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김현정>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입니다. 오늘 뒤집어볼 뉴스의 행간은요?
◆ 김성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령이 드디어 나왔죠. 이게 상당히 중요한 것입니다. 시행령대로라면 공직자들, 기자들이 직무 관련자에게 식사비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넘으면 과태료를 물게 됩니다. 불법인 거죠. 벌써부터 논란이 뜨겁습니다.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 이 뉴스의 행간을 오늘 짚어보겠습니다.
◇ 김현정> 정부가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고 해서 그대로 확정되는 건 아니죠?
◆ 김성완> 그렇습니다. 어제 정부가 발표한 것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안일 뿐입니다. 이런 시행령을 제정하려고 하니 의견을 달라고 공개하는 것인데요. 입법예고 기간은 다음달 22일까지이고, 다음달 중에는 공청회도 열게 됩니다.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견해 듣고, 관련 기관들의 의견 수렴 절차도 거치는 거죠. 입법예고가 끝나면, 7월 중순에는 국무조정실에서 불필요한 규제 있는지, 규제개혁 심사를 받게 됩니다. 또 상위법과 상충되는 내용 없는지를 법제처가 심사하게 되구요. 이런 과정을 지나서 8월 중순 이후에 마지막으로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령이 최종 확정되면, 9월 28일 법안과 함께 시행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 헌법소원이 걸려있죠. 헌재 판단이 언제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 이 부분은 더 지켜볼 대목입니다.
◇ 김현정> 그런 일정에 따라 진행될 이번 시행령 안, 즉 식사 3만·선물 5만·경조사비 10만원 이하까지는 허용하는 시행령, 이 뉴스에는 어떤 행간이 있을까요?
◆ 김성완> 첫 번째 행간은 "이걸 김영란법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입니다.
아시다시피 김영란법은 김영란 전 대법관이 국민권익위원장 시절에 한국사회 부정부패 관행을 끊기 위해 2012년 처음 제안한 법률입니다. 숱한 찬반 논란 속에서 작년 3월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죠. 그리고 1년 2개월만에 시행령이 나온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 거치면서 법안 취지가 점점 퇴색됐습니다. 작년 법 통과 이후 김영란 전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통해서 "반쪽짜리 법안"이라고 비판했죠.
법의 원안은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100만원 이하 금품을 받으면 무조건 뇌물죄로 처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국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대폭 완화됐습니다. 한번에 100만원 이상, 한해에 총 300만원 이상 받아야 직무관련성 여부 상관없이 형사처벌을 할 수 있게 처벌 기준을 완화한 것입니다. 100만원 이하 금품 수수에 대해서는 직무 관련된 경우에만 가액의 2배~5배 과태료만 물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시행령 안을 보죠. 김영란법의 취지를 잘 표현해주는 말이 "더치페이법"입니다. '밥 먹어도 각자 내자'는 것이죠. 그런데 이번 시행령 안을 보면, 현행 공무원행동강령보다도 기준이 완화됐습니다. 현행 공무원행동강령은 선물 받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는데, 이번 시행령은 5만원 한도까지는 괜찮다고 정했습니다. 그러니까, 5만원 이하 촌지는 합법이 되도록 정한 거죠. 경조사비 한도도 기존에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두배 인상했구요. 강의료 원고료 역시 장관은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인상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는 김영란 전 위원장의 심정 어떨까요? 앞으로 '김영란법'이라 부르지 말라, 내 이름 빼달라,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다음 행간은요?
◆ 김성완> 두 번째 행간은 "나 죽는다는 앓는 소리가 터져나올 것이다"입니다.
시행령 안이 공개되자마자 "이러면 우리 모두 죽으란 소리나 마찬가지다" 이런 식의 김영란법 무력화 시도 기사들이 쏟아질 것입니다. 아니, 이미 나오고 있죠. 골프장, 백화점, 외식업계마다 "타격 불가피하다, 내수경기가 위축될 거다", 이런 불만들을 쏟아낼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백화점 선물세트 90%가 5만원 넘구요. 골프는 요즘 누가 제 돈 내고 칩니까. 또 고깃집 한번 가면 10만원인데, 접대 상권 안에 있는 이들은 모두 우는 소리를 하겠죠. 화훼업계 선물 경조사용 화환은 10만~15만원에 거래되고 있는데요.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한도로 정해지면, 30만 화훼 종사자들이 생존권을 위협받는다고 나설 것입니다. 축산업계도 "한우 매출 2~30%가 명절에 집중돼 있는데, 선물 상한액 5만원으로 정해진다면 가격하락으로 농가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불만을 토로할 것입니다.
물론 애꿎은 농가 피해보면 안 되겠죠. 정부가 고민해해야 할 부분입니다. 그렇지만 골프장과 백화점까지 걱정하면서 부작용만 부각하는 기사들을 쏟아내야 할까요? 저렴하고 실속 있는 선물, 골프 터치페이가 정착하면 문제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공무원이 뇌물이나 접대를 절대 받지 않는다고 상상해보십시오.
우리나라 청렴도가 OECD 국가 평균도 안 됩니다. 34개국 평균이 67.2점인데, 우리나라는 56점입니다. 부패인식지수 1 높아지면. 1인당 명목 GDP는 연평균 0.029% 상승한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작년 성장률도 2.6%에서 3% 대로 올라서게 됩니다. 청렴도 향상과 경제 성장은 다른 차원의 논의처럼 보이지만, 수레의 두 바퀴입니다.
◇ 김현정> 김영란법 시행령, 행간이 또 있을까요?
◆ 김성완> 세 번째 행간은 "이것마저도 도루묵이 될 수 있다"입니다.
앞으로 법 시행까지 넉달이나 남아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김영란법 무력화 시도가 끊임없이 나올 것입니다. 지난달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사 간부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부정청탁금지법이 이대로 되면 우리 경제를 너무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죠. 또 국회 역시 여야 공히 "소비 위축이 우려된다"는 걱정을 내놨구요. 헌법재판소에는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김영란법에 포함시킨 게 위헌이라는 소송도 걸려 있습니다. 김영란법 시행도 해보기 전에 다시 누더기가 되거나. 폐기될 운명에 처할지 모를 일입니다.
◇ 김현정> 김성완의 행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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