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전 총리, 황창규 KT회장, 인명진 목사 (사진=자료사진)
새누리당이 전당대회를 관리할 비상대책위원회와 당 쇄신을 이끌 혁신위원회를 분리해 운영하기로 결정하면서 혁신위원장을 비롯한 혁신위원회 구성 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활동기간이 두달여에 불과한데다 실질적 권한도 없고, 혁신위가 혁신안을 내놓는다해도 수용 여부를 놓고 계파간 갈등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어서 벌써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비박계에선 친박계가 '무늬뿐인 혁신위'를 내세워 당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 아니냐느 의구심도 보내고 있다.
◇ 외부영입 1순위 김황식, 혁신위원장 추천도 1등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열린 당선자 총회 직후 당선자 122명에게 설문지를 돌려 혁신위원장에 적합한 인물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김황식 전 총리가 가장 많은 당선자들의 추천을 받은 혁신위원장 후보가 됐다.
계파색이 옅은 김 전 총리는 지난 총선 공천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으로도 거론됐으며 총선 참패 이후에는 비대위원장 하마평에도 오르는 등 외부인사가 필요한 자리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그 외에도 황창규 KT 회장, 인명진 목사, 이수성 전 총리 등이 혁신위원장 후보로 추천됐다.
이와 관련해 정 원내대표는 "현재로서는 백지상태라고 보면 된다"면서 "설문조사 내용은 물론이고 당내 두루두루 의견을 구해서 혁신 의지를 갖춘 인물로 모셔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혁신위 운영과 관련해서는 "혁신위원장에게 전권을 부여할 계획이며 절대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임 지도부가 혁신안을 수용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실질적 권한 없는데 누가할까?"그러나 정 원내대표의 공언과 달리 '혁신 의지를 갖춘' 혁신위원장을 외부에서 영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총리는 언론인터뷰를 통해 "제안이 온다면 수락 여부는 그때 가서 고민해 볼 문제"라며 "지금은 가타부타 언급하기 어렵다"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총리는 그동안 외부인사 영입 하마평에 오를때 마다 같은 입장을 밝혀왔다는 점에서 이는 곧 '거절'을 뜻한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다른 후보군 역시 김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거나 아예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하태경 의원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비대위원장이 최고 권한을 갖기 때문에 산하 자문기구인 혁신위원장은 더 영입하기 어렵다"면서 "실질적 권한도 없는데 누가 하겠느냐"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한 고위 관계자 역시 "지금 거론되는 인물 가운데 '혁신'에 어울리는 인물이 있느냐"고 반문한 뒤 "그나마 거론되는 인물도 모두 거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2014년 보수혁신위원회 재판될듯
어렵게 외부 인사를 혁신위원장으로 영입해 혁신위원회를 꾸리더라도 제대로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다 해체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계파 나눠먹기 구성이 될 것이 뻔한 신임 지도부가 각 계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혁신안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 결국에는 혁신안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무성 전 대표 시절인 지난 2014년 새누리당은 '보수혁신특별위원회'를 꾸려 '상향식 공천' 등 다양한 혁신안을 내놨지만 계파갈등 속에 결국은 휴지조각이 됐다.
비박계 김영우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고 따로 혁신위가 구성된다는 것은 당의 혁신을 최우선 과제가 아닌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는 것"이라며 "지금 이대로 평온함과 안락함이 지속된다면 나중에는 손도 못 써보고 가라앉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비박계 의원은 "그동안 외부인사 데려다 꾸린 혁신위원회가 제대로된 성과를 낸 것을 본적이 있느냐"고 반문한 뒤 "결국 허수아비 혁신위원장을 내세워 당권을 장악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