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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론 우즈 이후 18년, 봉인 해제 꿈꾸는 '잠실 홈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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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론 우즈 이후 18년, 봉인 해제 꿈꾸는 '잠실 홈런왕'

    35년 KBO 역사에 단 2명만 허락, 3번째 주인공은?

    '예비 홈런킹의 빠던?' 두산 김재환은 올 시즌 53홈런 페이스의 무서운 장타 행진을 이어가며 18년 만의 잠실 홈런왕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자료사진=두산)

     

    올해는 과연 나올 수 있을까. 21세기 처음이자 18년 만에 '잠실 홈런왕'이 탄생할 수 있을까. 시즌 초반이지만 슬며시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

    한껏 주목을 받는 선수는 두산 김재환(28)이다. 김재환은 그야말로 혜성처럼 나타나 홈런포를 펑펑 터뜨리고 있다. 구단은 물론 잠실 홈팀 역사상 세 번째 타이틀에 대한 희망을 부풀리고 있다.

    김재환은 10일 인천 SK 행복드림 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SK 원정에서 홈런 2방을 몰아치며 11-7 역전승을 이끌었다. 특히 8회 역전 결승 2점포에 이어 9회 쐐기 투런포 등 영양가도 만점이었다.

    그러면서 김재환은 단숨에 홈런 1위로 올라섰다. 가장 먼저 10호 고지에 오르며 선두였던 LG 루이스 히메네스를 1개 차로 제쳤다. 히메네스는 이날 삼성과 잠실 홈 경기에서 안타 1개를 때렸지만 홈런은 추가하지 못했다.

    ▲김재환, 53홈런 페이스…박병호도 없다

    올해 김재환의 홈런 행진은 놀랍다. 올해 21경기 만에 10개 아치를 그려냈다. 거의 2경기에 1개 꼴로 대포를 생산해내고 있다. 히메네스는 29경기에서 9개로 3.2경기당 1홈런 페이스였다.

    사실 10홈런 선착은 히메네스가 유력해보였다. 히메네스는 지난달 24일 넥센전에서 시즌 9호 홈런을 날렸다. 하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4월에만 9홈런을 날린 히메네스는 5월 7경기 등 최근 11경기째 홈런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히메네스, 힘에 부치니?' LG 루이스 히메네스는 4월에만 9홈런을 몰아쳤지만 이후 11경기째 홈런 가뭄에 시달리며 김재환에게 1위를 내줬다.(자료사진=LG)

     

    같은 기간 김재환은 6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지난 4일 잠실 라이벌 LG전과 10일 SK전 등 멀티홈런도 2번 있었다. 히메네스에 5개 차 열세를 뒤집었다. 팀이 치른 31경기 중 10경기를 걸렀어도 1위다.

    이런 속도라면 김재환은 올 시즌 50홈런은 너끈히 넘길 수 있다. 두산이 남긴 113경기에 모두 출전한다면 단순 계산으로 53홈런 이상을 때릴 수 있다. 지난해 홈런왕 박병호(미네소타)와 같은 갯수다.

    물론 김재환이 이런 홈런 페이스를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타격 슬럼프가 올 수도 있고,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에 감각이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08년 입단 뒤 김재환의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 기록은 지난해 7개(48경기)였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김재환은 가장 강력한 홈런왕 후보다. 유망주로만 평가받던 잠재력이 완전히 폭발했다. 장타율이 무려 9할6푼8리에 이른다. 2012년 박병호나 2009년 KIA에서 뛴 김상현(케이티) 등 긴 시간 희망고문을 깨고 대오각성한 홈런왕 사례는 적지 않다.

    만약 김재환이 시즌 끝까지 현 페이스를 유지하거나 하락세를 최소화한다면 홈런왕 등극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박병호와 지난해 홈런 2위(48개) 야마이코 나바로(지바 롯데)가 해외로 떠난 마당이다.

    여기에 지난해 47개를 때린 에릭 테임즈(NC)는 현재 7홈런이다. 물론 테임즈가 최근 타격감을 회복했지만 김재환의 기세가 더 무섭다. 충분히 테임즈와 자웅을 겨뤄볼 만한 김재환이다.

    ▲잠실 역경 딛고 홈런왕, 의미 크다

    만약 김재환이 타이틀을 차지한다면 구단 사상 18년 만의 홈런왕이다. 전신 OB 시절인 1998년 타이론 우즈(은퇴) 이후 처음이다. 역시 OB 시절인 1995년 김상호(25개)까지 구단 사상 세 번째가 된다. 잠실 홈런왕은 이 2명뿐이었다.

    그나마 LG는 홈런왕이 단 한번도 없었다. 전신 MBC 시절까지 포함해 프로 원년인 1982년 백인천 당시 감독 겸 선수가 해태(현 KIA) 김봉연에 3개 차 2위(19개)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었다. 구단 역사가 짧은 NC, 케이티를 빼고 홈런왕이 나오지 않은 구단은 LG가 유일하다.

    삼성이 12번으로 가장 많은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살아있는 홈런 역사' 이승엽이 역대 최다인 5번, 이만수 전 SK 감독이 3번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KIA가 전신 해태 시절 김성한(3회), 김봉연(2회) 등으로 6번 홈런왕을 배출했다. 상대적으로 작은 대구와 광주를 홈으로 썼다.

    '흑곰과 라이언킹' 타이론 우즈(왼쪽)는 1998년 당시 한 시즌 최다인 42홈런을 날리며 홈런왕에 올랐다. 이후 삼성 이승엽과 치열한 거포 대결을 펼쳤다.(자료사진=삼성)

     

    그만큼 잠실을 홈으로 쓰는 구단의 홈런왕 배출은 어려웠다. 어지간한 메이저리그 구장보다 큰 잠실인 까닭이다. 잠실은 홈에서 담장까지 거리가 좌, 우는 100m, 중앙까지는 125m로 10개 구단 홈 구장 중 가장 길다. 대전(좌우 97m, 중앙 114m)이나 마산(97m, 116m) 등과 비교해 적잖게 멀다.

    규모도 크지만 넘기는 데 대한 심리적인 부담감 역시 크다. 박병호와 올해 홈런 3위(8개) SK 정의윤 등이 LG를 벗어나 거포의 능력을 발휘하는 데 대해 '탈잠실 효과'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잠실을 떠나면서 상대적으로 홀가분하게 타구를 날린다는 것이다.

    그만큼 잠실 홈런왕은 가치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장 큰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도 홈런왕에 오른다는 것은 타이틀의 후광을 더한다. 우즈는 당시 한 시즌 최다 신기록인 42개의 아치를 그려내는 놀라운 괴력을 뽐냈다. 역대 최고 외인 거포로 꼽히는 이유다.

    과연 18년 만에 잠실 홈런왕이 다시 배출될 수 있을까. 김재환이 구단 및 잠실 역사에 세 번째 타이틀을 안길 수 있을까. 아니면 히메네스가 구단 사상 첫 갈증을 풀 수 있을까. 이들의 홈런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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