어를 도출하지 않고는 그렇게 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피리부는 사나이' 포스터 (사진= tvN 제공)
◇ 김현정> 드라마 작가 류용재 작가의 반론을 한번 보니까, 피리 부는 사나이는 2009년에 경찰대학교 협상 전문 교수님과 개인적인 인연을 맺을 기회가 있었다. 그때 이 협상이라는 소재에 관심을 갖고 처음 착안한 거다. 그러니까 고동동 작가의 작품을 접하기 훨씬 전부터 이미 이 네고시에이터라는 가제로 드라마 아이템을 개발을 해 왔고 내가 이걸 노트한 증거까지 필요하다면 제시할 수 있다 이렇게까지 얘기를 했던데요?
◆ 고동동> 그것에 대해서는, 제가 지금 문제 제기한 부분은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동화를 테러리스트로 푼 점, 그런 아이디어에 대한 부분인데요. 류용재 씨는 그 부분에 대한 얘기는 안 하고 어떻게 협상 전문가 이야기를 만들게 됐는지에 대한 과정 설명이고요. 제 질문을 피해가는 답변이라고 밖엔 생각이 안 됩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묻고 있는 부분에 대한 정확한 답변이 나오고 있지않았다 이런 지적을 하신 거예요. 알겠습니다. 만화가 고동동 씨를 지금 만나고 있는데, 이번 논란이 특이한 건 만화계 전체가 나섰어요. 공동성명까지 발표를 하고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 이런 분노의 표시입니까?
◆ 고동동> 아무래도 요새 웹툰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라든가 영화라든가 그런 것들이 많이 나오게 되면서 어느 때보다 이 만화 콘텐츠가 주목을 받는 상황이고 그런 과정에서 만화에서 지금까지 해 왔던 수많은 상상력적인 그런 설정들이 무분별하게 여러 곳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수많은 만화가들이 그런 문제의식을 같이 공유하는 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 김현정> 혹시 다른 만화 작가들하고 편한 사석에서 얘기하시면, 우리 아이디어 또 털렸어, 이런 얘기도 농담처럼 하고 그러세요?
◆ 고동동> 강경옥 씨의 ‘설희’라는 작품이 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와 표절 논란이 있었고요. 그리고 천계영 씨의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를 실제 스타트업에 어플로 출시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도 분쟁 사례가 있었고요. 그밖에도 무수한 작가들이 아이디어를 도용당하는 일이 알게 모르게 많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만화가 유독 이렇게 취약한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 고동동> 과거에는 만화를 약간 하류문화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만화 자체들 혹은 그 만화를 이루는 생태계 자체에서, 저작권법이라든가 자신들의 작품을 보호하는 부분에 대해서 많이 인식이 부족하기도 했고, 또한 만화 쪽에서 나온 아이디어에 대해 차용하는 측에서도 크게 우려된단 생각을 못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 김현정> 그랬군요. 그런 걸 생각하면 더 심경이 서러우실 것 같아요.
◆ 고동동> 마음이 아팠죠. 제 작품이 약간 난도질 당하는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잘게 잘게 잘라서 그 작품의 어딘가에 구석구석에 들어 있을 텐데… 그런 걸 찾아내는 게 사실 마음이 아팠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지금 원하고 계시는 건 뭐죠? 드라마 쪽에.
◆ 고동동> 저는 제가 10년 간 만든 작품을 연재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런데 연재를 하기 위해서, 표절이 맞다는 것을 제가 증명해야 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류 작가님이 표절을 했다면 당당하게 표절했음을 시인해 주셔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인생작으로 작업하고 있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재할 타이밍을) 저는 기다리는 중이었거든요.
◇ 김현정> '인생작이라고 생각했던 작품이기 때문에 지금 더 마음이 아프다.' 이런 말씀, 알겠습니다. 우리가 지금 한쪽 입장만 들은 거여서요. 드라마 작가 쪽에 혹시 반론이 있다면 저희가 반영을 하기로 하고, 만화가 단체가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했기 때문에 도대체 어떤 내용인지 오늘 직접적으로 짚어봤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 고동동>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드라마 <피리 부는="" 사나이="">에 표절 논란을 제기한 만화가 고동동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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