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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군수 "범죄없는 마을서 범죄영화 찍을 때 '덜컹'"

사건/사고

    곡성군수 "범죄없는 마을서 범죄영화 찍을 때 '덜컹'"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유근기 (곡성 군수)

    영화 '황해'와 '추적자'의 감독이죠. 나홍진 감독이 '곡성'이라는 제목의 최신작을 발표했습니다. 곡성이라는 마을에 외지인이 나타난 뒤에 의문의 죽음이 이어지고 기이한 소문 속에 미스터리하게 얽힌 사람들의 얘기를 그린 범죄스릴러 영화입니다. 어제 개봉을 했는데요. 개봉 당일부터 예매율 1위를 달리면서 인기몰이에 나섰죠.

    그런데 이 영화 때문에 뜻밖에 난처해진 곳이 있습니다. 바로 전라남도 곡성의 주민들입니다. 지역 이름이 범죄 스릴러 영화의 제목과 같다 보니 산 좋고 물 좋은 곡성 지역이 괜한 오해를 받는 게 아니냐, 이런 걱정인데요. 그러자 곡성 군수가 나서 글을 하나 기고했는데 그 글이 지금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곡성군수 유근기 군수를 직접 만나보죠. 곡성 군수님, 안녕하세요?

    ◆ 유근기>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러니까 영화 제목만 곡성이 아니고 실제 촬영도 곡성에서 이루어진 건가요?

    ◆ 유근기> 곡성 경찰서 그리고 또 곡성의 산골 마을, 또 우리 섬진 강변, 함양 등지에서 이렇게 촬영이 됐다고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곳곳에서. 그런데 그 영화 촬영을 허락을 하셨던 거잖아요. 애초에?

    ◆ 유근기> 처음에 오셔서 이렇게 영화를 찍겠다는 말씀을 주셨는데, 달리 반대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때에는 내용 자체도 몰랐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없었죠.

    영화 곡성 포스터

     

    ◇ 김현정> 제가 그 질문을 드리려고 그랬어요. 이게 영화가 이 고장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사건을 다룬 이런 스릴러 영화일 거는 모르셨던 거예요?

    ◆ 유근기> 그렇죠.

    ◇ 김현정> 그럼 언제 아셨어요?

    ◆ 유근기> 촬영하면서 알았습니다.

    ◇ 김현정> 촬영을 하는데... 뭔가 배우들이 표정이 어둡고?

    ◆ 유근기> 저보다도 우리 주민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을 했고요. 촬영장에서 본 주민들이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또 그 글을 보고 우리 향우님들이 걱정을 하고 그랬죠.

    ◇ 김현정> 예를 들면 어떤 식으로 걱정을 하시던가요?

    ◆ 유근기> 곡성 이미지가 나빠져서 우리는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농산물이 안 팔리지 않을까? 이러다가 자식들이 고향을 안 내려오면 어떡하냐, 이런 말씀들도 하셨고요.

    ◇ 김현정> 집값 떨어지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도 하시고요?

    ◆ 유근기> 그렇죠. 또 우리 지역은 관광객들이 많이 오시는 곳인데 관광객이 떨어지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들을 하셨습니다.

    ◇ 김현정> 허락한 촬영을 다짜고짜 그렇다고 해서 막을 수도 없고 참 난처하셨겠어요?

    ◆ 유근기>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영화사 측에 주민들의 이런 우려를 일단 전달하셨다고요?

    ◆ 유근기> 네, 제작사에게는 제목에 한자를 병기하도록 했고요. 영화 끝에 ‘곡성 지역과 무관하다’는 자막을 내보내도록 요청을 했고요. 제작사에서 흔쾌히 받아주셨습니다.

    ◇ 김현정> 그리고는 화제가 된 게 지역 신문에다가 군수님이 직접 기고문을 내셨어요.

    ◆ 유근기> 네.

    ◇ 김현정> 저는 화제가 됐다길래 항의의 글을 쓰신 건가 했더니 뜻밖에도 제목이 ‘위기를 기회로 삼자.’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 이런 글을 쓰셨어요.

    곡성 유근기 군수 (오른쪽, 사진=곡성군청 제공)

     

    ◆ 유근기> 그렇습니다. 제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이 영화를 물리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 김현정> 왜 막기는 어렵다고 생각하셨어요?

    ◆ 유근기> 물론 소송을 하거나 그럴 수는 있겠죠. 그런데 저는 오히려 조금 생각을 달리 했습니다. 발상의 전환이랄까요? 1991년도에 일본 아오모리 현의 사과농장이 태풍으로 인해서 사과가 90% 낙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이 실의에 빠지지 않고 그 남은 10%를 합격사과라는 이름으로 ‘태풍에도 견뎌낸 합격사과’ 이렇게 마케팅을 해가지고 10배 이상의 비싼 값을 받아서 더 많은 매출을 올렸다는 걸 보고요. 우리도 마침 저희가 장미축제가 또 5월 20일부터 열립니다. 29일까지 열흘 간 곡성세계장미축제가 열리기 때문에요. 이걸 잘 활용하면 오히려 더 많은 관광객이 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영화 곡성이 유명해지면 ‘그 마을 찾아가 보자.’ 하면서 더 많은 외지인들이 관광객들이 몰려들지 않겠는가, 좀 좋게 생각해 보자 이런 말씀이세요?

    ◆ 유근기>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곡성을 와보신 분들은 곡성은 전혀 그런 곳이 아니라는 것을 다 알고 계시기 때문에 문제가 없고요. 곡성을 와보지 않은 분들은 곡성을 궁금해서라도 찾게 될 거다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 김현정> 그런 긍정의 사고방식으로. 영화에서는 범죄가 줄줄이 일어나는 마을로 묘사가 되지만 실제로는 범죄 없는 마을로 유명하다면서요?

    ◆ 유근기> 그렇죠. 광주지방검찰청이 1980년대부터 전국 특수시책으로 시행해 오고 있는 ‘범죄 없는 마을 선정’이 있었습니다. 저희가 2000년도부터 9회 연속 전체 범죄 없는 마을 선정에 60%를 곡성군이 차지한 거죠. 그렇게 평화로운 ‘효의 고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하필이면, (웃음) 그 영화는 여기서 촬영을 했을까요. 참 아이러니한데요. 여하튼 제가 곡성을 두어번 가봤는데 군수님 나오셨으니까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씀이 아니고 진짜 좋더라고요.

    ◆ 유근기> 그렇죠. 여기 처음 오신 분들은 제가 꼭 느낌을 물어보는데 외갓집에 온 기분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 김현정> 섬진강 따라서 기차를 쭉 타고 다녀오니까 진짜 기분 좋던데요?(웃음)

    ◆ 유근기> 네. 좋죠. (웃음) 우리 섬진강요. 음악의 오선지하고 같습니다. 강이 흐르죠, 자전거길이 있죠, 도로가 있죠. 기찻길이 있죠, 철길이 있죠. 다섯 개의 길이 흐르고 있습니다.

    섬진강 흐르는 곡성 (사진=곡성군청 제공)

     

    ◇ 김현정> 어느 계절이 제일 좋아요?

    ◆ 유근기> 곡성이요. 사계절 다 좋습니다마는, (웃음) 딱 짚어서 얘기하면 봄이 제일 좋습니다. 봄에는 매화꽃부터 시작해서 벚꽃, 철쭉 그다음에 입합 나무, 장미, 계속해서 꽃이 피는 곡성입니다.

    ◇ 김현정> 그래요. 곡성 좋은 고장이죠. 화 때문에 어떻게 할까 울상 지을 게 아니라, 영화가 칸에도 초청받았다고 그러니까요. 영화촬영지 곡성도 덩달아 유명해질, 그래서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오는 이런 일이...

    ◆ 유근기> 제가 바라는 바입니다. (웃음)

    ◇ 김현정> 기대해 보겠습니다.

    ◆ 유근기> 감사합니다.

    ◇ 김현정> 군수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유근기> 네. 정말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영화 곡성으로 갑자기 더 화제가 됐죠. 곡성 군수 유근기 군수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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