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1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악화시킨 정부 주무 부처인 윤성규 환경부 장관의 해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 여야 의원의 질책과 질타에 대해 적극 반박에 나서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황진환 기자)
옥시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들이 원료의 유독성을 알고도 제품을 판매해 온 사실이 4년 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때 이미 드러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8월 낸 '옥시레킷벤키저의 부당한 표시행위'에 대한 의결서를 보면,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유해물질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에서 옥시는 'PHMG를 먹거나 흡입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적힌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MSDS는 화학 물질을 거래할 때 첨부하게 돼 있는 자료다.
의결서에서 공정위는 "피심인 회사(옥시)가 제품 원료에 대한 MSDS 내용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원료 공급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옥시에 MSDS 등 원료 정보가 이미 제공됐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조사에 참여한 공정위 관계자는 PHMG 제조업체인 SK케미칼,원료 도매상,가습기 살균제 제조를 위탁 제조한 한빛화학,옥시 순서로 단계마다 MSDS가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MSDS에 '마시거나 흡입하지 말라'는 기록이 있는데, 옥시가 이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며 "실제로 옥시가 MSDS 자료를 갖고 있는 것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사진=황진환 기자)
공정위는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면서 제품 용기에 안전하다고 허위 표시를 한 옥시 등에 2012년 7월 과징금 5천 200만 원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그로부터 4년이 지나서다.
가습기 살균제가 사망의 위험 요인으로 추정된다는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는 2011년 8월에 나왔고, 공정위가 이듬해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들이 원료 유독성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일차적으로 확인했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불복한 옥시의 소송에 대해 대법원도 지난해 2월 옥시 패소 판결을 했다. 그런데도 진상 규명이 계속해서 늦어진 셈이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에 대한 공식 발표가 지난해 8월에야 나왔기 때문에 그 이전에 수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공정위에서 당시 사건 관련 자료를 추가로 받아 검토하고 있으며 옥시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옥시가 압수수색에 대비해 지난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1년치의 MSDS를 폐기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