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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원영이 주변에 많아...지역사회 단위별 연대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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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원영이 주변에 많아...지역사회 단위별 연대 절실"

    모든 아이들이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아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는 그 반대의 상황을 겪는 아이들이 많다. 방임과 폭력으로 상처입은 아이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주변에 매우 가까이 있다. 이들에 대한 교회적 관심과 돌봄이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 2의 원영이 우리 주변에 많다”

    서울 관악구의 한 그룹홈 '행복한 우리집'.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이곳은 부모의 방임과 폭력으로 상처입은 여자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이다.

    부모의 방임과 학대로 그룹홈 '행복한 우리집'에서 생활하는 아이들. (제공=봉천동 나눔의집)

     

    10년 넘게 '행복한 우리집'에 들어와 중고등학생이 된 자매와 초등생 자매, 그리고, 10살 막내까지 다섯 명의 아이들이 두 명의 교사와 살고 있다.

    3개월 전 그룹홈에 들어왔다는 막내의 사연은 평택 원영이 사건과 다르지 않았다.

    정경희 사회복지사는 “기본적으로 화장실에서 잠을 자고, 먹고, 물도 못 마시게 했다고 해요. 그러다가 베란다로 쫓겨 나와서 여기서 대소변을 본다고 맞고, 닦지 않았다고 또 맞고, 조금만 늦었으면 00이도 원영이처럼 끔찍한 일을 당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나인채 사회복지사는 “막내를 데려오는 날, 아이가 하는 말이 ‘뭘 하면 매를 맞나요, 뭘 하면 매를 안 맞나요’라고 물어봤다”면서 “아이에게 폭력이 얼마나 큰 상처로 남아있는지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부모로부터 받은 학대는 아이들의 삶에 그대로 나타난다. 어려서부터 방치되고 정서학대가 심한 아이들은 퇴행현상으로 나타나 용변처리나 양치질, 쓰레기 버리기 등 기본적인 행동도 잘 못한다.

    식탐은 대표적인 행동이다. 간식을 옷장 속에 숨겨놓고 먹는다든지, 밥을 두 세 그릇씩 먹는 등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아이들의 심리가 드러나는 것이다.

    정경희 복지사는 아이들의 대인관계의 어려움도 지적했다. “나는 왜 친구가 없을까, 외롭다, 이런 말을 많이 해요. 조금만 노력하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활발한 아이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유 없이 부모에게 맞고 깜깜한 집에서 수개월 동안 방치된 아이들, 집이 공포 그 자체였을 아이들이 ‘집은 안전하고 편안한 장소’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길 교사들은 바라고 있다.

    성공회 나눔의집 운영.. 넉넉하지 않지만 필연적 사역

    생활비 대부분을 후원으로 감당하다 보니 식비 외에 문화, 교육활동 등에서는 아이들을 충분히 돌봐주지 못해 교사들 입장에선 늘 아쉽다.

    운영비 대부분을 지원하는 곳은 빈민사역을 해온 대한성공회 소속 ‘봉천동 나눔의집’. 하지만 나눔의집 자체가 넉넉한 재정으로 이 사역을 하는 건 결코 아니다.

    10여년 전부터 행복한 우리집 그룹홈에서 생활한 첫째. 3년 뒤에는 그룹홈을 떠나 독립해야 한다. (제공=봉천동 나눔의집)

     

    교회와 빈민사회운동의 성격을 모두 지닌 봉천동 나눔의집은 1991년 봉천동 빈민들을 돌보면서 필연적으로 지역아이들을 위한 쉼터를 마련해야 했다. 빈곤 속에서 방치되는 아이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이후 수개월 머물 수 있는 단기쉼터를 분리, 독립시킨 후 지금과 같은 장기 생활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것.

    나인채 복지사는 3년 뒤 이곳을 떠나야 하는 첫째의 홀로서기가 가장 걱정이다.

    “적은 운영비에 먹고 사는 거야 어떻게든 해나가겠지만 만 18세가 되면 그룹홈에 머물 수 없는데, 첫째가 독립할 자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한다.

    학대아동을 돌보는 것은 정부의 몫일텐데, 정부의 지원은 그룹홈 복지사 2명의 인건비와 소액의 운영비가 전부다.


    늘어나는 학대 아동, 정부 지원 관심도 늘어나야

    이곳 복지사들은 늘어나는 학대아동에 맞춰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말한다.

    얼마 전에도 시설에 있는 아이를 받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나인채 복지사는 “학대받는 아이들은 늘고 있는데, 그룹홈은 크게 부족하다”면서 아이들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해 건강하게 양육할 수 있는 그룹홈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경희 복지사는 예방차원에서 원 가정에 대한 지원부터 제대로 해서 학대로 내몰리지 않도록 하는 사회보장 복지체계를 갖춰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지역사회 내 다양한 단위들의 연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영이 사건도 지역아동센터에서 처음 인지한 것처럼 학교나, 지역아동센터, 교회, 시민단체 등 같은 다양한 단체들이 지역사회의 가장 1차적인 NGO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네트워크와 협력을 통해 아직 정부가 메우지 못한 아동복지의 구멍을 채워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여년 이곳을 거쳐간 아이들은 30여명에 이른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그룹홈을 떠날 때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길 기도하고 있다.

    “성인이 되어서 가정폭력의 상처가 나타나 30세가 넘은 지금도 정신적, 심리적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들이 있어요. 하지만 그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거든요. 자라온 성장배경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컸으면 좋겠습니다.”

    ※ 후원 / 재능기부 문의 봉천동 나눔의집 02-871-1596
    그룹홈 '행복한 우리집' 거실 중앙에 걸려있는 십자가. 아이들의 상처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치유되길 염원한다. (제공=행복한 우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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