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김현정>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입니다. 오늘 뒤집어볼 뉴스의 행간은요?
◆ 김성완> 각종 막말로 유명한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됐죠. 그리고 어제는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릴 정도로 막말을 쏟아내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후보가 필리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브라질에서도 세계적 막말을 퍼붓고 있는 정치인 자이르 불소나루 의원의 인기가 급상승 중인데요. "트럼프처럼 막말을 퍼붓는 정치인들에게 열광하는 세계", 이 뉴스의 행간을 짚어보겠습니다.
◇ 김현정> 트럼프의 막말은 이미 유명하고, 다른 사람들 막말은 대체 어느 정도인 건가요?
◆ 김성완> 먼저 필리핀 대통령 당선자 두테르테를 보면, 그가 '필리핀판 트럼프'란 별명을 괜히 얻은 게 아닙니다. "모든 범죄자를 처형하겠다", "범죄자 10만 명을 죽여 마닐라만에 던져 물고기 밥으로 만들겠다", 이렇게 공언했습니다. 두테르테는 검사 출신이자, 인구 150만명인 다바오시 시장을 지냈었구요. 상원의원 1명이 전부인 초미니정당인 민주필리핀당 소속으로 출마한 군소후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자극적인 발언으로 인기몰이를 하다가 이번 대통령에 당선된 것입니다.
그리고 요즘 브라질은 지우마 호세프 탄핵 문제로 정국이 혼미합니다. 이런 속에서 사회기독당의 자이르 불소나루 의원이 막말로 인기몰이 중인데요. 목숨을 걸고 국경 넘는 난민들을 향해 "쓰레기가 브라질에 들어오려고 한다"고 발언했구요.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에겐 "그 나라 여자들은 씻지도 않고 몸을 판다. 우리나라에 병균을 가지고 올 사람들", 이렇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군부독재자에 대해 존경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이슬람 난민은 모두 가둬야 한다"는 막말로 유명한 프랑스 극우 국민전선 대표 마린 르펜이 프랑스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약진했는데요. 이참에 대권 야망까지 드러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 김현정> 트럼프식 막말 정치인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 뉴스의 행간은 뭡니까?
◆ 김성완> 첫 번째 행간은 "콜라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입니다.
세계인들이 지금 뭔가에 엄청나게 목말라 있고 또 상대적 박탈감에 분노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이런 건데요. 목마른 시대에 홀연히 나타난 정치인이 콜라처럼 톡 쏘면서 시원한 막말 대신 퍼부어주니, 유권자들이 열광하는 것입니다. 사실 지금 세계는 자본주의의 위기란 말이 나올 정도로 양극화 현상이 심각한데요. 올해 1월 다보스포럼의 주요 의제도 극심한 빈부격차 해소였습니다. 세계의 슈퍼 리치 1%의 자산 총액이 99%의 사람들의 자산 합계보다 더 많은데요. 이런 양극화는 단순히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라는 이분법을 뛰어넘어 인종, 종교와 맞닿으면서 극단주의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금 경제난을 겪으면서 미국의 국제적 개입주의에 실증난 백인 유권자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볼 수 있구요. 필리핀은 가난과 범죄, 부패에 지친 국민들, 일부 가문이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데에 분노한 유권자들의 표심이 분출된 셈입니다. 브라질 역시 좌파정권의 부패와 무능으로 빈부격차가 심각해진 상황입니다.
이럴 때 누군가 나타나서,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현실을 향해 범죄자와 이민자들을 패주겠다는 식으로 막말을 대신 퍼부어주는 거죠. 듣는 이들은 순간 속이 시원해서 열광하게 됩니다. 하지만 콜라의 단점이 있지요?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이 더해간다는 것인데요. 톡 쏘는 마취 효과는 얼마 가지 않아 생수를 향한 더 큰 갈급함으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캡처)
◇ 김현정> 트럼프식 막말에 세계가 열광하는 이유, 또 행간이 있다면요?
◆ 김성완> 두 번째 행간은 "2016년판 또 하나의 죽은 시인의 사회다"입니다.
1980년대 말 개봉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잘 아실 것입니다. 오직 공부와 입시교육에 찌든 명문학교에 시와 인문학을 가르치는 영어선생님 키팅이 오죠. 제자들이 키팅 선생을 통해 시와 인생에 눈 뜨게 되는 감동적인 이야기인데요. 사실 지금 세계가 마치 죽은 시인의 사회를 경험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성과 철학과 인문학과 사색이 퇴출당하고, 비인간적인 갑을관계에 매여서 노동자들은 썼다 버려지는 소모품 취급을 당하고 있습니다. 마치 이 영화 속의 명문 학교처럼 말이죠. 그러다보니까 사회는 점점 '죽은 시인의 사회'가 되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에선 키팅 같은 선생님 있었지만, 지금 세계에는 막말과 퇴행적 언행을 쏟아내는 극단적 정치인이 등장했고, 대중선동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역으로 우리는 또 다른 키팅 선생님이 필요한 사회는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막말 정치인이 득세하는 세상, 이 뉴스의 행간 또 있나요?
◆ 김성완> 세 번째 행간은 "세계 위험지수가 높아졌다"입니다.
"세계 충돌지수가 더 높아졌다"는 것은, 지금 세계는 2차 세계대전 직전 상황과 비슷하다는 의미인데요.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힘으로 권력을 빼앗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유권자의 열광, 유권자들의 투표로 선택됐습니다. 구서방세계의 독주, 여기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독일과 이탈리아 유권자들, 그리고 이걸 정치에 이용한 게 파시즘이었습니다. 그 결과는 어땠습니까? 모두의 불행이었죠. 요즘 막말 정치인의 등장도 맥락이 비슷합니다. 지금 각종 분노가 표출되고 잇고, 그걸 대변하는 정치인들의 막말에 유권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습니다. 내용을 보면, 성, 인종, 종교적인 주변인, 즉 사회적 약자들을 배척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극우와 극좌에서 이념을 넘어 분노가 표출될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구요.
트럼프, 두테르테가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할지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세계의 불확실성은 높아지고 있고, 국가간, 인종간, 민족간 갈등 요소는 더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 김현정> 김성완의 행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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